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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그미투헬 짱. 드래그 미 투 헬
ashead 2009-06-21 오전 4:55:02 3407   [0]
샘 레이미 감독을 진정 인정하는 사람이라면 그를 '<스파이더 맨>의 그 감독'이라고 하기보다 '<이블 데드>의 그 감독'이라 칭할 것이다. 그만큼 <이블 데드>는 샘 레이미 감독의 향후 영화 스타일을 좌지우지할 만큼 뚜렷한 개성으로 그를 상징하는 작품이 되었다. 쉴 새 없이 휘몰아치는 격한 공포와 스릴의 카타르시스 속에서 충격적 비주얼이 펼쳐지는데도 웃음이 피식피식 나오는 롤러코스터식 전개는 으시시한 음악과 영상으로 덜컥 겁부터 주는 기존 공포영화들과는 확연히 다른 캐릭터를 확립시켰고, 공포영화도 관객들이 깔깔거리며 팝콘을 곁에 두고 볼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런 그의 재능은 많은 세월이 지나 서부극(<퀵 앤 데드>), 범죄극(<심플 플랜>), 멜로물(<사랑을 위하여>), 블럭버스터(<스파이더 맨> 시리즈) 등으로 옮겨 왔지만 그가 데뷔작에서 보여준 재기발랄한 감각은 매 작품마다 일정 부분 꿈틀거리고 있었다. 특히나 <스파이더 맨> 시리즈 내내 보여 온 B급 만화스런 영상과 유머 감각은 그가 아니었으면 좀체 보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한동안 자신의 고향과도 같은 영역을 떠나 있던 그가 드디어 필모그래피의 출발점으로 돌아왔다. 특히나 10년 가까이 대자본의 거대한 힘을 톡톡히 누려 왔던 그인지라 본연의 호러 감각이 여전히 살아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는데, 아니나다를까 <드래그 미 투 헬>은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월척임에 다름없다. 21세기 들어 나온 헐리웃 호러물 중 가장 출중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이 영화는 짧은 상영시간동안 결코 질질 끌지도 않고, 구차한 이유도 붙이지 않고 관객들을 아주 제대로 극한까지 몰아붙이며 식은땀이 범람할 호러 카타르시스를 뿜어낸다.
 
넉넉치만은 않은 환경이지만 나름 열심히 직장인으로서 살아왔고, 번듯한 대학교수를 남자친구(저스틴 롱)로 둔 크리스틴(앨리슨 로먼). 은행에서 대출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그는 마침 공석이 되어 있는 팀장 자리 승진에 유력한 후보인 상황인데, 난처한 상황에서 그녀가 보여줄 능력에 의해 그녀가 승진할지 말지가 달려 있다. 그러던 어느날 으스스한 분위기를 풍기는 가누시라는 집시 할매가 차압당할 위기에 놓인 집을 구해달라며 대출금 상환 기간을 조금만 더 늘려줄 것을 요구한다. 평소의 크리스틴 같았으면 대번에 승인을 해줬겠지만, 현재는 승진때문에 매우 민감하다. 더구나 남자친구에게 부끄럽지 않을 만큼 번듯하게 성공하자는 마음까지 더해져 그녀는 다소 매정하게 할매의 부탁을 거절한다. 그런데 여기에 앙심을 품고 할매가 퇴근하는 크리스틴을 습격한다. 그리고는 그녀에게 거는 의문의 저주. 그것은 바로 3일간 희생자를 지독하게 괴롭히고 그 뒤에 지옥으로 끌고 간다는 악마 라미아의 저주였다. 웃어 넘기려고 해도 크리스틴 주위에서는 연일 폭풍같은 공포가 엄습한다. 크리스틴은 3일 안에 자신에게 붙은 라미아의 저주를 떼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3일 뒤에 '진짜' 지옥으로 끌려간다.
 
 
샘 레이미 감독이 마치 데뷔 시절로 돌아간 듯 마음껏 그의 재기를 펼쳐 낸 이 호러물에는 현대적인 즐거움과 고전적인 풍미가 함께 담겨 있다. 우선 젊은 배우들이 보여주는 캐릭터와 연기는 이 영화가 분명 호러물임에도 마치 미드의 한 장면을 보는 듯 발랄하다. 고생많은 여주인공 크리스틴 역의 앨리슨 로먼은 나름 성실하면서도 소신이 있다기보다는 다소 우유부단하게 행동하는 캐릭터(그녀는 이 모든 상황에 대해 '그래 모두 나 때문이야'라고 멋있게 책임지기보다 '상사가 시켰어!'하고 살짝 내뺀다)를 밉지 않게 표현해 냈고, 크리스틴의 남자친구 클레이 역의 저스틴 롱은 언뜻 무게 있어보이면서도 자신의 신념과 배치되는 상황(미신, 악령)에 여간 난처한 게 아닌 심리학과 교수 캐릭터를 재치있게 풀어냈다.
 
