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와서 뭘할까하다 이번달부터 신청한 케이블테레비를 습관적으로 튼다.
월 2만원씩 내주는데 봐야지.. 사실 영국프로축구와 스타교육방송때문에
신청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지만.. 100개가 넘는 채널을 그냥 섞히기는
아깝기에 보든 안보든 켜둔다. 그동안 테레비란 대중매체와는 담을 쌓고살아온
나에게는 새로운 문화혁명이다.
역시 그다지 흥미가는건 없다. 뭐 영화나 한편 보고잘까하다 아담샌들러의 다른
영화뭐 없다 다운사이트를 뒤적여본다.
아참, 애덤 샌들러는 영화좀 봤다하면 알사람은 다알고 모를사람은 전혀 모르는
아메리카의 국민배우다. 한국으로 치면 심형래나 메뚜기 정도?
연기력도 좋지만, 코미디배우답게 다양한 개인기, 표정슬랩연기, 몸짓개그,
희한한 소리내기 등등 매력많은 배우다.
다만, 한국인에겐 약간 코드가 맞지않은 지극히 미국적인 코믹연기가 아쉬울뿐..
물론 난 매우 좋아한다. 항상 코믹과 함께 인생의 교훈도 살짝살짝 토핑해주는
스타일의 작품에 많이 출연하기때문에 잔잔한 감동도 준다.
가장 최근작 배드타임스토리는 정말 재밌게 봐서 극장서 두번이나 봤다.
"얘들아.. 실제 인생에 해피엔딩은 없단다" 라는 평범하면서도 강렬한 대사를 남긴..
어쨋든 찾아보다 눈에 띈것은 '조한' 조한?? 첨들어보는 영화인데..
그냥 바로 다운받아 본다. 요즘은 모두 광랜이다 몇분걸리지도않아.. 세상참 빨라..
초반부터 범상치않은 미국식코미디의 진수를보여준다.
5분쯤 봤나.. 옆에 켜둔 테레비에서 놀랍게도 애덤샌들러의 히트작 "클릭"이 재방송
하기 시작한다. 채널CGV PLUS 라는 채널에서.. 오오.. 믿을수없어..
다운받아 보는데 테레비에서 또 같은 배우의 작품이 하다니..
난 컴을 끄고 클릭으로 시선을 바꾼다.
무의식중에 다시 보고싶었던 영화였을까..
큰 감동은 받았던 영화인데 세세한 내용은 잘 기억은 거의 안났기에..
아아.. 끝까지 다보고 난 처음 봤을때 처럼 또 눈물을 글썽글썽 흘렸다.
눈물을 흘렸던 영화는 울었다는것을 절대 잊지못한다.
타이타닉도 그랬고, 라이어라이어도 그랬고...
운다는것은 정말 건강에 좋다. 마음먹으면 아무때나 울수있는 여자와 달리..
1년에 2-3번 이상 우는 남자가 한국에 몇이나 있겠냐만..
눈물을 흘리면 감정의 순화와 스트레스해소가 많이 된다는것을 몸에서 느낀다.
각설하고..
영화는 한국에서도 히트를 쳤었지만..
인생의 지겨운 순간들을 리모콘으로 휙휙 돌리면서 성공의 순간만 느끼고 싶은
주인공을 중심으로.. 살아있는 모든 순간순간들이 의미있는 것이고, 소중한 것이라는
평범하지만 평상시엔 거의 느끼지못하고 사는 진리를 일깨워주는 내용을 담고있다.
잭스나이더의 새벽의저주에서도 이런 내용이 있었지만..
살면서.. 특히 고된 직장생활하면서 시계를 휙휙 돌려 퇴근시간으로 돌리고 싶은 때,
상사가 갈구어서 피곤할때.. 또는 귀찮은 회식이나 마라톤 회의에 참석했을때...
누구나 한번쯤 상상해보았을 시간돌리기 리모콘..
인생은 달콤할때 슬플때 힘들때 지루할때 이모든것들이 합쳐져 한사람의 드라마가 되는것이고
때되면 웃고울며 죽어서 땅에 묻히는 것이라는 것을 하나하나의 작은 에피소드를 통해
친절히 알려주는 작품.. 나중에 나의 아들 딸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작품리스트 중
상위권에 위치할 것이다.
몇몇 인상적인 장면에선 눈물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1. 주인공이 너무 빨리 시간을 돌려 늙은이가 되어..
자신의 아버지가 죽은것을 뒤늦게 자신의 아들이 얘기해줘서 알게된다.
마지막 아버지를 만났을때 자신은 쳐다도 안보고 워커홀릭이 되어 업무이메일을
보내는 모습에 주인공은 자신에게 분개한다.
그의 주인공의 아들이 차분히 말했다. "인생이 다 그런거죠. 태어나고 죽고..."
결코 주인공의 아들이 싸가지가 바가지거나 막 대충 자라서 그런말한게 아니고,
진지하게 아버지를 위로하며 신중한 태도로...
그렇다. 살다가 죽고.. 그럼 답은 하나다. 살아있는 동안 마음껏 즐겁게 살아야한다는것.
누구나 죽어볼 경험을 미리 체험할순 없기에, 살아있는 동안의 혜택을 못느끼는게 아닐까...
특히 이 작품에서는 특진에 목매 가족과 자신에게 홀대하는 우를 경고한것 같다.
2. 비맞으며 죽어가는 주인공이 마지막으로 한 말은.. 아들아.. 일때문에 신혼여행을
취소하지말고.. 꼭 신혼여행을 가거라.. 그것도 간신히간신히 한마디씩 끊어서 얘기하는데
별거아닌 3류 신파장면에서 왜이렇게 눈물이 북받치는지..
3. 마지막에 모든 것이 꿈이었음을 깨달은 주인공이 너무나 기뻐하며 할인점의 침대에서 일어났을때
(사실 그는 할인점에 갔다가 침대샘플에서 낮잠을 주무신것이다.)
주인공왈 : "아아!! 내가 아직 이렇게 젊다니!!" 종업원알바왈 : "젊은건 전데요..^^ " 주인공왈 : "그래~ 너도 젊지! 하지만 나도 젊어!! 얏호~ "
이장면에서 일반적으로는 20대만 젊은줄 알지만, 사실 30-40대 모두 젊은것이라는 생각이
팍팍 들었다. 정상적으로 걷고 말하고 X스 할 수 있는 나이면 정말 젊은것이라는 것 말이다.
인생을 다시 살게되어 새로 시작할수 있게된 기분인 주인공이 얼마나 기쁠까를 감정이입하여
느껴보니 나도 눈물이 다 흐를 지경이었다.
촉촉히 젖은 눈을 딱으며 잠드는 어젯밤은 왠지 평소보다 덜 외로웠다..
Ps. 주인공이 와이프와 첫 키스하던 시절을 떠올리던 그 당시의 음악 크랜배리즈의 "Linger" 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내일아침이되도 널 사랑할꺼라는 휴지에 적은 그들의 메세지와 함께... 나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꼭 흉내내보고 싶은 무드의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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