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급적 기대치를 낮춘 듯한 마케팅....★★★
제목이 <과속스캔들>이란다. (제목이 이게 뭐야?? 심지어 처음 제목은 <과속 삼대>였단다) 거기에 나름 유명 연예인이 중3 때 딸을 낳았고, 고1 때 아들을 낳은 딸이 뒤늦게 아빠를 찾아오는 이야기란다. (식상해.. -,-;;) 결정적으로 이 영화의 주인공이 차태현이란다. (헉 -,-;;) 이거 마치 일부러 기대치를 팍팍 낮춘 듯한 느낌이 강하게 풍긴다.
사실, 이러한 막강 태클을 뚫고 영화를 본다는 게 그다지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거기에 영화의 초반 마케팅도 그다지 관람을 권유한다고는 보이지 않았다. 그런 <과속스캔들>이 하반기 가장 강력한 흥행의 태풍을 불러오고 있다. 지금 분위기로는 400만에 육박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한참 한국 영화 거품이 불 때는 400만 정도는 우습게 알 때가 있었지)
<과속스캔들>의 이상 조짐은 입소문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일단 전문가 시사회를 통한 평가가 별 세 개 반 정도로 상당한 호평을 얻어 냈으며, 대규모로 실시된 유료 시사회를 통해 일반 관객들의 긍정적 입소문을 이끌어 내기에 성공했다. 작품성이나 영화의 짜임새 여부를 떠나 많은 관객들이 본다는 것은 어쨌거나 그 속에 흥행할 만한 요소가 분명히 담겨져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어쩌면 관객의 기대치를 낮춘 게 흥행의 가장 큰 요소일지도 모르겠지만, 영화 자체로만 보면 <과속 스캔들>의 흥행 요소로는 우선 부담 없음을 가장 먼저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방학이 끼어 있는 연말에 가족들이 편히 즐길 수 있는 가족 영화는 생각보다 적다. 광고만 보고 갔다가는 폭력이나 섹스장면으로 인해 난처해질 우려가 있다. 그리고 아무래도 외국 가족영화는 자막 때문에 관람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코미디 영화로서의 적당한 호흡과 기본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 코미디 영화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오버 연기와 과도한 감정에의 호소(뭔가 감동을 주어야 하다는 강박관념)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확실히 코미디 영화로서의 기본 - 웃기는 영화 - 에 충실했다고 평가해줄만 하다. 마지막으로 주요 출연배우들의 적당한 수준의 호연을 들 수 있다.
자칫 식상하다는 평가를 받기 쉬운 차태현이라는 배우가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배역을 소화하는 동시에 원맨쇼가 아니라 팀워크를 추구했다는 점에서 작품을 위해 뒤로 빠질 줄 아는 일종의 원숙미가 느껴진다. 그럼에도 절묘한 팀워크가 가능했던 것은 역시 이제 막 떠오르는 신인 박보영과 아역배우 왕석현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지점이다. 미혼모 연기에 노래까지 부른 (처음엔 모든 노래를 다 직접 부른 줄 알았는데, <자유시대>만 박보영이 직접 불렀다고 한다) 박보영의 자연스러운 연기도 박수를 받아야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왕석현이야말로 이 영화에서 최고의 즐거움과 최고의 활력을 불어 넣어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표정도 표정이지만, 식당에서 일하는 엄마가 쳐다보자 손사래를 치는 모습이라든가, 할아버지가 어떠냐는 엄마 물음에 “사람 참 괜찮드만”이라고 대답하는 장면 등은 정말 배꼽 빠지게 할 정도로 웃음을 터트린다.
그런데 사람들은 묘하게도 극장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자신의 감상대로 재단하고는 한다. 특히 코미디 영화인 경우 심한 것 같은데, 이 영화의 네티즌 관람 평을 보면 재밌게 본 네티즌은 다른 관람객들도 자신처럼 웃고 즐긴 것으로 기억하는가 하면, 반대로 이 영화를 재미없게 본 네티즌은 다른 관객도 자신처럼 웃지 않고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은 것으로 기억한다는 것이다. 나의 경우를 말하자면, 내가 웃는 지점에서 다른 관객들도 같이 웃은 것으로 기억하는 것을 보면, 분명 이 영화를 재밌게 감상했다는 반증일 것이다.
물론, 이 영화는 매우 독창적이거나 창의적이지는 않다. 많은 부분에서 <미녀는 괴로워>를 연상시키며(물론 다수의 카메오를 등장시키지 않은 것은 <과속스캔들>의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타짜>라든가 <러브 액츄얼리>를 본 딴 듯한 장면도 있다. 그럼에도 코미디 영화의 기본에 충실했다는 점에서 큰 단점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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