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에 브루스 윌리스 형님은 액션스타였다. 물론 실베스타 스탤론이나 아놀드 슈왈츠제네거와 같은 우락부락한 액션스타가 아니었다. '다이하드'로 시작하여 완전 서민적이고 호감가는 액션스타로써 우리옆에 항상 든든하게 있던 그러한 액숀스타. 그래서인지 나이가 들고 여러장르의 영화를 찍어도 왠지 변함없이 든든한 느낌이었고, 오히려 나이먹어가는게 더 중후하고 멋있어보이는 그였다. 이번 영화 '써로게이트'에서도 그러한 브루스 윌리스 형님의 존재감이 영화의 중심을 잡아주었다.
'써로게이트', 일명 '대리인'이라는 뜻으로 미래의 인류가 대부분 인조인간의 형태로써 자신의 뇌파로 자신과 닮은 존재들을 움직이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써로게이트'이다. 본래는 장애인이나 사고로 불구가 된 사람들을 위하여 그들도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존재가, 악용되어 모든 사람들이 게을러진 듯 뇌파로만 자신의 써로게이트를(그것도 자기가 원하는 성별과 더 아름답고 멋진 외모로 꾸며서!) 자유롭게 누리게 될 수 있는 사회가 되어버렸음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며 점점 더 진화해가는 미래기술이 우리인간에게 끼치는 영향을 SF스릴러적으로 보여준 영화다.
충분히 기술만 진화하다면 가능하다고 생각됐다. 아니다. 오히려 현대사회에서는 이루어지고 있는 일이다. 다만, '써로게이트'라는 로봇이 아닌 '인터넷'이라는 기계로 말이다. 자신의 본 모습을 보여주지않고, 자유롭게 자신의 뇌에서 나오는 글과 생각들을 여과없이 인터넷을 통해서 만들어내고 있는 현대사회는 영화 '써로게이트'와 다를바 없다. 방 안에 틀어박혀서 타인과의 접촉을 삼가하면서 '키보드 워리어'가 되어가는 현대인들. 옆에 사는 이웃은 누군지도 모르며, 가족과의 만남은 단절된다. 자신을 감추고, 안전하게 살아간다. '써로게이트'와 사용하는 그들과 별반 없는 우리이다. 그래서인지, 영화의 마지막에서 전세계의 써로게이트가 일시에 멈추며 쓰러지는 장면은 꽤나 충격적으로 보여진다. 흡사 인류의 멸망과도 같아 보인다.
영화는 이러한 메시지를 중심에 묵직하게 두고 써로게이트덕분에 범죄가 없던 미래세계에서 써로게이트를 통한 운영자의 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그 행방을 쫓아가는 SF스릴러적인 면을 유지하며 긴장감을 이어간다. SF물인만큼 꽤 볼만한 비주얼과 동시에 주름하나 없는 젊은 모습과 거친 턱수염을 가진 중후한 본모습을 보여주며 등장하는 브루스 윌리스 옹, 그리고 다른 인물들도 대부분 젊은 써로게이트의 모습과 그 뒤에 숨겨진 늙고 지친 자신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는 연기를 하는 등, 이 부분도 영화에서 꽤나 흥미로운 장면들이었다.
영화는 88분으로 이런 SF이면서 볼거리가 있는 영화로써는 꽤 짧은 편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그러한 타이트한 러닝타임이 더 깔끔하게 느껴졌으며, 하고싶은 말도 깔끔하게 다하고 볼거리도 적당히 다 보여줬을만큼 괜찮은 영화였다. 국내에서는 추석 때 유일하게 볼만한 외화로써 출중하게 개봉해 전국100만의 흥행을 향해 꾸준하게 달려가고 있는 중이다. 입소문도 크게 나쁘지 않은 편이며, 브루스 윌리스 형님이 나오는 영화는 기본은 한다는 정설을 어느정도 확인시켜준 영화였다. 아쉽게도 미국에서는, 3주간 3200만달러 정도 벌고있는데, 이 정도의 SF영화에다가 꽤 퀄리티가 있는 영화로써는 좀 아쉬운 흥행성적이다. (미국인들은 요즘 이렇게 묵직한 영화보다는 별 생각없이 볼 수 있는 가벼운 영화를 찾는 듯하다. 아니면 완전한 새로움이 있는 영화가 아니라서 그럴지도... 이런 미래는 영화에서 너무 많이 봐오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그래도, 본인에게는 꽤 와닿는 미래 아니 현대사회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느끼게 해주었고, 브루스 윌리스 형님을 보는 맛과 볼거리가 출중하게 있었던 의외로 꽤 알찬 SF물이었다. 감독은 조나단 모스토우로 커트러셀 주연의 스릴러물 '브레이크다운', 'U-571', '터미네이터3-라이즈오브더머신'을 만든 사람으로, 조금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게는 하지만 기본이상은 한 작품이었다. 비슷하게 개봉한 게이머나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4에 비해서는 확실히 나았던 영화였던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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