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는 눈 이에는 이> (스포 有)
<친구>라는 엄청난 작품을 만들었던 곽경택 감독.. 그런데 그 이후의 작품들 특히 <태풍><사랑>에서부터 주춤하기 시작하더니 사람들에게 우려를 사는 감독이 되어버렸다. 근데 나는 평가가 별로 좋지 않은 <사랑>도 재밌게 봐서 그런지 곽경택 감독에 대해 별로 실망감을 느끼고 그러지는 않았는데.. 이번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보고 나서야 곽경택 감독에 대한 설마의 우려가 역시나가 되어버리는 느낌을 느낄 수 있었다. 아무튼 나에겐 그다지 우려감이 없었던 친구라는 작품을 만들었던 곽경택 감독과 백발 카리스마 형사로 돌아온 한석규, 모델포스 뿜어주는 간지나는 악당 차승원의 조합으로 엄청나게 기대를 하고 본 영화인데. 실망감은 3배는 되는 듯하다.
먼저 스피디한 화면 전개랍시고 화면분할 편집까지 해가면서 스타일리쉬 하게 화면을 구성해 놓았는데, 그것이 독이 되었다. 솔직히 범죄 장면들에서 화면 분할해서 보여줄 때 어지러웠고 산만하게만 느껴졌다. 장면을 빨리 빨리 넘기고 스피디하게 전개되긴 하는데 상황이 어떻게 벌어지고 있는지 보이기는 하지만 자세히 알기는 어렵고 살짝 맛만 보여주는 듯한 장면들이 ‘어?? 뭐지??’.. 관객 배려해 놓은 영화는 아니었다.
또 범죄 영화인데 범죄 장면에서 긴박감과 긴장감이 없다. 앞서 말한 스피디한 전개 때문인지 몰라도 대충대충 빨리 빨리 넘어가려는 듯한 느낌이었고 너무나 범죄가 순조롭게 진행되어서 그런지 차승원과 그 일당들이 범죄를 성사시키고 나서 지네들끼리 좋아하는 장면(돈 뿌리고 놀 때랑, 금괴 훔쳐서 달아날 때 차승원 웃는 장면 등) 별로 공감가지도 않고 통쾌하지도 유쾌하지도 않았다. 일단 분명 경찰들이 감시하는 하(금괴 빼 돌리는 장면)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슬아슬한 긴박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게 벌써부터 실망이었다. 경찰들 답답했고 진짜 멍청하게만 보였다. 아무튼 차승원 일당들의 범죄 작전이 완벽하고 탁월해서가 아니라 경찰들의 무능력 때문에 범죄를 성사시키고 있는 걸로 밖에 안보였고, 긴장감이 없으니 그냥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 범죄 영화라면 통쾌해야 되는데 전혀 아무런 감흥이 없으니...
다음엔 차승원의 나름대로(?) 슬픈 과거와 홀어머니와 어린 딸자식을 가진 차승원 똘마니의 상황 설정이 별로였다. 분명히 <오션스 일레븐> 처럼 통쾌하고 유쾌한 복수! 범죄! 한탕! 이런 걸 따라하려고 한 듯한 느낌이 풀풀 풍기는데 악당들의 개인 내력 설정해 놓은 게 약간은 악당들에게 연민을 느끼라는 건지 뭔지. 쓸 데 없는 설정을 해놔서 별로였다. 뭐 이런 차승원의 복수를 공감하게 될 우려를 생각해 한석규가 “복수는 몇 조 몇 항입니까?!!” 대사 치는 장면은 꽤나 재밌긴 했지만.. 어쨌든 범죄자들이 통쾌한 유쾌한 완벽한 범행을 저지르려면 악당이 확실하게 악당다워야 재밌을 텐데 설정을 애매하게 해놓았으니.. 별로였다.
