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해서, 저는 이 포스터에 반해서 시사회 신청을 했고, 운 좋게 뽑혔고, 그리고 또 안타까웠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 떠올랐습니다. 예전에 한 번 예쁜 포스터에 혹해서 봤던 영화가 '마들렌'이고, 그 영화 역시 신민아가 나왔으며 굉장히 실망했던 기억이 있었던 것을요. 그렇지만 이런 예쁜 포스터는 여자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엔 충분할 듯 합니다. 신민아는 아주 사랑스럽고, 주지훈과 김태우는 매력적이니까요.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만큼 매력적인 세명의 배우와 따뜻한 영상이 제법 잘 어우러지고 있습니다. 칼과 도마가 맞물릴 때마다 따닥 거리는 소리는 여심을 설레도록 하는 데 충분했습니다. 하얀 와이셔츠가 잘 어울리는 남자 혹은 잘 차려입은 남자 요리사는 누가 봐도 매력적인 남성입에는 틀림없으니까요.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무려 2명이나!
아, 그럼 본격적으로 영화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예쁜 신민아는 마음도 착합니다. 죄 짓고는 못 사는 성격에 남편에게 잘못을 하더라도 숨김이 없습니다. 신민아의 남편 김태우는 신민아를 너무 사랑하여 그녀의 결점마저 덮으려고 하지만 사람이기에 잘 되지 않습니다. 주지훈은 외국에서 살다 와 한국의 정서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한국 말을 종종 이해하지 못하지만 사랑에 대해 이야기 할 때는 유창한 한국말을 구사합니다. 이런 세 사람이 각자의 사랑이 진실이라 생각하나, 그 사랑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세 사람 역시 충돌하게 됩니다. 그들은 멋있고 예쁘기에 그들의 사랑 역시 진솔하고 당연한 것으로 비춰집니다. 이 것이 이 영화의 최대 단점입니다.
이 영화는 해리포터에서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고, 유니콘을 만지고 하는 것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더 현실감이 없습니다. 이 영화는 판타지입니다. 두 명을 사랑할 수는 있습니다. 두 명을 사랑하게 되는 상황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설정입니다. 그러나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가는가에 있어서는 그 세명의 선택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그들은 어느 연애 소설, 영화에 나오는 이들보다 고민이 없고 갈등이 없습니다. 물론 영화의 결미에 이르러서는 소소한 정말 짧은 갈등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 뿐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누가 이들의 잘못과 이들의 선택을 존중하고 응원해 줄 수 있겟습니까.
영화에 나오는 이들이 얼마나 상처받고 고민했는지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그들은 자신들의 위치를 지키는데 급급합니다. 단지 모든 상황이 예쁘기만 합니다. 예쁘기만 하기에 심각한 고민은 없습니다. 여성의 주체성을 말하고 싶었다면 이 영화는 실패입니다. 그냥 단지 예쁜고 잘생긴 애들은 이런 사랑도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면 성공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모티프는 '사랑과 전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딱 그 정도의 수준입니다. '사랑과 전쟁'과 '키친'의 차이점은 이들이 예쁘고 잘난 만큼 마음도 너그럽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구도의 연애 영화가 아주 없어져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런 예쁜 사람들이 나오는 예쁜 영화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들이 나오는 영화에서도 사랑에 있어서의 진지한 고찰은 필요합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는 이들이 얽히고 얽히는 관계 속에서 상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미안함이 없기에 많이 미흡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참 신민아는 예쁘고, 주지훈과 김태우는 훈훈하더군요. 단지 영화에서 원하는 것이 배우들의 모습뿐이라면 괜찮은 영화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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