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직관적이고, 사실적으로 이해하려고 들면, 왠지 영화가 엉성하다는 느낌이 든다.
대표적인 것이 왜 순이는 베트남에 갔는가? 하는 것인데 언뜻 생각해 보아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과거에는 부모님이 맺어주신 인연과 결혼을 하는 사회적 관습이 오늘날의
세대에서는 선뜻 납득되지 않는 부분인 것이다.
이 영화를 조금 돌려서 생각해 보자!
내 생각이지만, 아마도 이준기 감독은 그냥 일반적인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그린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시어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서 자주 면회를 가고, 그러다보니 베트남까지 가고 사랑으로 변하고 하는
그런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핵심은 "순이를 어머니로 대치해서 바꿔서 생각을 해보자는 것이다." 즉, 감독은 한 어머니의 사랑을
교모하게 며느리, 아니 아들의 한 아내로서 변모시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순이가 그렇게도 죽음을
불싸하고 베트남에 간다는 것은 '자식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항상 뒤에서 자식을 바라보고 있으나 그 자식은 떠나려고만 한다. 사랑하지만 연인과의 관계에서
처럼 드러내 놓고 말하지는 않으나 말없이 행동으로 사랑하고 있는 모습니다. 그 영화에서 '상길'은
그런 사랑을 못 깨닫고 있다. 오히려 '니가 사랑을 아느냐?' 하고 무시하고 있다.
진짜 사랑을 모르는 것은 바로 '상길'이다.
왜냐하면, 죽음을 불사하고 자식을 보러가는 그 진한 어머니의 사랑을 그는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골의 순박하던 순이가 그렇게 위문 공연단이 되어서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식을 만나려고 할 때, 세상은 그녀를 더렵힌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뺨 좀 맞으면 어떠랴,
비웃음을 당하면 어떠랴,
그리고 나의 순결까지도 빼앗기면 어떠랴...
나는 벌겨 벗겨지고, 마지막에는 미군 대장에서 몸까지 넘겨주는 그런
비장한 모습 속에서 이 사회의 어머니들의 모습을 보았다.
몸까지 팔아가며 자식들 과외비를 대는 그런 모습 말이다.
어쩌면, 이 감독은 그런 상징을 쓴 것은 아닐까?
아무튼, 그 어머니의 사랑은 자식을 사지에서 구해낸다.
스스로 파괴되어 죽음의 자리인지도 모르는 곳에 겁없이,
그리고 아무 생각없이 뛰어든
상길...
마지막 엔딩에서 뺨을 때리고 가슴을 때리는 모습에서
한 많은 한 어머니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것이 내가 본 '님은 먼곳에'의 내용이다.
한 어머니의 대한 자식의 사랑을 교묘하게 남녀간의 사랑으로 감추어진 이야기.
따라서 어딘가 엉성하고 짜임새가 맞지 않은 그래서 속을 모르면, 평가절하될 수 밖에
없는 그런 영화를 이 감독은 만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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