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단 한명에게 10억원 상금이 걸린 게임에 9명이 초대됩니다. 그들은 모두 1등을 해서 상금을 받아 새로운 삶을 살고 싶어 호주로 날아가죠. 그러나 첫 게임의 탈락자를 시작으로 뭔가 이상한 기운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두번째 게임에서 발견된 첫 탈락자의 시체... 이제 이 게임은 더 이상 게임이 아닌 생명을 담보한 말그대로 서바이벌 게임이라는 것을 알게 된 참가자들은 감독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자 필사의 탈출을 감행합니다. 도대체 어떤 의도로 그들은 게임에 초대되었고 감독의 숨은 사연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그들은 왜 게임을 계속할 수 밖에 없었을까?
비슷한 내용으로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떠 오르고 비슷한 내용으로 이미 몇편의 작품이 있었기에 새로운 참신한 맛은 떨어지지만 그래도 영화는 추리와 스릴러의 영역을 넘나들며 관객들과의 게임을 하고자 합니다. 초대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에게 저런 짓을 하는 감독의 사연은 무얼까.... 그 수수께끼를 풀어야 하지만 꽁꽁 숨겨진 단서는 관객들에게 쉽게 해답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단지 첫장면에서 보여진 조유진(신민아)이 유일한 생존자라는 사실만을 알려 줄 뿐 관객들을 참여시키지 않는 배타성을 보입니다.
참가자에겐 전혀 공통점을 찾을 수 없어 한명씩 희생되는 상황에서도 이유를 알 수 없는 답답함이 계속 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의 연속으로 원하든 원하지 않든 게임은 진행됩니다. 게임이 진행될 수록 잘 짜여졌던 스토리에 조금씩 헛점이 보이기도 하자만 이 작품에선 그런 헛점은 영화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에 숨겨져 크게 도드라지진 않습니다. 거의 후반부 드디어 그들의 숨겨졌던 이야기가 드러나면서 감독이 그 게임을 시작한 이유와 다른 참가자들이 참가하게 된 배경이 드러나며 영화에서 지금껏 비밀에 부쳐졌던 해답이 공개됩니다.
처음엔 경쟁적인 관계의 참가자들이었지만 생명에 위협으로 인한 단합도 잠시 그들의 협동은 결국 돈의 힘 앞에 무너지는 양면적인 이기심의 표본을 꼬집습니다. 그리고 급속한 사회의 발전의 문제점으로 드러나는 '나만 아니면 된다'거나 '내 대신 누가 하겠지'가 부르는 심각한 사회 문제의 비극을 보여 줍니다. 절실한 주변의 도움을 필요로하는 상황에 처하면, 주변 사람들은 내가 저런 상황에 처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안도감과 함께 다른 사람이 도와주겠지라는 생각으로 그냥 지나쳐버리는 모습을 요즘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직접적인 나쁜 짓처럼 무서운 무관심이라는 녀석니다.
박해일의 차분하면서 냉철한 연기, 이민기의 위기에 상황에서 볼 수 있는 인간의 말초적 행동과 극단적인 행동의 모습, 인간의 배신과 상처로 가슴에 칼을 묻고 다른 사람들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비극적 인물을 연기한 박휘순은 이번 작품에 간혹 있는 아쉬운 단점을 메워주기에 충분하지만 신민아의 연기는 예쁜 미모로 용서하기엔 아쉬움이 남는 연기를 보여 줍니다. 영화 속 상대 배우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그녀의 징크스는 이번에도 계속될지...
사회가 변하면서 우리의 모습도 많이 변하고 있습니다. 개인주의적이고 각박해지는 현실... 그래도 아직은 따듯함을 느끼는 덕에 살아갈 수 있다지만 지구가 온난화로 뜨거워지는 만큼 인간들은 차가와져만 가고 있습니다. 그런 시대적 아품을 배경으로 재물에 대한 욕망과 사회 문제를 꼬집는 <10억>은 흥미로운 전개와 추리라는 방식과 잘 어울어져 관객에게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괜찮은 작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