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지만 짜임새 있는 범죄 영화... ★★★☆
영화 <뱅크 잡>은 1971년 영국 런던의 로이드 은행에서 실제 발생한 은행 강도 사건을 모델로 해서 만들어진 영화다. 당시 수백 개에 달하는 개인 금고가 털렸지만, 금고 주인들이 분실 사실 확인을 거부하는가 하면, MI5(영국 정보부 국내 담당, MI6는 해외 담당)는 이 사건을 2054년까지 기밀로 분류해 놓았다. 심지어 이 사건으로 인해 체포된 사람을 단 한 명도 없다고 한다. 이쯤 되면 많은 상상력을 가능하게 하는 사건일 수밖에 없다.
<뱅크 잡>은 당시 은행 강도들이 턴 개인금고에 영국 왕실의 치부(마가렛 공주의 사진)와 부패 경찰의 상납 리스트, 허위 장부, 유명 정치인의 SM 사진이 들어 있었고, 그래서 기밀로 분류되었다는 일종의 음모론을 설파하고 있다.
1971년 사채업자에게 협박당하고 있던 카센터 운영자 테리(제이슨 스타뎀)는 옛 애인 마틴(새프론 버로즈)으로부터 경보 장치가 24시간 동안 해제되는 로이드 은행을 털자는 제안을 받는다. 테리는 포르노 배우 데이브, 사진작가 케빈, 콘트리트 전문가 밤바스, 사기 경력의 양복 재단사 가이, 그리고 자신의 카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에디 등, 초짜들을 불러 모아 어설픈 강도 행각을 벌이지만, 특별한 어려움 없이 금고 진입에 성공, 엄청난 돈과 보석을 챙겨 짜릿한 한탕에 성공한다. 그러나 마틴이 은행 강도를 계획했던 것은 돈 때문이 아니라 MI5에서 요청한 사진 때문이었다. 마약 소지 혐의로 체포되었지만, 사건을 무마해주는 조건으로 은행 강도를 제안 받았던 것. 이를 테리가 알게 되고 이들은 경찰, MI5, 그리고 개인 금고에 자료를 보관하던 범죄 조직 등으로부터 동시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뱅크 잡>은 제이슨 스타뎀이 주인공이고 은행을 터는 내용의 영화라는 점에서, 멋진 액션의 향연이 펼쳐질 것이라 예상하기가 쉽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영화에서 제이슨 스타뎀이 펼치는 액션 장면은 단 한 장면에 불과하고 그것도 소박하기 그지없다. 따라서 제이슨 스타뎀이 펼치는 멋진 액션을 보고자 하는 관객이라면 실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소박한 영국산 범죄 영화는 액션은 없지만, 좋은 짜임새와 쉴 새 없이 터지는 영국식 유머, 그리고 왕실, 정부, 경찰, 범죄 조직 등을 농락하는 재미가 있다. 혹시 <오션스 일레븐>이 너무 화려하고 계획이 너무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는 게 불만인 사람이라면 <뱅크 잡>은 그 반대의 지점에서 만족 지수를 높여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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