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영화를 인물에 대한 새로운 각도에서 보았다
메릴린 먼로는 할리우드의 찬란한 태양이던 시절 “오늘 밤 무슨 옷을 입고 잘 거냐”는 질문에 “샤넬 넘버 5”라고 말했다. 먼로를 비롯한 뭇 여성들의 사랑을 받았던 이 독특한 향수를 내놓았던 가브리엘 샤넬(1883∼1971) 본인은 ‘샤넬 넘버 1’을 애용했다. 오로지 자신만이 쓰기 위해 만들었던 향수였다. 그녀는 평생 자신만의 개성에 자부심을 느꼈고, “내가 곧 스타일이다”라고 말하곤 했다.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 14세가 “짐이 곧 국가다”라고 말했던 사실을 흉내낸 것이었다. 샤넬은 20세기 세계 패션계의 군주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 화려한 여제(女帝)의 출생은 초라했다. 프랑스의 시골 마을 소뮈르의 가난한 처녀와 장돌뱅이 사이에서 태어난 그녀는 학비가 면제되는 수녀원 부설 학교에서 고아처럼 자랐고 옷 수선 여공으로, 밤무대 여가수로 전전했다. 샤넬의 초년 인생은 이렇듯 볼품없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당시 카페에서 불렀던 노래 ‘누가 코코를 보았는가’의 ‘코코’는 디자이너가 된 뒤에도 그녀의 애칭이 됐으며 그 약자인 ‘두 개의 C’자 모양 로고는 세계 제일의 패션을 보증하는 수표가 됐다. 파리의 프리랜서 작가가 쓴 이 책은 그처럼 비약적 성공을 거둔 한 야심만만한 여성의 빛나는 야망과 화려했던 사교생활, 운명적으로 나눴던 사랑들과 가슴 아픈 파국들에 대해 쓴 평전이다. 이야기는 드라마틱하며, 선명한 이미지의 문장들은 정열적이고 감각적이다.
스물다섯 살 시절의 샤넬은 밤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다가 프랑스 부호 에티엔 발장의 정부가 됐다. 그의 돈으로 파리에 모자점을 냈고, 진정한 의미의 첫 애인이었던 영국 부호 보이 카펠의 도움으로 의류업계에서 도약하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연기 아서와에 사랑을 숨김없이 그린 이작품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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