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라 그런가 눈물샘을 자극하는 영화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사랑, 가족, 감동.. 뭐 그런게 어울리는 계절이라고나 할까?
영화를 보는 내내 최강희의 '노는 고딩'연기도 귀엽고, 부산 사투리도 귀엽고
억센 엄마의 모습이 친근하면서도 뭔가 얄미운.. 그런 느낌을 받았다.
특히 오빠와 애자를 다르게 대하는 엄마의 모습에선 전~ 혀 낯설음을 느끼지 않았다.
극 중에서는 오빠가 어릴 때 사고로 인해 다리를 다쳐서 더욱 그러했다고 할지 모르겠으나
뭐 어쨌든 그냥 평범한 가정분위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우리집처럼.
내가 갓 대학에 입학했을 때,
집안에서 뭣 하나 제대로 해 주는 것 없이 이런저런 간섭만 하는게 너무 답답했다.
그래서 결정한 것이 출가.
사실 출가라고 할 건 없지만 부모님과 진중한 대화 끝에 허락받고 나온 것이니 분명히 가출은 아니다.
게다가 성인 아니던가?
어쨌든 그렇게 나와 살기 시작하며 월세, 전세를 알았고 청소하는 법, 빨래하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엄마, 아빠의 삶이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부모님을 만나는 건 답답할 때가 더 많다.
가끔씩 집에가면 직장(엄밀히 말하면 돈)이야기며, (나이가 있으니) 결혼 이야기며,
얼마전 아버지가 심하게 앓으신 이후로는 이제 그만 집에 들어오라는 이야기까지...
근데 인간이라는게 워낙 자유를 그리워 하는 종족인지라
한번 맛들인 자유를 그리 쉽게 포기고 싶진 않더라..
덕분에 지금까지 난 자유를 누리며 살고 있다.
물론 집에서 살 때보다 귀찮고 힘든 일은 많긴 하지만.(그런걸로 따지고 보면 자유를 얻은 만큼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 참 맞는 말인것 같다. 한마디로 쌤쌤이라는 것이다.)
이런 개인사정(?)이 있는 터라 이 영화가 더욱 많이 가슴에 와 닿았을지도 모른다.
어릴때부터 매일 엄마와 투닥투닥하던 딸 애자.
엄마의 잔소리가 듣기싫어 집 나온지 5년이 지나도록 집에 한 번 들리지 않은 딸.
그래도, 나름 자신의 삶을 줏대있게 꾸려나가려 하는 29살.
(그러나 여전히 성공하지 못 한 문학 지망생일 뿐이지만..)
그러던 어느날, 엄마의 병이 재발하면서 애자는 부산으로 내려오게 된다.
'엄마를 절 대 혼자둬선 안된다'는 의사선생님의 당부에
처음으로 엄마와 오랜시간을 함께 하게 된 애자.
서로 화내고 싸우고.. 그렇게 투닥투닥하다가 어느새 마음 깊숙히 있던 애정이 슬며시 나온다.
"퍼뜩와~ 애미 심심하다."
지금껏 낯설거나 민망해서 하지 못했던 속마음들이 무심한 듯 부끄러운 듯 표현되는 순간,
뭔지 모를 뜨거운 감정이 가슴속에 퍼지는걸 느낀다.
영화를 보고나서 그냥 문득 엄마에게 전화를 하고 싶어졌다.
우리 엄마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야 할텐데..
나도 모진 딸년이 되어선 안되는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소주도 한잔 할까 하다 그냥 잠이들었다.
올 추석엔 '애자'를 핑계로 엄마랑 데이트 한 번 해봐야겠다.
묵은 이야기도 하고 낯설은 표현도 해 볼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