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이 영화가 성공하리라 예상하진 않았겠지?
만약 이 영화의 최종 편집본을 보고서도 성공을 기대하고 있었다면 폭스사(社)는 정말 아주 뻔뻔하거나 무식해서 용감한 집단일 것이다.
그것도 아니면, 관객들의 수준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거나. <맥스 페인>이라는 대참사(?)를 세상에 내놓은지 얼마나 됐다고 또다시 이런 무시무시한 재앙같은 영화를 내놓을 수가 있단 말인가!
키아누 리브스의 신작, <지구가 멈추는 날>을 보면 영화 속에서 지구가 재앙을 겪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야말로 대재앙의 희생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씹어도 씹어도 단맛은 커녕 아무런 맛도 나지 않고, 씹을 수록 턱만 아프게 만드는 맛없는 껌처럼 전혀 긴장감을 느낄 수 없는 이 무미건조하고 심심한 영화는 이제껏 기존의 공상과학 영화들에서 숱하게 반복되던 결국 지구를 멸망시키는 것은 우리들 인간이라는 경각심을 영리하게 풀어내지 못한다.
가뜩이나 구태의연한 메세지는 속도감없는 전개를 만나 더더욱 심심한 영화가 되어버리는데, 영화속 인물들은 거대 로봇이 무서워 덜덜 떨면서 걱정하지만, 영화를 보고 있는 나로서는 대체 그들이 왜 그렇게 공포에 휩싸여 행동하는지 쉽게 공감할 수 없었다.
거대 로봇으로부터 일반 시민들이 피해를 당하는 아비규환의 모습이 묘사되는 것이 아니라 영화에서 보여주는 것이라고는 군인들이 로봇에 맞서는 장면들 뿐인데, 그 모습이 전혀 무시무시하게 느껴지지가 않는거다.
설상가상으로 거대로봇을 공격하는 군대의 모습이 너무나 어색하고 부자연스럽기만 해서 작품에 대한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이고, 과연 이게 헐리우드의 기술이 맞는가를 의심하게 만들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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