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두머리가 되기 위해 물어뜯는 개떼들의 사투... ★★★
에밀 허쉬, 저스틴 팀버레이크, 브루스 윌리스, 샤론 스톤, 벤 포스터 등 쟁쟁한 배우들이 무더기로 출연한 영화가 (이 중 한 명만으로도 홍보가 어느 정도는 될 터인데) 제 때 개봉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냥 예상하건데 흥행 가능성이 없어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한 마디로 재미없어서. 그렇다면 그런 영화를 뒤늦게 개봉하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그건 <맘마미아>의 히트로 아만다 시프리드라는 신성이 급격하게 부상했기 때문일 것이다. 암만 생각해봐도 <알파독>을 지금 개봉하는 이유는 아만다 시프리드 밖에는 없어 보인다. 물론 <스피드레이서>로 에밀 허쉬의 명성도 그 만큼 높아졌을 테고.
그런데 아만다 시프리드는 거의 단역급 조연에 불과하다. 따라서 포스터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아만다 시프리드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은 사람이라면 분노해 마땅하다. 사실 포스터에 등장할만한 비중도 아닌데, 팬 서비스 차원에서 또는 홍보(이런 걸 두고 아마 낚시라고 한다지)를 위해 아만다의 얼굴은 그렇게 활용된 것이다.
아무튼 영화제목 <알파독>은 개 무리의 우두머리를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여기엔 두 가지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긍정적으로 해석하자면 우두머리로 무리를 이끈다는 것이고, 부정적으로 해석하자면 그래봤자 개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실화에 바탕을 둔 <알파독>은 그다지 범죄와 가까울 것 같지 않은 평온한 마을과 산뜻한 날씨 이면에 우두머리가 되기 위해 서로 물어뜯는 개들의 사투가 끊임없이 되풀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알파독이 되기 위한 아이들의 몸부림은 사실, 어른들의 그것을 그대로 빼닮은 것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세계를 모방해 스스로의 무리를 만들어 나가고 잔뜩 어깨에 힘을 주고 거리를 활보한다. 그런데 아무리 입으로는 온갖 욕설을 내뱉고 거친 폭력을 행사한다 해도 아이들은 아이들인지라, 쉽게 공포에 노출되고 공포로 인해 쉽게 무너져 내린다.
<알파독>의 장점이라면 마치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빠른 화면 전환과 화면 분할 등의 스타일리쉬한 영상을 들 수 있다. 그런 화려한 영상이 가끔 신선하게 느껴지기도 하며, 눈길을 잡아끌기도 하지만, 이야기와 맞물리지 못하고 혼자 겉도는 카메라는 곧 시들해지고 오히려 짜증 유발에 기여한다.
장난스럽게 시작한 복수는 아이들에게는 말 그대로 장난이었을 뿐이다. 누가 봐도 그걸 범죄라 여기지 못했고, 심지어 인질(?)인 잭(안톤 옐친 - <찰리 바틀렛>)도 장난을 넘어 일종의 모험으로 생각하며 즐겼을 뿐이다. 그에겐 어떤 두려움도 없었고, 오히려 며칠 동안의 장난, 모험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발전하면서 좀 더 성숙해지는 계기로 작동할 수도 있었다. 파국은 그 지점에서 발생한다. 영화가 괜스레 화려한 카메라 워크에 신경 쓰지 않고 파국으로 나아가는 아이들의 심리 묘사에 집중했더라면 청춘에 관한 기막힌 영화 한 편이 탄생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런 점에서 <알파독>은 아쉽긴 하지만, 영화에 출연하는 젊은 청춘들과 그들의 팔딱팔딱 뛰는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나름 매력적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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