이 영화가 풍기는 고전미(?)는 영화가 공포를 표현하는 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미신과 영적 요소가 근간이 되는 오컬트 호러의 형식을 띠고 있는데, 저주와 악령, 이를 풀고자 하는 의식 등은 수십년 전 등장했던 <엑소시스트>, <오멘>, <악마의 씨>같은 고전 호러를 선뜻 연상케 하는 부분이다. 더구나 영화 제작사와 배급사, 제목이 등장하는 오프닝은 현재 쓰이고 있는 것이 아닌 수십년 전 쓰였던 구식 버전으로 등장하면서 순간적으로 이 영화를 2009년에 만들어진 따끈따끈한 신작이 아닌, 한 20여년은 된 예전 영화인 양 착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영화는 최신작이라고 해서 트렌드의 최전선을 달린다기보다, 오히려 호러영화가 줄 수 있는 고전적인 양식과 분위기를 충실히 연출하는 듯하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우아하고 고상한 모습만 보여주면 샘 레이미식 재기발랄함이라 할 수 있으랴. 그는 이 영화를 '고전적 호러'라는 틀 안에 결코 가둘 수 없게끔 자신만의 장난기와 약간의 악취미를 영화 곳곳에 풀어놓았다. 우선 악령과 저주를 다룬 공포영화라고 해서 마냥 심령공포만 무기로 삼은 게 아니다. 샘 레이미가 <이블 데드>에서 보여준 전적이 있듯이, '15세 관람가'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몸호러'가 펼쳐진다. 시체에서 쏟아지는 오물을 삼키게 된다거나, 성인의 팔이 그대로 입 안으로 쑥 들어간다든가, 눈알이 튀어나온다든가 하는 꽤 자극적인 장면들이 언제 어디서 관객들을 덮칠지 모른다. 워낙에 갑작스럽고 살짝쿵 비현실적이라 피식 웃음마저 나오는 이런 '건전한 쇼크'는 그만의 장난기임을 인정하게 한다. 뿐만 아니라 주인공을 괴롭히는 공포를 불러오는 주된 수단으로 파리라는 흔한 곤충을 선택하는데, 무슨 무시무시한 벌레도 아니고 주변에 너무 흔하게 있어서 별것 아닌, 심지어 '웽웽' 소리때문에 경박하게까지 느껴지는 이 곤충을 선택함으로써 공포가 엄습할 순간에도 음산한 분위기를 잡기보다 잉잉거리면서 오히려 분위기를 깨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부담스러운 사전 분위기 조성으로 관객들을 압박하기보다 이렇게 경박한 웽웽 소리로 관객들을 붕 띄웠다가 갑자기 덮치는 공포 효과는 당하면서도 왠지 발랄한 느낌을 가득 담고 있다. 이외에도 사실은 '주인공이 대출금 상환기간 연장을 거절했다가 악마의 저주에 걸린다'는 한 줄짜리 줄거리에서부터 영화는 피식 웃음을 일으킨다.
 
강렬한 오프닝을 통해 감독은 '지옥으로 끌고 가는 악마의 저주'라는, 어떻게 보면 매우 비현실적인 소재에 관객이 오히려 '오, 이거 꽤 무시무시하겠는데' 하고 집중할 수 있게 하는 발판을 만들어 놓는다. 그렇게 만든 기초 위에 감독은 인정사정없는 공포 효과를 관객들을 마구 '후려친다'. 샘 레이미의 이전 영화들에서도 보여줬듯, 기왕에 쇼킹한 장면을 보여줄 거라면 몇분동안 분위기 조성했다가 단 몇초로 싱겁게 끝내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한 템포 늦은 듯 관객들을 낚았다가 방심시킨 뒤에 갑자기 사정없이 몰아치면서 몇 십초에서 길면 몇 분간 마치 롤러코스터를 태운 듯 관객들을 휘어잡고는 한동안 무자비하게 흔든다.  으스스하게 사람 마음 졸이게 하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놀라게 하고 사라지는 수준이 아니라 벌컥 놀라게 한 가슴을 한 몇 분동안은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는 얘기다. 악령이 보여주는 저주의 효과가 천천히 스며드는 게 아니라 사람을 아주 만신창이로 만들만큼 격렬해서, 거기 휩쓸리다보면 관객도 주인공과 덩달아 지치게 느껴질 정도다.
 
