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컨피덴셜>의 퇴행 버전... ★★★
LAPD 소속 형사인 <스트리트 킹>의 주인공 톰 러들로(키아누 리브스)는 수년 전 아내를 잃은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폭력성과 충동에 휘둘리고 있는 그는 법적 절차에 의지하기보다 자신의 손으로 범죄자를 처단하는 것이 진정한 정의의 실현이라고 믿는다. 러들로는 온 도시를 떠들썩하게 한 쌍둥이 어린이 실종사건을 폭력적으로 해결한 뒤 증거를 조작하며, 이 덕분에 그의 상관인 잭 완더(포레스트 휘태커)는 총경으로 승진하게 된다. 하지만 내사과의 책임자 제임스 빅스(휴 로리)는 그의 탈법적이고 돌출적인 수사방식에 의문을 품고 내사를 진행한다. 한때 파트너였던 워싱턴이 빅스에게 자신의 불법행위를 폭로하고 있다고 생각한 러들로는 그를 뒤쫓아 식료품점으로 들어가지만, 갑자기 나타난 2인조 복면강도는 워싱턴을 무참하게 살해한다. 이 사건의 수사를 맡은 디스칸트와 함께 유력한 용의자를 찾아 나선 러들로는 이미 죽어 있는 용의자를 발견하고, 워싱턴의 죽음이 단순한 강도사건이 아님을 직감하게 된다.
영화 <스트리트 킹>이 한국에서 화제에 오른 건 한국과 관련한 얘기가 도입부를 장식했기 때문이다. 러들로 형사가 수사하는 쌍둥이 어린이 실종사건은 코리아 마피아의 범죄로 묘사됐고, 그게 한국을 모욕했다는 식의 반응들. 영화의 처음 부분에 전화를 하고 있는 러들로 형사 뒤로 실종된 쌍둥이를 찾는 광고판이 보이는데, 영어로 Missing이라는 헤드라인 밑에 쌍둥이의 사진이 보인다. 그런데 Missing을 ‘행방불명’이 아니라 ‘놓치기’라고 한글 표기를 해놓았다. 아마 온라인의 허접한 번역기를 사용한 듯 보이는데, LA라면 수많은 한국 교포들이 있을 터, 조금만 신경을 썼다면 이런 정도의 실수를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이런 실수 때문에 한국을 모욕했다는 반응이 나왔을까? 아니면 중간에 ‘씨발’하는 한국어 욕 때문에? 그것도 아니면 주인공의 인종차별적 발언 때문에?(이 인종차별 발언은 <크래쉬>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데, <스트리트 킹>에서의 발언은 주인공의 워싱턴에 대한 반발의 감정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지, 실제 주인공이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비춰지지는 않는다) 아닐 것이다. 그저 한국인이 범죄를 저지른다는 설정에 기분 나쁜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근데 실제로 LA경찰국의 최대 고민 중 하나가 코리아 마피아 등 동양계 폭력조직이라고 한다. 이들은 위계질서가 강하고,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높으며, 따라서 매우 잔인하다고 한다. 아무튼 이런 장면을 보면, 헐리웃의 많은 영화에 나오는 다양한 국적의 범죄인들의 묘사가 어쩌면 대단히 부실할 가능성이 높을 수 있음을, 그리고 그것을 보면서 우리는 대단히 즐거워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어쨌거나 <스트리트 킹>의 각본은 James Ellroy(제임스 엘로이)가 담당했다. 제임스 엘로이가 쓴 LA를 무대로 한 느와르라고 하면 자동적으로 <LA 컨피덴셜>이 떠오른다. 그리고 타락한 도시의 부패한 경찰조직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두 영화는 확실히 비슷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특히 사법 체계를 무시하고 개인적으로 범죄 조직을 처단하는 형사의 존재, 범죄를 생산하는 주체가 바로 경찰 내부에 존재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등장인물 중 누구도 선한 존재는 없다는 점에서 두 영화는 사실상 쌍둥이 영화로 봐도 무방하다.
만약 <LA 컨피덴셜>이 없었다면 이 영화의 평점은 최소 별 한 개 이상은 더 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LA 컨피덴셜>을 안 본 사람이라면 꽤 흥미로운 영화였을 거라는 얘기다. 그런데 나는 불행히도(?) <LA 컨피덴셜>을 봤고, 따라서 영화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향후 이야기의 흐름이 어떻게 진행될 것이며, 어떻게 결론이 날지를 거의 100% 맞추고 말았다. 물론 그럼에도 LA의 어두운 분위기라든가 폭력적으로 범죄 조직을 소탕하려는 러들로 형사를 이용하려는 경찰 내부에 존재하는 여러 세력의 움직임은 - 사실상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러들로 형사 - 음미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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