아무튼 영화에서 그나마... 가장 볼만한 볼거리를 찾는 다면 솔직히 기대 이하였지만 한석규의 백발 형사 연기와 시트콤 <코끼리>에서 다 늙은 아저씨인데 고등학교 다니던 학생으로 나왔던... 안병준이 영화에서 트랜스젠더(?) 안토니오 역할을 맡아 연기하는 모습뿐이었다. 뭐 한석규의 연기는 좋았지만 내가 생각했던 처음부터 끝까지 악랄하고 까칠하고 독기가득한 그런 형사는 아니었다. 그냥 욕 조금 간지 나게 하고 신경질 좀 부릴 뿐, 그렇게 완벽하게 뭔가 독기어린 카리스마 넘치는 형사는 아니었다. 영화에서 제일 재밌었다고 쳐주고 싶은 부분은 안병준의 트랜스젠더 안토니오 역할 장면들...ㅋ 여자 목소리랑 말투가 솔직히 저질스럽지만 이게 가장 볼만한 부분이었고 한석규가 화나서 이 안토니오 거시기를 쥐어짜는 장면.. 그게 한석규가 가장 악랄하게 나왔던 것 장면이었다.
그리고 이 영화 클라이막스 장면, 있긴 있다고 보여주는 것 같은데 솔직히 없는 듯하다. 원최 영화가 긴박감이 없고 긴장감이 없어서 그런지 마지막에 차승원이 김현태(영화에 나오는 또 다른 악당, 사채업자, 차승원의 복수 상대)와 금괴 교환을 하면서 벌어지는 액션장면들이 완전 어디서 많이 본 듯하고 (너넨 싸워라., 우린 그냥 볼게...) 느낌만 들뿐 전혀 감흥이 없었다. 너무나 뻔할 뻔자의 결말이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왜케 재미가 없던지. 김현태가 자기 부하를 죽이는 장면은 왠 생뚱맞은 어이없는 장면이었는지 황당스러웠다. 또 영화에서 나는 솔직히 <공공의적> 1편에서 나온 설경구와 이성재의 첨예한 대립, 엄청난 갈등, 싸움이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런 것도 없었고, 있었다 해도 공공의 적에서 나온 경찰과 악당만큼의 대립구도는 느껴지지 않았다.
어쨌는 영화는 한석규가 클라이막스 장면(?)이 끝나고 차승원을 검거하고 나서 경찰서로 가는 도중에 몇 마디 대화를 한 뒤 중간에 왠일인지 차승원을 풀어주는 장면이 나오고 나서 차승원의 범죄 성공, 승리로 끝이 난다. 한석규는 차승원을 풀어준 것으로 조사를 받고 마지막엔 금괴를 꼬불쳐 놓은 차승원 일당에게 완벽하게 속았구나 하는 느낌의, 또 차승원의 범죄와 복수가 정말 통쾌한 것 이라는 느낌을 주기위해 한석규가 허탈한듯 깔깔깔 웃는 장면이 나오는데... 솔직히 한석규 혼자만 웃는다. 왜 웃는지 이해가 안갔다. (내가 머리가 나빠서 그런지 몰라도) 이해를 할 수 없으니.. 설득력 하나도 없었고 차승원이 아무튼 엄청난 범죄를 성공해서 부자가 된 것임에는 분명한데 그것이 전혀 통쾌하고 유쾌한 복수, 범죄로 느껴지지가 않았다.
아무튼 이래저래 실망감만 안겨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겉만 번드르르 실속 없는 영화였다. 포스터랑 스틸 샷만 간지난다. 大실망이다. 허탈하다. 뭘 본건지 모르겠다. 영화를 본 후에 예고편을 봤는데.. 예고편은 정말 재밌고 흥미진진하게 잘 해 놓았다. 예고편만 정말 재밌게 만들어논 예고편만도 못한 영화 ㅠ
(뭐 내가 머리 나빠서 영화 내용 이해 못해서 재미없게 본걸지도... 이건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임.. 실망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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