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들에게는 베일에 쌓여 있는 종교의 신비스럽고 은밀한 내용들. 그리고 전편보다 긴박한 사건 전개로 채워진 재미를 주는 영화.
2003년 3월 다빈치 코드가 발간되자 종교계를 비롯하여 일반 독자들에게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당연히 소설이라 사실을 알고 읽었음에도 지나치게 사실적인 묘사와 정황의 일치는
'어쩌면 사실일 수도 ...'라는 생각의 불씨를 피우게되었죠. 마지막의 엔딩이 역시 소설이구나를 느끼게 해 주긴 했지만 그래도 근래 최고의 베스트 셀러이자 여러 분야에 영향을 미쳤던 책 중에 하나라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 책을 2006년도에 론 하워드 감독이 영화에 옮겨 역시 큰 히트를 치게 됩니다. 톰 행크스와 오드리 토투가 주인공을 맡았는데요... 책 속의 상상 속 주인공이 나름 잘 맞아 떨어졌다와 아니다라는 평가가 조금은 엊갈리기도 했지만 그들의 영화속 모습이 잘 어울려 보여 나름 매력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론하워드 감독은 댄 브라운의 비슷한 시기의 작품인 '천사와 악마'를 또 다시 영화에 옮겨 이번에 개봉을 하였습니다.
전작처럼 종교의 비밀스러운 부분을 파헤치기보다는 종교와 관련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박진감 넘치게 표현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네요. 이 점은 댄 브라운에게 새로운 무언가를 찾고자 하는 관객에게는 약간의 실망을 줄 수도 있어
보입니다. '더이상 새로울 것 없는 그의 전문분야에서 상업적으로 관심을 끌 수 있는 소재와 사건을 다룬 작품'이라면 지나친 혹평일텐데... 그런 작품을 왜 영화로 만들었을까요?
실제로 이 작품은 전세계적으로 전작을 뛰어넘는 공존의 히트를 하지는 못한 작품입니다만
애초에 저자의 의도가 전혀 별개인 작품으로 이번 작품은 종교 내부에서 벌어지는 은밀함속에 벌어진 사건에 보다 집중한 어떤 면에서는 영화적 장르에 보다 적합한 작품일 수 있습니다.
어쩌면 냉정한 평가도 희대의 명작을 발표한 천재에게 기대하는 높아진 눈 높이 때문이겠지요...
론 하워드 감독도 다빈치 코드에서 자신만의 감각과 개성을 도드라지게 보이려하지 않고 원작의 내용을 충실히 옮겼었죠.
그런 점은 이번 작품에서도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데, 그것 외에 우선 눈에 띄이는 점은 여배우입니다. 전편의 오드리 토투처럼 지명도에서 차이가 나는 여배우가 맡은 점이죠.
우리나라에서만 지명도가 낮을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전작은 그녀의 후반부 존재가 매우 중요했던 점과 달리 이번 작품에서는 랭던을 도와주는 조수 정도의 비중이다보니 나름 이해도 갑니다.
하지만 감독의 의견을 넣어 전작처럼 약간의 로맨스를 넣었다면 좀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그리고 전편이 미처 알지 못했던 종교의 기존 지식을 완전히 뒤엎는 설정과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속에서 그 단서를 찾아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교황의 사망 후 교황으로 새로이 추대받을 4명이 납치되어 시간마다 살해당할 위기속에서 인질을 시간안에 구해야하는 설정이 압권인 영화입니다.
한 시간 간격으로 살해하며 희생자에 '흙, 공기, 불, 물' 이라는 표시를 하나씩 남깁니다. 다음 희생자를 막기 위해 제한된 시간안에 다음 장소를 찾아내 살해를 막아야하는 긴박함. 마치 영화 '세븐'을 연상시키는 듯한 진행은 익순한 방식이긴 하지만 좀 더 짧은 시간안에,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방해만 하는 조직과도 다투어야 하는 점은 관객을 더 안타깝게 만드는
설정의 차이가 있습니다.
거기에 누가 진정한 배후자 인지까지 밝혀야 하는 랭던의 활약이 주는 긴박함과 일반인들은
쉽게 접하기 힘든 종교의 은밀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라는 점은 바티칸의 주변 종교적 명소가 주는 간접 관광이라는 책이 주지 못하는 보너스까지 얻을 수 있는 영화에서만이 느낄 수 있는 차별성입니다.
그리고 연속된 느낌을 주기 위함인지 랭던 박사는 역시 '톰 행크스'가 맡았네요. 종교의 역사와 해박한 지식에 전문성을 인정받은 그는 교황의 사망 후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수사팀에 중요한 인물로 등장합니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조금 더 특유의 유머를 살리고 액션의 강도롤 높인 점이 눈에 띄이구요. 랭던 박사를 다른 사람이 한다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톰은 작품속 주인공과 더불어 감독과의 완벽한 호흡을 보입니다.
그런데 제목은 왜 천사와 악마일까요? 우리가 천사로 알고 있는 종교에 귀의한 분들 중에도 사악한 행위를 하며 악마적 모습을 띄고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천사와 같은 삶을 살더라도 한 순간에 잘못된 판단으로 악마가 될 수도 있음을 보일 수도 있겠지요. 아니면 천사와 같은 사람과 악마같은 사람이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가고 있다...등등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한 제목입니다.
하지만 구태여 제목과 영화 내용을 맞추기 보다는 그냥 영화에 집중하며 보아도 정말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전편만큼 종교적으로 충격적인 내용이 없다는 점과 기존 미스테리 영화에서 다루는 일반적 코드 전개. 전혀 내용을 모른 채 예상한 부분이 맞아 떨어지는 점이 조금 아쉽긴 합니다만....
전작과 차별화된 원작이 가지는 매력을 본다면 충분히 작품성과 재미를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뻔한 결론이라고 생각한다면 인간은 어차피 죽는다는 뻔한 설정속에서 갖가지 사건과 사고가 일어나듯 궁극의 결말보다는 그 과정을 들여다보면 이번 작품도 꽤 흥미롭고 예상치 못한 점이 많다는 것을 볼 수 있지요.
영화 초반부 과학의 힘으로 만들어 낸 과학의 산물이 후반부 마치 천지창조를 이루는 듯한 장면을 볼 때 책에서는 이 장면을 어떻게 묘사했을까 궁금해집니다. 또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점이 대부분인 종교의 사상과 역사....
어쩌면 절대 공존할 수 없을 것 같지만 마치 천사와 악마처럼 우리 주변에는 서로 공존하고
있는 이 두가지. 한순간의 실수로 천사가 악마가 되는 이 세상...
우리의 선택은 분명하지만 어쩌다 보면 악마로 살게 되는 우리에게 천사로 살아가야하는 이유를 영화를 통해 전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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