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함.. 그리고 세밀함과 배려... ★★★★
<볼트>는 처음부터 초절정 귀여움으로 관객의 마음을 홀딱 빼앗아간다. 화이트 저먼 셰퍼드(White Germen Shepherd) 종인 강아지 볼트는 당근 모양의 인형을 물며 장난치다가 페니의 간택(?)을 받게 된다. 그로부터 5년 동안 볼트는 TV 쇼의 설정이 진실이라고 믿은 채 촬영장 안에서의 생활을 이어나간다. 이러한 설정은 기본적으로 <트루먼쇼>와 동일하다. 다만 <트루먼쇼>는 모든 게 허구임을 알아챈 주인공이 가상 현실 공간을 빠져나가는 데서 이야기를 종결짓는다면, <볼트>는 주인공이 스스로 슈퍼 독임을 의심하지 않는 가운데 촬영장을 빠져 나가는데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즉, <볼트>는 <트루먼쇼>가 끝나는 지점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우연히 택배 상자에 담겨 서부 헐리웃의 반대인 뉴욕에 간 볼트는 위기에 빠진 주인을 구해야 한다는 충직함 하나로 고양이 미튼스, 햄스터 라이노와 함께 미 대륙을 횡단하는 여정을 시작한다. 이렇게 보면, <볼트>는 어드벤처물이자 로드 무비이며, 성장영화이다. 누구나 예상 가능하듯이 볼트는 대륙을 횡단하는 도중에 슈퍼 독이 아닌 평범한 자신을 깨닫게 되고, 좌절했다가 친구들의 도움으로 역경을 극복하고 한층 성장한 볼트가 되어 헐리웃으로 돌아온다.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전형적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따뜻함, 그리고 세밀함과 배려는 ‘역시 디즈니구나’하는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볼트>의 배려는 역설적이게도 <각설탕>이나 <마음이>와 같은 한국 영화가 어린아이와 동물을 학대하고 괴롭히며 상처를 입히는 등 얼마나 잔혹한 영화인지를 떠올리게 한다. 반면 <볼트>에선 사실상 악인의 존재 자체가 거의 보이질 않는다. 매니저가 얄밉긴 하나 그는 악인이라기보다 자본주의 시스템의 생존 방식을 터득한 사업가일 뿐이다. 또는 헐리웃 시스템에 대한 풍자로서의 대표성을 담지한 인격체라고 할 수 있다. 볼트와 친구들이 대륙을 횡단하는 기나긴 여정 속에서 그들이 치러내는 모험은 기차를 올라타거나 동물보호협회를 탈출하는 것이지, 그들을 괴롭히고 학대하는 존재와의 대결은 아니다.
<볼트>의 세밀함은 정말이지 놀랄 정도다. 개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감탄해마지 않을 장면이 여기저기에서 빛을 발한다. 어린 볼트의 움직임이라든가 성견이 된 볼트가 미튼스로부터 개다운 개가 되기 위해 훈련받는 장면 등은 제작진이 얼마나 성실하게 개의 생태를 연구하고 파악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볼트>는 무엇보다 디즈니의 자부심이 서려있는 영화다. 오프닝 크레딧과 엔딩 크레딧의 앞뒤에 월트 디즈니의 오래된 대표적 마스코트인 미키 마우스의 로고를 배치해 놨다는 것만으로도 월트 디즈니가 자신들의 전통에 대해 자랑스러워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영화 <볼트>가 최소한 그 명성에 침해가 될 작품은 아니라는 그들의 자부심이 느껴진다. 다들 비슷하겠지만, 멋진 성을 배경으로 축포가 터지는 디즈니사의 로고를 보고 있으면, 일단 마음이 편해진다. 적어도 관객에게 그 로고는 일종의 행복 바이러스를 뿌려대는 마력을 발휘하는 셈이다. <볼트> 역시 그러한 관객의 기대를 결코 저버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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