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새벽까지 축구를 같이 볼 수 있는 친구이자 애인이자
너무도 사랑스러운 아내와 결혼한 한 명의 평범한 남자의 시점에서 그려지고 있다.
단, 사랑스런 아내의 문제점이 있다면 너무도 프리(^^;)하다는 점?
연애할 때에 새벽까지 술을 먹고 외박을 일삼던 그녀를 연애의 종말이라 생각하는 결혼으로 끌여들이고자 한다.
그러나 영화의 시작은 그때부터 시작이었고 결혼은 연애의 끝이 아닌 새로운 감정이
싹트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이겠지만 아내는 결혼을 하게 됨으로써 만약 연애만 알던 때였다면
그냥 놀다가 헤어질 수 있었던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하고 싶다는 감정이 든 것이다.
나는 영화를 보던 중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중 생활이 시작된 후 과연 부인과 남편,
그리고 새로운 남편은 모두 행복해졌을까?
우선 확실히 본래 남편은 아니다.
모든 상황들이 그대로라면 아름다운 부인과 행복하게 살았을 텐데...
영화 중간 중간 그는 너무도 외로워보였다.
아내의 흔적만이, 아내의 물건만이 집에 있을 뿐,
정작 보고 싶은 아내는 저 멀리 있는 것을 어찌하랴...
그리고 새로운 남편 또한 아니라고 생각한다.
비록 다른 사람의 아내를 자기 아내로 맞아 들였으나
뭔가 계속해서 불편하고, 아내가 본래 남편을 더 배려해주는
모습을 보고 있을 수 밖에 없고,
결혼을 하긴 하였으나 불륜을 하고 있는 것 같은 감정을 지우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내는 행복해졌을까? 그랬을 것이라 생각한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결혼 생활을 해왔고,
두 남편 모두 자신에게는 너무도 소중한 존재이며, 놓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우리 아기'는 두 남편과 자신을 이어주는
중요한 보물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이 영화의 정말 매력적인 부분은 정말 말도 안 되는
(결혼한 아내가 결혼한다라는) 시나리오를
정말 그럴 듯하게 그려냈다는 것이 있다.
이 영화는 그동안 한국인의 뇌리속에 굳게 자리 잡혀있던
연애와 결혼의 고정관념을 타도하고 있다.
그러나 연애와 결혼의 단계적 차이라던지,
당사자들간의 심리적 상태에서는 확연히 거리를 두었다.
연애는 서로의 약점을 보고 지적하는 것이며,
하다가 서로가 안 맞으면 그저 관두면 되는 것으로 보고 있고
결혼은 서로의 장.단점을 가리지 않고 감싸주며,
서로가 안 맞으면 쉽게 놓을 수 없는 무언가 끈끈한 줄을 이어놓았다.
이러한 확연한 차이를 둔 것이
자칫하면 영화가 그저 일반 불륜 영화가 되어 버리는 것을 방지해 주었다.
처음 극장에서 봤을때 무난한 영화를 기대하고 봐서 그런지
초반부 정말 당황도 많이 하고 했는데
영화가 후반부로 달려갈수록
점차 눈에 착착 감기는 매력이 있다.
극장을 떠나서도 영화의 잔상이 쉽게 없어지지 않았다.
앞으로도 쉽게 잊혀지지 않는 신선한 영화가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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