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 영화는 멜로라고 부르기 애매합니다. 제독과 그의 연인 사이의 사랑 이야기가 나오기는 하지만
이 영화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는 주인공 콜챠크가 얼마나 위대한 영웅이었는가죠
아... 그런데 공산주의 혁명이후 러시아 역사를 잘모르는 관객들에겐 이야기 전개가 좀 어려울수도 있습니다.
참고 삼아 말씀드리자면 1917년 순양함 오로라호가 겨울궁전에 포격을 가하면서
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났고 볼셰비키가 권력을 장악하면서 제정러시아 황제는 폐위 당합니다.
이후 러시아에선 내전(內戰)이 일어났는데
공산주의 혁명을 일으킨 붉은군대(적군)와 제정 러시아를 수호하고 황제를 복권 시키려는 백군 사이의
전쟁이 바로 그것입니다.
제독의 연인에 등장하는 콜챠크 제독은 볼셰비키에 맞서서 조국 러시아를 지켜내기 위해
백군을 이끌던 군인입니다. 그래서 인지 영화는 안나와 콜챠크의 사랑에 대한 묘사보다는
Red Army와 White Army 간에 벌어지는 치열한 전투에 더 치중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한층 진보된 기술력이 영화속 해전과 육상전에 사실감을 더하고 있으며
참혹한 내전속에 사랑하는 연인을 먼발치에서 바라만 봐야 하는 안나의 안타까운 심정도 잘 묘사가 되긴했으나...
탄탄한 연출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관객들이 보기엔
두 주인공의 멜로는 흡인력이 그리 강해 보이지 않습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혁명으로 일어난 내전과 그와중에 출세의 기회를 거부하고 자신의 조국과
황제에 충성하며 붉은 군대와 맞선 해군제독의 영웅적 일대기에 더 많은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 영화가 보여주는 힘있는 영상과 섬세한 연출은 분명 높이 사고 싶습니다.
영웅담에 심취해서 멜로가 파묻히는 느낌이 있기는 하지만 감정 과잉을 적절히 억누르며
과거를 추억하는 안나의 안타까운 사랑은 영화 종반부에서 적잖은 감동을 안겨줍니다.
전체적으로 보았을때 제독의 연인은 광고 문구처럼 '타이타닉'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멜깁슨이 주연했던 '패트리어트' 적인 색깔도 꽤 강한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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