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로게이트>를 극장에서 보게 된 이유에는 주연 배우인 브루스 윌리스라는 배우에 대한 기대감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내용도 인간과 로봇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혹시 <터미네이터>나 <아이 로봇>과 같은 재미를 주지 않을까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영화에 배경이나 주요 스토리가 공개되자 최근 개봉한 <게이머>와의 유사한 스토리 구조가 약간의 불안감을 심어 주었고 잘나가던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3편을 연출하여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외면받았던 연출력(?)을 뽐낸 조나단 모스토우가 연출을 맡았다는 우려에도 브루스 윌리스의 영화를 고르는 안목을 믿었고 예고편에서의 액션이 광고 문구처럼 '초대형 SF 블럭버스트'까지는 아니어도 왠만큼은 되리라는 기대감을 갖게 했습니다.
<게이머>와 유사한 흐름인 사람과 연결된 대리인(써로게이트)들이 활동하면서 발생한 살인 사건을 발단으로 인류의 위기를 구해낸다는 주요 내용은 배우들의 몸을 사리지않은 액션과 함께 무난한 비주얼과 스토리를 보이며 전개됩니다. 써로게이트의 손상에도 연결된 인간은 절대 안전하다는 신뢰가 무너진 전대미문의 사건에 대해 그리어(브루스 윌리스)는 제니퍼 (라다 미첼)와 배후를 알아내기 위한 추적을 합니다. 그리고 용의자를 추적하면서 'OD'라는 가공할 무기와 관련된 음모가 있음을 알게 되죠. 영화의 초 중반부까지는 액션의 비중이 높아 디지탈 범죄에 맞선 아날로그식 액션이 CG와 모발이식의 힘을 빌어 지루함을 잊게 해 주다가 후반부 드디어 밝혀진 배후와 다분히 철학적이기까지한 마지막 결말은 기계를 통한 인간의 삐뚤어진 의식에 대한 일침을 가하려고 합니다.
50이 넘은 나이에도 브루스 윌리스가 보여 주는 짧은 액션에 그나마 위안을 삼고 액션배우가 보여주는 고뇌하는 인간의 내면 연기는 조금 어색하지만 연륜에 힘입어 무난하게 넘어가게 됩니다. 써로게이트에 접속하는 인간이 누구인지 알기 힘들기에 써로게이트만 보면 누구인지 몰라 배후의 궁금증도 이야기 전개에 궁금증을 유발하는데 중요한 재미를 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로봇을 연기하는 배우들이 간간히 보이는 실수와 한 인간이 모든 인간을 순간의 선택으로 살린다는 지나친 과장과 이야기의 비현실성은 영화에 등장하는 조연들을 보는 순간 엄습해오는 불길함으로 이미 예견되었습니다. 제작비의 대부분을 브루스 윌리스에게 투자한 때문인지 주연 여배우를 큰 대표작없이 우리에게 <싸일런트 힐>이라는 공포 영화에서의 각인이 유일한 배우인 '라다 미첼'이 맡았고, 이번 영화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숨겨진 인물을 '제임스 크롬웰'이 맡고 있습니다. 크롬웰은 <비커밍 제인>, <스파이더맨 3>, <아이로봇> 등 상당히 많은 영화에 중요한 조연으로 얼굴을 비추고 계신 분으로 한마디로 약방에 감초같은 분이십니다만 다작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작품 하나 없으신 배우되시겠습니다.
거기에 가장 요주의 인물이신 '빙 라메스'가 계십니다. 인간 보호구역인 '드래드'에서 인간을 기계로부터 구원하려는 '예언자'로 등장하시는데 분장을 워낙 감쪽같이 하셔서 첨엔 몰랐습니다. <미션 임파서블>에서 덩치에 맞지 않게 뛰어난 컴퓨터 능력을 갖고 있는 인물로 나오신 배우이시죠. 아... 이분을 본 순간 불안했던 기운에 마침표를 찍으며 과감히 후반부에 마음을 비웠습니다. 역시나 영화는 제가 생각한 재미 이상을 뛰어 넘지는 못한채 쓸쓸히 막을 내렸습니다.
한때는 <다이하드> 시리즈로 할리웃을 주름잡으시고 그의 액션 영화에서 후회란 있을 수 없다는 신뢰를 새겨 주셨지만 지금은 흐르는 세월을 어쩌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주는 배우로 각인되는 브루스 윌리스... 섣부른 기대와 사전 정보의 부족으로 초래한 결과이니 누굴 원망할 필요도 없지만 그래도 혼신의 액션을 연기해 주신 브루스 윌리스는 1980년 단역으로 데뷔이래 여러 장르에 도전하며 배우의 자세를 알려주고 계십니다. 1인 2역을 소화하며 혼신을 다했지만 역부족인 이야기전개와 연출은 그의 수많은 작품 중 또 다른 범작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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