스트레스도 풀겸 시원한 SF액션 영화를 보고 싶어 선택한 영화였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서 머리가 더 복잡해졌다. 단순히 재미로 넘길 영화는 아닌 것 같다.
이 영화는 지금은 인터넷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있는 아바타를 한 단계 진보시켜 현실 세계로 이끌어 내었다. 인간은 집 안에 가만히 누워서 생각만으로 지시를 내리고, 실제 활동은 아바타가 대신한다. 거리는 사람이 아니라 아바타로 가득 차있다.
원래 써로게이트는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을 위해 만들어졌으나, 상용화되어 모든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써로게이트는 범죄와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를 줄여주었고, 능력과 환경의 제약으로 이룰 수 없었던 꿈과 욕망을 충족시켜 주었다. 몸이 불편한 사람, 외모에 자신이 없는 사람, 대인기피증이 있는 사람, 성을 바꾸고 싶은 사람 등등이 써로게이트로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행복감은 써로게이트에 접속해 있는 순간 뿐이고, 접속을 끊으면 공허감이 밀려온다. 써로게이트는 현실의 괴로움을 애써 망각하기 위한 수단일 뿐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써로게이트는 내가 아니기 때문이다.
써로게이트는 은둔형 외톨이가 되라고 부추기는 것 같다. 집안에 가만히 누워서 생각만으로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데 왜 굳이 세상 속에 발을 들여 사서 고생을 하냐는 것인데 치명적인 유혹이 아닐 수 없다.
영화에서는 써로게이트 사용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사람들의 의견차로 써로 게이트 사용유무에 따라 구역이 나뉘어져 있다. 나라면 어느 집단에 속했을까?
영화를 보면서 가장 무서웠던 것은 부르스윌리스의 여자동료의 죽음이었다. 그녀는 총을 맞아 사망하고 그녀의 써로게이트는 다른 사람에 의해 조종이 된다. 평소와 다름 없이 움직이는 써로게이트를 보고 아무도 그녀가 죽었다는 것을 모른다. 주객이 전도되어 버린 것이다.
영화의 내용이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재미있다는 한 마디로 넘길 수가 없었다.
일본 애니 썸머워즈를 보고 느낀 두려움이 이 영화를 보고 더욱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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