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 토로 월드의 귀환!!!... ★★★☆
<헬보이2>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전작 <판의 미로>에 대한 기대를 품고 관람한다면 어느 정도는 실망할 가능성이 높은 영화다. 헐리웃 제작 시스템에서의 한계 때문인지, 아니면 대중적 흥행성에 대한 고려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제작한 스페인어 영화와 영어 영화는 완성도에서 차이가 나는 것 같다. 물론 이 영화에는 어릴 때부터 벌레라든가 괴물을 좋아했던 감독의 취향이 시각화되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며 그런 차원에서 ‘델 토로 월드’의 귀환이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영화는 어린 헬보이가 동화책을 읽으면서 시작한다. 인간과 요정이 함께 살던 시절, 인간의 끝없는 욕심은 결국 거대한 전쟁으로 이어지고, 인간에 밀리던 엘프족의 왕이 황금기갑병으로 이루어진 골든 아미를 투입해 엄청난 살육이 발생한 뒤에야 인간과 요정은 휴전 협정을 체결한다. 그러나 누아다 왕자는 휴전 협정을 반대하며 길을 떠나고, 오랜 세월이 지난 후 누아다 왕자는 골든 아미를 깨워 인간과의 전면전을 준비한다. 헬보이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그는 여전히 초자연현상조사처리국 소속으로 까칠한 애인 리즈의 바가지를 참으며 활동하고 있다. 어느 날 골든 아미를 다스릴 수 있는 왕관의 조각이 경매장이 등장하고, 여기에 누아다가 나타나 아마도 팅커벨의 악한 면일 것 같은 이빨 요정으로 경매장을 초토화시킨다. 이에 헬보이 일행은 새로운 멤버인 요한 크라우스 박사와 함께 골든 아미의 부활을 막기 위해 나선다.
<헬보이2>의 기본적인 세계관이라고 하면 인간이 살고 있는 이 땅은 인간만이 아니라 요정, 다양한 괴물들이 공존하고 있는 세계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세계는 바로 감독이 희망(?)하고 있는 세계이기도 하다. 그런데 악마의 자식인 헬보이가 파멸 직전의 인간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왜 인간이 도움을 받아야 되는지는 근거가 희박하며, 고마워하지도 않는다. 인간을 포함한 여러 종족이 평화롭게 공존해야 할 세계는 인간의 탐욕과 정복욕으로 인해 파괴되었으며, 한 때는 공동의 지배자였던 괴물들은 다리 아래 비밀 공간에 숨어 지내는 신세로 전락해 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괴물, 요정들은 인간과의 전쟁을 회피한다. 약속을 어긴 건 인간이지만 그렇다고 또 다시 살육의 피바다는 피하고 싶은 것이다. 이건 분명히 인간들의 탐욕에 대한 비판이다.
영화는 요소요소에 다양한 괴물들을 배치해 시각적 즐거움을 안겨 주며, 이는 오락영화로서 <헬보이2>가 충분히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영화에서 인상적인 장면을 꼽자면 우선 트롤시장 풍경이다. 이 장면에서는 시장답게 엄청나게 다양한 괴물들이 북적대며 나타난다. 당연하게도 <스타워즈>의 타투인 행성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다음으로 거대한 숲의 정령과의 싸움 장면이다. 헬보이와 싸우는 숲의 정령은 사실 괴물이라기보다는 환경, 그 자체로 보인다. 식물이 인간을 공격하는 <해프닝>이 연상되기도 하고 외국의 한 언론에서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슬픔이 분노로 대체된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죽음의 천사가 등장하는 장면은 길지는 않지만 매우 우아하며 아름답게 채색되어 있고, 역시 골든 아미와 헬보이가 싸우는 장면은 전투 장면으로는 백미라고 할만하다.
그런데 괴물들이 등장하고 싸우고 죽는 아수라장이 펼쳐짐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이 영화의 이미지는 귀엽다. 괴물들이 그다지 무섭지 않게 그려진 것도 한 이유겠지만, 헬보이와 에이브의 로맨스는 귀여운 이미지의 핵심이다. 커다란 덩치에 뿔을 가진 헬보이가 고양이를 키우며, 리즈와 티격태격 부부 싸움하는 장면이라든가 에이브가 누알라 공주에 대한 연정을 표현하는 장면들, 특히 사랑에 가슴 아파하는 헬보이와 에이브가 맥주를 마시며 Barry Manilow의 <Can’t Smile Without You>를 부르는 장면은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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