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버린 시간은 추억으로 회상되지만 그 또한 기억속에 한 조각일 뿐.
언젠가는 아스라이 사라져버릴 아련한 운명인 것을...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추억이 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기억하고픈 순간들... 행복했던 순간이나 잊지 못할 경험등 모두에게는 그런 기억에 조각들이 가슴속에 남아 있지요.
프랑스 영화인 '여름의 조각들'도 이런 추억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예술품에 대한 애정으로 모으게 된 수많은 예술품들을 가지고 있는 어머니는 75세 생일을 맞아 찾아온 자식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멀지 않은 긴 헤어짐을 준비하기 위해 장남인 프레드릭에게 남겨질 유물에 대한 처리를 부탁합니다.
하지만 그 때는 어머니와 헤어짐에 대한 거부감으로 흘려 듣고, 멀지 않아 어머니와의 이별은 현실로 다가옵니다. 세 남매는 남겨진 유물을 서로가 각자의 상황에 맞게 처리하자며 미묘한 갈등이 생기면서 본격적인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프랑스 영화를 자주 접할 기회가 없어서인지 이번 '여름의 조각들'도 적잖이 낯설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떤 상황이 생기기 전 관객을 위해 암시를 해 주거나 앞으로의 전개 방향을 알려 주는 등 관객에게 친절한
영화가 아닌 이미 벌어진 상황을 관객만 모르고 있다가 보다보면 알게 되는 전개방식이나 '
Fade In, Fade Out 형식'으로 진행하며 이야기에 큰 흐름을 끊어 나가는 부분은 헐리웃 영화나
우리 영화와는 색다른 형식으로 익숙하지 않음으로 인해 어렵기까지 합니다. 또 웃을 수 있는 부분은 왜 그리도 없는지....
대략의 줄거리만을 보면 영화의 전개 방향은 유물을 정리하면서 분배과정 중 형제간 갈등 그리고 나중에 다시 접하게 된 유품에서 어머니를
떠 올리며 최루성 영화로 전개되리라 예상한 속단에 '여름의 조각들'은 많은 부분에서 저의 무지를
깨우칩니다. 유산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가족간에 생기는 갈등을 갈등 자체에 Focus 하기보다는 가족들이 나중에 그런 시간을 추억하면서 느끼는 상실감과 후회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가족들과 오랜 기간 함께 했던 유물들을 가족이 다시 만나게 되면서는 눈물 대신 그때의 행복한
기억을 떠 올리게 해 주는 수단으로만 비춰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영화는 뚜렷한 갈등 구조나 위기등의 자극적 전개하기 보다는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조용하고 나지막하게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전개되어 관객은 보고 있으면 한편에
책을 읽는 듯한 느낌에 빠집니다.
원제는 'Summer Story'로 여름의 강렬한 햇빛만큼이나 행복한 추억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영화는,
복잡하지도 많은 감동이나 눈물을 주려하지 않고 그냥 영화를 보면서 우리 자신들의 행복했던 시간을
자연스레 떠 올리며 상념하도록 해 줍니다.
명절에 부모님과 함께 했던 시간, 휴가 때 부모님과 보낸 행복한 시간들... 비록 예술적 재능을 가지고 계시지 못해 고가의 유물이나 예술 작품을 유물로 남겨 주시지는 못했지만
그냥 함께 있어 주신 시간만으로도 행복을 안겨주신 고마운 분들. 우리들도 길지 않은 인생을 살면서 얼마나 많은 행복의 조각들을 가지고 있습니까? 제게도 '여름의 조각들'은 기억속에 묻혀 있던 행복한 시간들을 되뇌이게 해 주는 영화였습니다.
영화속 자식들과 손녀는 팔려진 유품등을 보면서 지난 날을 회상합니다. 찬란했던 여름날의 행복한 시간처럼 그때의 아름다웠던 추억을 떠올립니다. 손녀는 할머니를 떠 올리며 잠시 눈물 흘리다 이내 친구들과의 행복한 현실로 돌아갑니다.
이제는 지나버린 시간이고 다시 그 때로 돌아갈 수 없어 이내 현실로 돌아가야 하는
추억에 운명.
그래도 추억을 잊을 수 없는 건 그 시간들이 주는 행복함 때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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