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의 재구성'을 재밌게 보신 분이라면 재밌을거에요' 눈눈이이를보기전, 모 영화 싸이트에서 우연히 보게된 한 네티즌의 이 말이 나에겐 독이 되었다. 그랬다. 난 범죄의 재구성을 기대했었다. 어차피 둘다 사기꾼들의 이야기이지 않은가? 눈눈이이가 형사와 범인의 대결이라는 점이 부각되긴 하였어도 결국엔 사기치는 범인과 그를 쫒는 형사의 이야기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정말 독이 되었다. 차라리 아무런 기대없이 영화를 보았더라면 더 재미있을텐데....
사실 영화가 나쁘지는 않다. 지루하지도 않다. 그런데 크게 재미있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왜 그럴까?
김지석-미우나고우나로 뜨기 전에 찍어서 그런가? 비중없다 -0-;;
첫째, 색깔있는 조연 캐릭터의 부재이다. 이 영화는 안현민과 백반장의 대결을 부각시키기 위해 조연들을 완전히 배재해버렸다. 관객들에게 유일하게 웃음을 선사하는 이병준과 이 영화의 제일 나쁜 놈 송영창등이 그나마 비중을 있을뿐 김지석, 정인기 등 나머지 배우들은 그다지 크게 존재감이 없다. <범재의 재구성>이 박신양, 이문식, 백윤식, 김상호, 박원상 이 다섯명의 한팀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면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데 비해 이 영화는 똑같이 5명이 한팀이지만 차승원을 제외하곤 정인기, 김지석 등 나머지 4명은 하는 일이 거의 없다. 모든 것은 차승원에 의해 이루어질뿐이다. 백반장의 움직임조차도 말이다. 그래서 영화가 심심해졌다. 조연 배우들의 비중이 좀더 늘어나고 그들의 활약을 영화가 좀더 보였주었다면 이렇게 심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둘째, 깔끔하지 못한 편집과 이야기 전개이다. 중간에 감독이 교체되면서 두명의 감독이 연출을 맡아서일까? 이 영화의 편집은 전혀 매끄럽지 못하다. 그덕에 꽤나 공들여서 연출한 티가 나는 영화속에 멋진 액션장면들이 그저 그런 액션장면으로 전략하고 있다. 초반 현금수송차량탈취장면이나 후반부 추격장면, 그리고 인천부두 장면은 분명 이영화에서 관객들에게 숨막히는 긴장감과 재미를 선사해야함에도 그렇게 큰 긴장감도 재미도 주지 못하는데 이것은 너무도 다듬어지지않은 이영화의 편집의 영향이 크다. 이야기전개도 마찬가지이다. 이 영화의 스토리는 어찌보면 헛점이 매우 많다. 잘짜여진 이야기가 아니다보니 영화는 어물쩡 어물쩡 넘어가 버린다.그래서 영화에 그다지 큰 긴장감을 느껴지지 않는다. 그냥 짜여진 각본대로 그대로 따라갈 뿐이다.
안토니오 역의 이병준 - 완전 연기 최고!!
셋째, 혼자 쿨한척 하는 결말이다. 사실 영화는 그다지 쿨하거나 통쾌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초반에 현금 수송차량을 탈취한 안현민 일당이 돈을 마구쓰고 돌아다니때 잠시 '와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들기는 하였지만 그뒤로는 전혀 통쾌하거나 하지 않는다. 그런데 영화는 마지막에 가서 갑자기 쿨한척을 한다. (스포일러있습니다. 영화를 안보신 분들은 이부분을 뛰어넘어주세요) 왜? 그것은 이영화의 장르가 범죄액션영화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이런 영화들은 사기꾼들이 승리한다. 그들은 경찰을 완벽히 따돌리고, 그들이 훔친 돈을 가지고 유유히 사라진다. 관객들은 그런 사기꾼들의 모습을 통해 통쾌함을 느끼고, 영화는 경쾌한 음악과 함께 쿨하게 끝난다. 그런데 이영화는 관객에게 통쾌함도 주지 못하면서 혼자서 쿨한척 한다. 차승원이 승리했지만 그다지 크게 통쾌하지 않은데 말이다.
그렇다면 영화가 재미없지도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배우들의 공이 크다. 백반장역의 한석규는 정말 카리스마 작렬이다.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한석규는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관객을 압도한다. 이에 비해 차승원의 연기는 조금 어정쩡한다. 한석규의 연기가 뛰어나서 비교가 되는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차승원의연기는 뭔가 부족해 보인다. 이들 외에 낮에는 금은방, 저녁엔 게이바를 운영하는 안토니오 역의 이병준은 행동 하나하나까지도 극중배역에 딱 맞는 완벽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김현태 사장역의 송영창또한 마찬가지이다. <놈놈놈>에서 초반 친일파를 연기했던 그는 이번에는 경상도 사투리를 완벽히 구사하면서 돈밖에 모르는 나쁜놈을 완벽히 소화하고 있다.
카리스마 작렬 한석규!!
두명의 감독의 공들인 연출도 한몫하고 있다. 이 영화는 두 명의 감독의 연출 비중이 거의 반반이라고 한다. 비록 중도하차라는 실패로 끝났지만 <오션스일레븐>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우리형>의 안권태 감독은 꽤나 공들여 영화를 만들었다. 안토니오의 등장씬은 거의 안권태 감독이 연출했다고 하는데 전화로 안토니오를 조종하여 경찰을 골탕먹이는 장면은 꽤나 공들인 티가 난다. 곽경택 감독은 연출이야말이 필요없지 않은가? 특히 남자들의 이야기에서 그의 연출은 빛이 나지만 그것이 때론 단점이 되기도 하지만...
이 영화는 지난 4월 개봉하려다가 7월로 개봉이 연기되었다. 그렇다면 개봉이 연기된 3개월동안 제작사와 감독은 무엇을했을까? 그시간동안 영화를 좀더 다듬었다면 훨씬 더 멋진 영화가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아니 어쩌면 제작비를 더 사용하더라도 안권태 감독이 처음부터 끝까지 연출했다면 더 좋은 영화가 나오지 않았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뭐 이미 이영화가 제작사가 그간 <가문의 영광>시리즈 외에는 크게 흥행에서 재미를 보지 못한<태원엔터테인먼트>란 것을 안 순간 그려려니 했지만 말이다.
결국 이 영화는<범죄의재구성><오션스일레븐>같은 영화를 기대하지만 않는다면 그럭저럭 볼만한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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