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 : 다크나이트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흥행과 작품성을 두루 만족시킨 수작이다.
지금까지 좋은 글들은 많으니 혹평을 해보고자한다.
모두가 인정하듯 다크나이트 흥행의 일등공신은 히스레저(조커)의 명연기이다.
하지만 연기는 훌륭했을지 모를지언정 캐릭터의 악마성은 조잡했다.
조커는 두 개의 배에 폭탄을 장착하고 살기위해선 악마가 되라는 선택을 강요한다. 이 설정은 영화의 절정에 해당하며 대부분의 관객들은 숨을 죽이고 몰입했을 것이다. 그런데 감독은 인간은 근본적으로 선하며 정의는 이긴다는 진부하다 못해 유치뽕짝으로 끝을 맺는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선한가?
타이타닉이라는 영화에서 배가 침몰할 때 노약자와 여성들을 구명보트에 태우는 장면을 여러분은 기억할 것이다. 그 와중에서 묵묵히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들. 죽음의 공포를 초월한 인간임을 자랑스럽게 만드는 그러한 모습에 우리는 감동한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인간이 그렇게 용기 있고 선한동물만은 아니라는 것을.
인간은 근본적으로 나약한 동물이며 타이타닉에서 보여준 용기는 집단의 힘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최민식(선생역)이 마지막에 이런 말을 한다.
“너희들은 당연한 너희들의 몫을 빼앗기고도 분한 줄 몰랐고, 불의한 힘 앞에 굴복 하고도 부끄러운 줄 몰랐어. 그런 너희들이 앞으로 어른이 되서 만들 세상은 상상만 해도 끔찍해!”
만약 당신이 누구인지 아무도 알 수 없고 무한한 힘을 가졌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또한 무엇을 행동하든 신(神)조차도 모른다면 당신은 영웅이 되겠는가? 그제야 인간 심연 밑바닥에 꿈틀대는 내면의 악마가 본색을 드러낼 것이다.
기폭장치 찬반투표에서 찬성이 반대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무기명 투표이고 누구도 알 수 없었기에 인간의 본성이 드러난 것이다. 이것이 죽음 앞에서 살고자하는 인간의 나약함이다. 그러나 막상 기폭장치를 누르는 일은 그 누구도 하지 못한다. 인간의 도덕적 양심은 집단 앞에서 자신의 추함을 드러내지 말라고 종용하기 때문이다. 그들 대부분은 나 이외에 다른 누군가가 그 악함을 실행해주길 바랬을 것이다.
나는 조커가 그러한 인간의 내면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 무척 실망스럽다. 기폭장치를 모두에게 나눠주든가 하다못해 집단의 광기를 선동하는 자가 있었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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