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에 대한 기대를 안고 본다면 실망할 확률 100% ... ★★☆
<어깨너머의 연인>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 건 이언희 감독의 전작이자 데뷔작인 <...ing> 때문이었다. 감각적인 영상과 음악, 그리고 슬픈 멜로를 슬프지 않게 풀어나가는 연출이 의외의 보물을 발견한 듯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전작의 기대를 품고 <어깨너머의 연인>을 본다면 분명히 만족보다는 실망을 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어깨너머의 연인>엔 전작의 흔적들이 일부 보이긴 한다. 전반적으로 뒷걸음질 치긴 했지만, 여전히 음악 사용의 센스는 인정할만하고, 감각적인 화면도 인상적이다. 특히 정완(이미연)이 영후(김준성)와 와인을 입에 담은 채 섹스하면서 흘린 자국을 영후의 가족 사진 촬영신에서 클로즈업으로 보여주는 감각은 이 영화의 가장 빛나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참 묘하게 부실하다. 캐릭터와 그들의 행동 사이엔 뭔가 괴리감이 있고, 엇갈린 기어처럼 삐꺽대며 돌아간다. 미혼인 정완과 기혼인 희수(이태란)는 모든 면에서 상반된 캐릭터지만, 묘하게도 둘이 맺는 대부분의 관계는 섹스로 완결된다. 이렇게만 보면 매우 쿨할 것 같지만 또 그렇지도 않다.
느낌상 보수적 이미지의 정완이 미혼으로 자유로움을 추구하고, 반대로 화려하고 제멋대로일 것 같은 이미지의 희수는 완전 아저씨 타입의 남편과 그럭저럭 만족스런 결혼생활을 유지해 간다. 이건 이미연과 이태란이라는 두 배우의 기존 이미지를 고려해 볼 때 뭔가 미스 캐스팅이 아니었나 하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부분이다. 둘의 역할이 반대였다면 어땠을까?
희수 남편이 바람피우는 상대인 22살의 어린 여성 캐릭터는 다분히 극단적이고 비현실적이며, 어찌 보면 영화를 위해 창조해 낸 캐릭터에 불과하다. 이건 그렇다 치지만 스스로 취직해서 일도 해보고, 운전면허에도 도전하며 자신의 삶을 가꿔나가는 듯 보였던 희수가 느닷없이 기존 남편의 품으로 돌아간다는 설정, 거기에 임신을 한다는 설정은 전형적인 한국 드라마 속 여인의 모습에 불과하다. 정완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쿨한 것 같지만, 끝내 기존 사회가 인정하는 안전한 틀 속에 안주해 버린다. 이건 마치, ‘유부남과 사랑에 빠지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은 없다’는 경구(!)를 위한 영화인 듯싶다. 그런데 굳이 그런 얘기를 위해 영화라는 매체까지 동원할 필요가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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