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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장점과 그것을 뛰어 넘는 단점들.... 걸스카우트
ldk209 2008-08-08 오후 5:32:40 2163   [3]
약간의 장점과 그것을 뛰어 넘는 단점들.... ★★☆

 

곗돈을 떼인 여자들이 뭉쳐서 범인을 잡으러 다닌다는 영화 <걸스카우트>는 꽤 긴 시간을 거쳐 개봉에 성공(?)한 영화다. 물론, 몇 년이 지나도록 개봉하지 못한 영화가 수두룩한 현실에서 몇 개월 늦은 정도가 별 대수냐 싶겠지만, 다른 영화에 비해 <걸스카우트>는 나름 TV 오락프로그램에서 먹어주는 인물들이 포진한 바람에 그만큼 많이 비춰졌고, 그만큼 늦은 것처럼 잔상에 남은 것이다. 하여튼 온갖 오락 프로그램에서 바로 개봉할 것처럼 인터뷰하고 사진 찍고 하길래 금방 개봉하나 했더니 몇 개월 지나 다시 인터뷰하고 사진 찍고 한다. 그런데 늦은 개봉은 흥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아무래도 부정적일 가능성이 높다. 내 주위 얘기만 들어봐도 개봉이 늦은 영화는 ‘재미가 없으니깐 개봉관 못 잡았겠지’라는 선입견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어쨌거나 한국인이라면 주위에 한 두 명 정도는 당해 봤을 한국 사회에 특화된 소재라는 점에서 현실에 발 딛고 선 <걸스카우트>는 나름 재미와 통쾌함을 안겨주기는 한다. 누군가 이 영화를 <곗돈 찾아 나선 우생순>이라고 표현했던데, 꽤나 적절한 표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승을 향해 뛰는 핸드볼 선수들과 곗돈을 찾아 뛰는 여자들의 절박한 심정은 겹쳐지고, 거기에 여성들의 삶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남성들의 존재도 비슷하다. <걸스카우트>에 나오는 남성들은 대게가 실업자이거나 늙은 노모에게 돈 달라고 구박하는 존재거나 깡패들이다.

 

강력하지는 않지만 여성연대의 틀거리를 지니고 있는 <걸스카우트>가 빛나는 지점은 절박함을 살짝 비껴난 여유에 있다. 즉, 나름 절박함을 안고 있는 이들이 범인을 잡기 위해 봉고차를 타고 가면서 전혀 어울리지 않게 마치 소풍가는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든지 - ‘오랜만에 밖에 나오니깐 좋네’ - 특히 카페 밖 마당에서 삼겹살을 구워먹으며 야영을 하는 모습들. 그리고 각각의 캐릭터가 현실처럼 살아 움직인다는 점도 이 영화의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그 중에서 잠복근무 중에도 인형을 들고 와서 라벨을 붙이고, 전화를 걸어 아이들 챙기는 오봉순(이경실)은 이 영화가 정말 리얼리티에 바탕을 뒀구나 하는 느낌을 갖게 한다. 그리고 성혜란의 유혹에 결국 넘어가는 모습은 가장 인간다운 배역으로도 자리매김한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문제는 무엇일까? 어쩌면 범인을 잡으러 돌아다니는 4인방, 그 자체가 제일 문제가 아닐까 한다. 이이만, 최미경, 오봉순, 강은지로 이루어진 팀 구성은 사실 좀 억지스럽다. 코미디라는 설정상 이해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현실에 바탕을 둔 영화라는 점에서는 엇박자를 만들어낸다. 우선 강은지(고준희)는 확실히 관객, 그것도 젊은 남성 관객을 겨냥한 캐릭터로 보인다. 왜냐면 그녀가 이 팀에 합류해야 할 어떠한 개연성도 없기 때문이다. 곗돈을 떼인 것도 아니다. 악성 채무로 협박을 당하는 상황에서 혹시 모를 행운을 찾아 마치 놀러가듯이 이 팀에 끼어든다는 건 단지 어리기 때문에 이해되어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이이만(나문희)이 이 팀에 합류한다는 것도 좀 무리다. 아마 현실에서라면 반대로 ‘할머니는 집에서 쉬고 계세요. 저희가 찾아 드릴게요’ 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 팀의 구성 자체가 가장 큰 문제라고 하는 건 왜 이 팀이 구성될 수밖에 없는지 관객에게 소구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 많은 사기 피해자들이 스스로 범인을 잡기 위해 뛰어 다니고는 있다. 왜냐면 경찰들은 사기 액수가 별로 크지 않고 사회 여론화되지 않은 사건들은 그냥 묻고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경찰들은 범인들을 기소중지(수배)해 놓고 운 좋게 음주운전 등으로 걸리기를 바란다. 그래서 피해자들이 직접 뛰어 다니며 범인이 어디에 숨어 있다는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그나마 경찰이 움직인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우선 경찰에게 기댄다. 왜냐면 처음엔 경찰에 대한 기대가 크고 자신들이 뭘 할 수 있다고 믿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경찰의 지지부진한 모습에 분통이 터지면서 스스로 나서게 된다. 그런데 <걸스카우트>에는 그런 과정 - 법 체제에 맡기는 - 없이 바로 사적 복수라는 과정으로 들어간다. 게다가 영화가 끝날 때까지 경찰은 단 한 번의 등장조차 없다. 마치 이 영화에 출연한 등장인물들은 처음부터 ‘경찰은 믿을 수 없는 존재고, 어떠한 경우에도 경찰에 연락해서는 안 된다’라는 공동의 협정서를 맺은 것만 같다.

