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멈추는 날에 대해 구체적으로 떠들기에 앞서
전체적인 첫인상을 말하자면 SF처럼 만든 종교+재난물 그 어딘가 정도 되는 영화라고 본다.
전지구적인 위기가 외계로부터 닥쳐왔으니 일단 공상과학의 껍데기를 둘렀고
엄청난 힘을 가진 외계인에 의해 벌어지는 대파괴는 재난영화의 그것을 연상시킨다.
마지막으로 그것을 풀어나가는 이야기 방식에 있어서
지구가 멈추는 날은 종교적인 메시지에 적잖이 기대는 느낌을 주었다.
심판자로 온 주인공(클라투)과 그보다 오래전 지구에 정착해 인간들을 지켜본 외계인이
나누는 대화에서 '인간들은 멸망해 마땅한 족속이지만 그들을 사랑하게 됐기에 함께죽겠다.' 라는 부분이나
절대적 힘을 가진 심판자가 스스로 희생을 통해 인간을 구원한다는 식의 결말이 그런식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좀더 매끈하고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좋을뻔 했지만
심판에서 저항 다시 뉘우침과 회개, 용서로 이어지는 이야기 흐름은
생각보다 좁은 틀에서 이루어진 바람에 좀 통속적인 '개인의 이야기' 에 묻혀버리는 아쉬움을 준다.
영화의 결말은 전형적인 할리우드식 해피엔딩에서 살짝 벗어나 있기는 하지만
서둘러 마무리되는 이야기때문에 당혹스럽고 받아들이기 까다로운 결말이 되었다고 본다.
어찌보면 의인(義人) 단 몇명이 없어서 멸망했다는 성서속 소돔과 고모라의 이야기와 비슷한 내용이 전개되는데
아무래도 좀 다르다. 일단 극초반에 환경파괴를 일삼으며 스스로 멸망의 길을 재촉하는
인간들에 대한 심판을 기정사실화 했던 영화가 일부 개개인의 설득과 헌신으로 인해
방향을 급선회하여 다시 한번 기회를 준다는 점은 쉽게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다.
다소 거창한 질문으로 시작했던 주제의식이 뒤에가서는 바람빠진 풍선처럼 쭈그러드는 느낌이랄까....
그러나 무엇보다 안타까웠던 점은
블록버스터라고 간판을 내걸었음에도 볼거리 마저 제대로 구현해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사실 악평이 하도 많길래 큰 기대는 없었고 단지 인류에 대한 심판으로 벌어질
무시 무시한 재앙을 어떤 화면으로 구현해냈을지 그게 최고 관심사였는데
이 영화는 비슷한 소재의 [인디펜던스 데이] 나 [우주전쟁] 이 보여준 스펙타클함이 없다.
'지구가 멈추는 날' 이란 거창한 제목에도 불구하고
무지막지한 능력을 가진 외계인이 보여주는 재앙은 의외로 간단하게 끝이나 버린다.(이럴수가...ㅠ.ㅠ)
무거운 주제를 툭 던져놓고 서툴게 마무리하는 드라마에
뭔가 나올만 하다 싶은순간 판을 접어버리는 볼거리의 기막힌 앙상블은
이 영화에 걸었던 마지막 기대마저 한큐에 날려버렸다.
내 입장료 어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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