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못미 -,-;; 제롬 르 밴너... ★★
돈만 준다고 하면 뭐든지 하는 동유럽의 용병 투롭(반 디젤)은 마피아의 두목으로부터 한 소녀(오로라-멜라니 티에리)를 미국 뉴욕에 데리고 가라는 제안을 받는다. 무술 실력이 뛰어난 수녀 레베카(양자경)와 함께 셋은 미국으로의 여정을 시작한다. 쉬울 것 같았던 여정은 처음부터 고난의 연속이다. 기차역 앞에서 폭발이 일어나고 격투기 경기장에서 수상한 인물들의 추격을 받는다. 그것도 모자라 얼음벌판 한 가운데 솟아오른 잠수함에 타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고, 느닷없는 썰매장비를 타고 쫓아오는 비행기의 추격을 따돌려야 한다.
그래서 도착한 뉴욕은 디스토피아 세계의 전형이다. 알고 보니 오로라는 종교단체에서 유전자 공학으로 만들어 낸 성녀이자 생체병기로, 국경의 장사꾼부터 오로라의 아버지 등 다양한 세력이 오로라를 납치하기 위해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치열한 대결을 벌이고, 투롭, 오로라, 레베카도 이 대결 속으로 뛰어든다.
솔직히 이 영화의 줄거리를 요약하고 정리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다. 왜냐면 도대체 이 영화의 스토리는 연결이 되질 않는다. 마치 중간에 필름을 덥썩 들어내기라도 한 것처럼 이야기는 종잡을 수가 없고, 훌쩍 훌쩍 건너뛴다. 영화가 끝나도 대체 뭘 말하려 한 것인지 심란하기만 하다.
물론 액션 영화의 영웅, 반 디젤이 출연한 영화니만큼 킬링 타임이 될 수는 있다. 광활한 시베리아 벌판, 밀입국을 위해 죽어가는 수백 명의 사람들. 반 디젤의 액션은 과거보다는 힘이 빠진 듯 하지만 여전히 강한 육체와 함께 그럴 듯한 눈요기 거리를 제공한다. 거기에 도대체 희망이란 찾을 수 없는 미래 세계에도 여전히 미국에 밀입국하기 위해 목숨까지 걸어야 된다는 설정엔 왠지 대단한 철학적 주제가 내포된 듯도 하다. 그럼에도 빈약한 내러티브와 잘못 캐스팅된 듯한 배우들의 부조화는 상영 시간 내내 영화에 몰입하기 힘든 최악의 조건이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가슴이 아팠던 건 짐승처럼 플라스틱 우리에 갇힌 채 끝없이 올라오는 경쟁자를 죽여야 하는 제롬 르 밴너를 보는 순간이었다. 그렇다고 이종격투기 팬은 아니다. 그런데 가끔 우연히 K-1 등 이종격투기를 시청하다보니 유달리 내 눈을 끌었던 선수가 바로 제롬 르 밴너였다. 왜 내 눈을 끌었냐면 그는 후퇴를 모르고 오로지 정면 승부로 일관하는 경기 스타일을 고수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보니 막상 결승전엔 부상 때문에 진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무관의 제왕’으로도 불리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언젠가 제롬 르 밴너가 영화에 출연한다며 머리를 주황색으로 물들이고 경기장에 나선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영화 촬영 때문에 연습이 부족했다고 했지만 역시나 파워 넘치는 경기로 승리를 거두는 것을 보고는, 아마도 액션 영화의 중요한 역할을 맡았나보다 했다. 그런데 그 물들인 머리를 이 영화에서 보게 될 줄이야. 대사 한 마디 없이 짐승처럼 ‘으르렁’대며 포효하다 죽다니... 지못미 -,-;; 제름 르 밴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