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났다. 엔딩곡을 들으며 난 눈물을 훔쳤다.
그저 예전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같은 스포츠영화일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비인기종목운동을 위해 땀흘리고 애쓰는 이들의 모습만 보여줬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영화, 단지 그것만 표현하지 않았다. 비인기종목운동경기에 대한 시선과 현실,의지를 각각 주인공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현실, 의지와 교묘히 섞여 있다. 그들은 스키점프만 한 것이 아니라, 각자 스스로가 어두운 현실에서 점프하고 있었다. 시원스럽게......
어린시절 여동생과 미국으로 입양되어 생모를 찾기 위해 한국을 다시 찾은 밥(하정우)과 여자만 밝히는 나이트클럽 웨이터 흥철(김동욱), 항상 무서운 아버지의 그늘에서만 살아온 재복(최재환), 병든 할머니와 약간 모자란 동생을 돌봐야 하는 칠구(김지석)가 모여 생뚱맞게 '스키점프'라는 운동경기를 경험하게 된다. 이들의 삶은 객관적으로 참 퍽퍽한 삶이다. 영화 속 운동경기때문에 생겨난 삶의 고단함이 아닌 그들 각자의 고유한 퍽퍽한 삶 말이다. 그 퍽퍽함이 점프대나 장비도 하나없이 무작정 '스키점프'를 도전하는 그들의 퍽퍽한 고단함과 닮았다. 이 교묘한 닮은 꼴은 영화의 끝까지 연결된다. 내가 이 영화에서 감동하고 높이 평가하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단순히 대한민국마크를 달고 동게올림픽에 참가하는 그들의 모습으로 감동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말도 안되는 환경에서도 해내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그들각자의 삶에서 자신을 억눌렀던 그것과 화해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국가대표'란 화해하는 과정이다. 무뚝뚝하고 서먹하기만한 서투른 우리네의 감정을 끄집어 내주는 계기가 된다.
눈이 아찔할정도의 높이와 경사에서 빠른 속도로 내려와 점프를 하는 순간, 허공을 가르며 시원히 날아가는 모습은 내 마음까지 시원해졌다. 러브홀릭의 시원한 엔딩곡이 너무 시원했다. 경기장의 풍경이 모두 눈에 들어오는 광경이 마치 세상의 모든 것을 보는 듯 시원하게 눈에 들어왔다. 점프대에서의 도약은 그들이 꿈꾸는 밝은 미래를 보듯 내 가슴도 설레고 기대하게 했다.
감동과 함께 역시나 웃음코드역시 다채롭다. 가슴찡하게 하다가 배꼽잡다가를 반복하게 한다. 초반 입양아가 저지르는 실수에 대한 웃음코드는 정말 대단한 발상이다. 일어날 수 있지만, 머릿속으로 만들기는 어려운 자연스러움이다. 영화속 만들어진 웃음코드에 익숙한 우리에게서는 오히려 더 어색할 수도 있는 부분인데, 되씹어볼수록 자연스러움이 느껴진다. 게다가 그 자연스러움은 하정우라는 명배우의 연기력 덕분에 연기라는 느낌은 전혀 없고 어눌한 입양아의 모습을 보여준다. 웃으면서도 이런 표현을 만들어내는 감독의 솜씨가 소름끼쳤다.
요즘들어 개봉하는 한국영화들이 헐리우드의 영화 못지 않음을 뛰어넘어 더 멋진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 같아서 뿌듯하다. 한국인 정서에 맞는 감동과 다양한 웃음코드, 고질병처럼 꼭 있어야 한다고 믿는 교훈적인 메세지에다가 상업적인 면까지도 잘 섞여 있다. 헐리우드 대작들이 너무 많은 상영관수를 차지해서 너무나 쉽게 관객수를 돌파하는 것에 비해 개봉전까지 별 기대도 않던 영화들이 입소문으로 퍼져 관객을 끌어모으는 기현상을 발휘하는 한국영화에게 응원을 보낸다. 아직도 열악한 환경에 투자도 쉽지 않지만 그 어려움속에서도 작품을 만들어내는 모습들이 어쩌면 이 영화'국가대표'속 주인공들의 모습과 비슷할 수도 있겠다. 홍보가 부족해서 걱정된다는 영화관계자의 걱정이 관객들의 입소문 마케팅으로 덜어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2003년 제21회 타르비시오 동계 유니버시아드 개인전, 단체전 금메달
2003년 제5회 아오모리 동계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
2007년 제23회 토리노 동계 유니버시아드 개인전, 단체전 은메달
2009년 제24회 동계 유니버시아드 개인전, 단체전 금메달.
마지막 이 문구가 더 뭉쿨한 건 한국인의 고질병인가부다. 그노무 금메달 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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