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이렇게 어렵게 풀어야 했을까. 왜 그렇게까지 했니. 이렇게 끝내다니, 어이가 없네...
영화를 보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들이다.
영화는 자신을 아내로서 대우해주지(사랑하지도) 않는 남편을 찾아가는 아내의 모습을 보여준다.
마지막 결말에 이르러서야 결국 그 결실을 보게 되지만, 그것으로서 실망감이 회복되는 것은 아니었다.
신문과 영화잡지의 리뷰에서도, '왜'라는 당위성의 부족과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가 등장한다고 나왔다.
맞는 말이다. 영창갈래 전쟁터갈래 하는 와중에 전쟁터간다는 군인 몇이나 될까.
(물론 영창간다고 하면 어머니, 순이가 더 극성으로 찾아올것 같아 도망친 것이라 이해할 수는 있지만서도.)
그렇다고 위문공연단이 되어서 남편을 만나면, 뭐할려고 했을까. 그냥 가는 것 뿐이라면 말이 안된다.
(혹자는 그것이 순이의 존재증명이라고 하는데 영 와닿지 않는다.)
또한 터무니 없이 착한 캐릭터들... 정만(정진영)은 마지막에서야 '회개'하고 순이의 마음을 알아주려고 하며,
용득(정경호)는 순이에게 맘이 있는 듯 없는 듯 미지근한 태도를 보인다.
성찬(주진모?)는 정만이 자기 동생을 임신시켰을지도 모르는 가정이 있지만 이를 모른척하고 도망치듯 베트남으로 떠나려고 한다.
순이의 노래를 듣고 경계를 푸는 베트콩 대장이나, 미군 중령도 그렇게 행동이 타당하게 보이지 않는다.
이 영화를 보면서 데자뷰가 있었는데 어디서 본 장면 같았더니 다 이준익 감독거였다.
위기에 닥쳤을때 사람이 강해진다는 것을 보여줄려고 한 것은 <황산벌>의 변주며,
음악으로서 사람을 뭉치는 것은 <즐거운 인생>의 변주다.
지나간 세대에 대한 그리움의 표현에 <라디오 스타>의 모습이 비친다면,
유랑밴드의 흥겨움에서 느끼는 것은 <왕의 남자>모습 같다.
이렇게 정리하니 이 영화는 이준익 감독의 영화들의 종합선물세트 같다.
(그러면서도 영화들 전반에 걸친 메세지는 이 영화 <님은 먼곳에>에 거의 다 담은 것 같다.)
좋은 점을 들자면, 일단 전쟁을 여성의 시각으로 봤다는 점. 음악을 가장 잘 접목시켰다는 느낌이랄까.
음악으로서 시대상이나 사회적 상황등을 제대로 표현하는 것등이 대단히 인상깊었다.
아울러, 달거리를 겪는 순이에게 '성장통'이라는 새로운 장치를 하는 듯 싶었다.
또한 다른 밴드멤버들도 성장하는 듯 싶었다.
용득(정경호)이 순이(수애)가 미군들을 유혹하며 번 돈을 불태우는데도 다른 멤버들 모두 아무말 없이 바라보며,
이 문제가 어느 덧 자신들에게도 아픔이 되고 있다는 것이라 생각하게 한다.(그런 점이 이준익 감독 작품의 공통점이다.)
(라디오스타 박중훈-안성기=위기를 극복하면서 서로를 이해한다. 왕의남자 -감우성-이준기-정진영=동정, 연민의 관계)
뭐, 나중에 배우들에 대한 캐릭터의 몰입은 무서울 정도로 굉장했고,
전쟁신에서의 급박한 순간이나, 현실감은 엄청났지만...아쉬움이 더 크다...
영화를 보고나서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제대로 생각나는게... 이것뿐이라서...
결론을 내리자면... 그냥... 너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라고 할까...
감독님은 당위성을 많이 배제하고 만든건데... 그냥 큰 의미에서 보라고 만든건데,
저같은 평범한 사람은 당위성에 집착하고 있네요. 그것이 엄청 아쉽고 씁쓸하다.
순이가 찾은것은 사랑이 아니라,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자기 자신이라는... 그런 목적이 너무 늦게 드러나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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