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을 앞둔 행복해 보이는 부부가 병원에 들어 섭니다. 그러나 그녀의 진통이 심해지자 점점 이상한 기운이 맴돌기 시작하지요. 휠체어로 이동하면서 점점 심해지는 고통과 함께 피가 흐르고, 이어진 장면에선 절규하는 그녀를 위로하는 의사들이 아이가 죽었다며 마취도 안한 채로 그녀에게 끔찍한 일을 자행합니다. 이 모든 것이 꿈이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극도의 긴장을 멈출 수 없는 끔찍한 인트로가 그렇게 지나갑니다.
다른 완성도 높은 작품들처럼 <오펀>도 초반의 강렬한 인트로로, 앞으로의 영화 분위기와 공포 수준을 확실히 전달시켜 줍니다. 즐겁게 수십명이 춤을 추고 있는 배의 갑판에서 팽팽하던 쇠줄이 풀어지며 소녀를 제외한 모든 사람의 허리가 잘려 나가는 끔찍한 인트로를 보여 준 <고스트 쉽>만큼이나 강렬합니다.
CF 감독 출신이며 <하우스 오브 왁스>에서 끔직한 공포 이상을 선사한 '자움 콜렛 세라'의 신작 <오펀>은 스릴러의 긴장감과 왠만한 호러영화 이상의 공포를 주며, <식스센스>이후에 최고의 반전이라는 평가를 받는 잘 짜여진 스토리까지 거의 완벽한 작품입니다. <하우스...>에서 살아있는 사람을 잡아다 온몸에 왁스를 발라 서서히 죽어가는 장면과 아킬레스건을 칼로 끊어 도망가지도 못하게 만든 뒤 처참하게 죽이는 모습들처럼 인간으로 차마 할 수 없는 잔인한 행동을 통한 공포를 선사했다면, 이번 <오펀>은 섬뜩한 상황과 인간의 심리에 최대한 초점을 맞춘 공포를 보여 줍니다.
그렇게 강렬한 인트로가 지나, 아이를 잃은 케이트와 존 부부는 입양을 위해 고아원으로 갑니다. 그곳에서 혼자서 그림을 그리는 에스터를 만나 호감을 갖게 되고 입양을 결심하지요. 그리고 집으로 간 에스터는 다른 아이들과 다를 바 없는 소녀일 뿐입니다. 그런데 부부의 딸인 맥스에게는 청각 장애가 있습니다. 아이가 가진 청각 장애는 앞으로 이들 부부와 아이들에게 일어 날 공포감을 최대로 높이는 중요한 설정이기도 합니다. 외부 소리를 거의 듣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입모양으로 대화 내용을 안다거나 자신의 위치를 말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그런 설정이지요.
그렇게 처음 얼마간은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가 학교에서 자신을 놀리는 친구를 놀이터에서 보복을 시작으로 에스터의 흉폭하고 잔인한 행동은 시작됩니다. 그 뒤로 끊이지 않는 사건들이 발생하고 급기야 부부간에도 서로를 믿지 못하고 의심하는 상황까지 발전해 꼬여만 가지요. 이 모든 것이 9살 소녀 에스터가 꾸민 일이지만 입증할 수도, 말 할 수도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전하여 점점 파국으로 치닫게 됩니다.
잔인하게 살인을 하기 보다는 뭔가가 일어날 것 같은 긴장감을 최대한 지속시키다 관객이 방심하는 순간 깜작 놀라게 하는 장면이 많고, 별 것 아닌 사물을 촬영 기법과 연출로 도저히 맘을 놓을 수 없도록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범인을 아는 관객은 안타까운 마음에 '빨리.. 조금만 더' 를 마음 속으로 외치도록 몰입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가령, 케이트의 말을 믿어 주지 않고 에스터 편만을 들어 주는 존은 왜 그리도 바보같고 어리석어 보이는지... 에스터의 나쁜 행동을 직접 목격했지만 보복이 두려워 말도 하지 못하는 맥스의 안타까움도 마찬가지구요.
기막힌 반전이 있다는 사전 지식 때문에 오로지 반전을 맞춰 보겠다며 그것만 생각하려다 너무 무서웠고 상영시간 내내 긴장하며 관람한 <오펀>. 저 애가 분명 나쁜 짓을 하는 것이 분명한데 어떤 반전이 있다는 것인지... 그러나 경악을 금할 수 없는 놀라운 반전은 진짜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때부터 진짜 공포는 시작되기도 합니다. <오펀>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선 너무 반전에만 집착하기 보다는 내용을 즐기고, 공포를 느끼는 관람이 더 좋을 듯 합니다. 그만큼 탄탄한 스토리와 완벽한 연기가 압권이기 때문입니다.
처음 연기를 한다는 '이사벨 퍼먼'의 연기는 단연 압권입니다. 신들린 연기라는 표현도 부족해 보이네요. 나중에는 얼굴만 봐도 무섭습니다. <두번쨰 사랑>에서 이이를 갖고자 하정우와 육체 관계를 하다가 서로 사랑에 빠지는 역으로 우리에게 이미 인사를 한 '베라 파미가'가 이번엔 자신에 아이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거는 진한 모성애를 잘 보여 줍니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요람을 흔드는 손>과 <무언의 목격자>등의 이야기가 섞여 있는 것 같지만 분위기가 비슷할 뿐, 분명 색다른 재미와 공포를 준다고 확신합니다.
9살 소녀가 어떻게 저런 짓을 할까... 소름돋고 무서웠지만, 말이되는 결말로 완벽한 스릴러를 만들어 낸 <오펀>은 정말 추천하고 싶은 영화입니다. 한순간의 오판(잘못된 판단)과 아내말을 믿지 않은 가족의 수난 이야기...중요한 핵심을 알고 보시기 보다는 모르고 보시는 것이 훨씬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기에 추천은 하되,저도 절대 발설하지 않는 침묵 서약을 할 것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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