심지어 롤러코스터는 이렇게 한바탕 사람을 쥐어 흔들었다가 안정되게 원점으로 돌아오기라도 하지, 이 영화는 그런 친절함도 사치로 여긴 듯 버렸다. 공포영화의 특징이 원래 안심시켰다가 결말에서 꺼림직한 떡밥을 하나 던지고 끝나긴 하지만, 이 영화는 그 정도 수준이 아니다. 시작부터 사람을 오지게 흥분시키는 이 영화는 결말까지도 관객의 심리를 어지간한 클라이맥스 못지 않게 확 긴장시켰다가 그 상태에서 급맺어버린다. 이건 미완성이 아니라, 공포의 절정을 결말로 선택함으로써 관객들을 공포 카타르시스의 정점으로 끌어들이고야 마는 감독의 전략인 것이다. 마치 롤러코스터에서 최고 각도로 낙하했다가 그대로 땅바닥에 매다꽂힌 양, 그렇게 관객들을 얼얼하게 하는 결말은 샘 레이미 감독이 왜 호러를 잘 만드는 감독인지를 온몸으로 느끼게 한다. 장담하건대, 이 영화의 결말을 본 분들은 대부분 마치 한 대 맞은 듯 얼얼한 기분이 드실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롤러코스터처럼 극한의 스릴을 선사하는 와중에 왜 이런 일이 생기고, 어디서부터 이런 일들이 비롯되는 건지 영화가 친절하게 설명해주는가 하면 그건 결코 아니다. 영화는 가누시 부인이 라미아의 저주를 어떻게 불러낸 건지, 그녀가 라미아와 어떤 연관이 있는건지, 왜 라미아는 다른 것도 마다하고 크리스틴만 쫓는지 따위는 눈꼽만큼도 관심 없다. 크리스틴은 그저 자신에게 날벼락같이 다가온 저주에 마냥 당할 뿐이고, 라미아는 그저 별다른 이유없이 크리스틴을 생지옥으로 내몬다. 호러물 속 귀신이나 살인마라면 으레 등장할 법한 복잡한 배경과 구구절절한 사연조차도 이 영화에선 사치일 뿐이다. 영화 속에서 무궁무진(?)하게 펼쳐지는 저주에 휩싸이다보면 그런 거 따질 시간도 없을지 모른다. 샘 레이미는 아무런 의문 갖지 말고 그저 만끽하라며 장난기 어린 웃음을 던진다.
 
이렇게 앞뒤 사정 봐주지 않는 무자비한 공포영화 <드래그 미 투 헬>은 구차한 설명도, 시덥잖은 특수효과도, 질질 끄는 결말도 없다. 설명은 최대한 간결하고, 특수효과는 관객을 들었다 놓았다 할 만큼 강력하며, 결말은 최대의 클라이맥스다. 복잡한 이야기가 없으니 스토리가 부실한 게 아니냐 할 수도 있겠으나 그것도 오산이다. 각종 소품 장치와 음산한 전설, 약간의 악취미를 예측불허로 활용한 이야기 전개는 저주의 향연 만으로 관객들을 정신없게 하기에 충분할 만큼 탄탄하다. 실로 오랜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샘 레이미는 이 영화를 통해 그의 감각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아니 어쩌면 점점 더 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건 장인정신과는 사뭇 다르다. 자신도 즐겁게, 관객도 즐겁게 신나는 난장판으로 영화를 장악하는 초특급 테크니션의 역작이다. 묻지도 따지지도 마시라. 그저 A급 호러 감독이 신나게 차려 놓은 A급 호러 축제를 마음껏 즐기시라.

(총 1명 참여)
zoophi
저도 보고싶네요   
2010-01-29 19:59
ekduds92
잘읽었어여~   
2009-07-19 20:06
kimshbb
잘일엇어요   
2009-06-30 23:06
egg2
초특급 테크니션의 역작   
2009-06-23 04:28
prettyaid
잘읽었습니다^^   
2009-06-22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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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그 미 투 헬(2009, Drag Me to Hell)
제작사 : Ghost House Pictures / 배급사 : (주)케이디미디어
수입사 : (주)케이디미디어 / 공식홈페이지 : http://www.dragmetoh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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