 

범인들의 도피 행각은 이 영화의 가장 어처구니없는 부분이다. 아무리 닳고 닳은 인간이라도 일단 사기를 치고 도피하는 입장, 그것도 조폭 집단의 돈을 가로챈 마당에서 경찰도 피해야 되고, 무서운 조직도 피해야 되는 범인들이 평소 잘 다니던 ‘물안개’ 카페를 그것도 한 번도 아니고 몇 번씩 드나든다는 건 ‘나 잡아가슈’라고 광고하는 꼴이다. 그리고 보아하니 카페의 앞마당은 카페의 사유지일 가능성이 큰데, 카페에서 캠핑(?)하는 아줌마들을 그냥 내버려둔다는 것도 확실히 설정상 무리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영화의 장점이기도 한 사기 피해자 네 명의 가벼운 유흥도 너무 나감으로서 단점으로 작용한다. 그것이 비록 범인을 잡기 위한 외출일지라도 간만의 외출은 사람을 들뜨게 하기도 하고, 그래서 분위기와는 맞지 않는 모습을 연출할 수도 있다. 그런데, 봉고차에 올라가 춤까지 추게 하는 건 너무 오버다. 더군다나 아들의 수술비를 사기 당한 오봉순마저 이 대열에 합류하다니, 이들이 정말 돈을 잃은 절박감을 느끼는 것인지 의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막을 내리면서 못내 찝찝한 건 제대로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는 것이다. 무슨 말일까? 대체 이 팀에 왜 합류했는지가 의심스러운 강은지는 결국 자신의 장기 채무를 여전히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이고, 사채 회수 업무를 맡고 있는 프로패셔널 이종대는 빈손으로 그냥 돌아간다는 것이다. 분명히 이종대는 강은지에게 현금 2억인가를 주면서 그 돈으로 채무를 갚으라고 했지만, 그 돈은 성혜란의 사기 피해자들이 나눠가질 뿐이고, 강은지에게 돌아갈 돈은 없다. 이종대는 채권이 날아간 한강에서 민홍기를 잡았지만, 막상 돌아가는 자리에선 혼자다. 대체 민홍기는, 성혜란은 어디로 갔을까? 분명 업무를 지시한 사람은 채권과 사람, 둘 다 원했는데, 그는 채권도 놓치고 사람도 놓쳤다. 사람이라도 데려가야 하는 건 아닐까? 이제 남은 건 이종대에 대한 잔인한 처벌만 남았다. 거기에 강은지까지 끼어서. 물론 영화는 그걸 보여주지는 않는다. 다만, 영화가 상처를 입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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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o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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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09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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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스카우트(2008, Girlscouts)
제작사 : (주)보경사 / 배급사 : 롯데쇼핑(주)롯데엔터테인먼트
공식홈페이지 : http://www.girlscouts2008.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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