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웃겨 안쓰러운 그들.... ★★★★
사람들이 다큐멘터리에 대해 선입견이 있어서 그렇지 재밌고 웃긴 다큐멘터리는 많다. 그러나 <우리는 액션배우다>만큼 웃긴 다큐멘터리는 정말 찾기 어렵다. 이 영화는 그만큼 웃기고 그만큼 재밌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2004년 서울액션스쿨 8기 합격생 중 마지막까지 버텨낸 권귀덕, 곽진석, 신성일, 전세진, 권문철 등이며, 영화는 이들의 오디션 장면부터 액션배우로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을 여성 나레이터의 목소리에 담아 포복절도할 웃음 바이러스를 뿌려댄다.
특히 오디션장에 말을 끌고 올 수 없다는 점을 이용, 황당무개한 말 액션으로 합격했으며, 점쟁이 말만 믿고 호랑이 문신을 하느라 빚만 잔뜩 진 전세진의 일화와 그의 좌충우돌 캐릭터는 정말 배꼽 빠지는 경험을 하게 한다.
사실 <우리는 액션배우다>는 전반적으로 너무 웃기긴 하지만, 산만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얘기에 중심이 없다. 가끔은 이 영화가 ‘액션스쿨 8기생은 정말 골 때리는 합격생들로만 이뤄졌다’는 걸 말하기 위한 영화인가라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주요 출연진의 이야기를 한 명 한 명 따로 떼어도 <인간극장> 한 편이 나올 만큼 풍부한데, 그걸 한 곳에 몽창 담아 두서없이 마구 널려 놓은 듯한 느낌.
그냥 쉽게 생각해서 동기생 중 처음으로 입봉에 성공하고 촬영을 끝낼 즈음에 유일하게 남은 권귀덕을 이야기의 중심에 세우고 그 주변으로 다른 인물을 배치했다면 어땠을까? 그런데 정병길 감독은 이 길에 남은 권귀덕과 다른 길을 선택한 곽진석, 신성일, 전세진, 권문철 등의 이야기를 같은 선상에 놓고 같은 비중으로 바라본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야 내가 생각한 방식이 화려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양지의 세계관일뿐, 화려함 이면에 생명까지 저당 잡힌 채 음지에서 활동하는 ‘액션배우’의 세계관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액션배우’들에게는 성공과 실패라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것일지도 모른다. <놈놈놈> 촬영기간 중 사망한 고 지중현 무술감독의 장례식장에 모인 ‘액션배우’들의 무덤덤한 표정은 그래서인지 더욱 슬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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