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있습니다!
그야말로 거대한 전쟁의 시작이다. 아시아 영화로는 드물게 800억이라는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들이고, 양조위, 금성무, 장첸, 조미 등 중국 최고의 배우들을 캐스팅 했으며, '페이스오프''미션임파서블2'의 오우삼 감독이 다시 중국으로 돌아와서 만든 영화이니 말이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아시아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들어보았을 그책, 그리고 절반이상의 사람들이 한번은 읽어보았을 그 책, 바로 나관중의 '삼국지'를 원작으로 하여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것도 삼국지 중에서도 최고의 전투로서, 트로이전쟁, 십자군전쟁과 함께 세계3대 전쟁으로 꼽히는 동양최대의 전쟁인 적벽대전을 스크린에 옮겼다는것만으로도 대단히 큰 화제이다. 나관중의 '삼국지'를 읽은 사람 중 책에 나오는 수많은 전투들중 최고의 전투를 뽑으라면 아마도 모르긴 몰라도 많은 사람들이 적벽대전을 꼽을 것이다. 그만큼 적벽대전은 삼국지를 읽은 사람들에게는 가장 흥미로운 전쟁이자, 가장 기억에 남는 전쟁이다. 이러한 적벽대전을 스크린이 옮긴것만으로도 이 영화 적벽대전은 관객들에 매우 흥미로운 영화이다. 그리고 드디어 대단한 전투의 문이 열렸다.
영화는 아시아최대의 제작비가 들어간만큼 화려한 스케일을 자랑한다. 그동안 중국의 장이모우나 첸 카이거 등의 감독들이 스케일이 큰 영화들을 종종 만들어오기는 했지만, 이정도로 스케일의 웅잠함을 느끼게 하는 것은 아마도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하고 있다. 조조의 80만 대군의 모습이나, 거울을 이용한 전투, 팔괘진 전투 등 영화는 우리가 소설을 읽고 상상했을 것들을 화려한 스케일을 통하여 스크린에 고스란히 재현해내고 있다. 이것은 이 영화가 주는 가장 큰 재미이다.
이 영화는 1,2편으로 나누어진 영화의 1편으로서, 소설의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로 보자면 적벽대전의 발단과 전개에 해당되는 부분이다. 영화는 적벽에서 대전이 벌어지기 전의 이야기들, 조조의 출정, 유비와 손권의 동맹, 제갈량과 주유의 조조와의 지략싸움등의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이과정에서 감독은 제갈량과 주유를 중심으로 유비 관우 장비, 손권, 조조, 조자룡 등을 적절히 활용하여 이야기에 흥미를 유발시키고 있다. 특히 이들 등장인물은 지금까지 삼국지를 원작으로 만든 어떤 영화들보다 소설속 등장인물들과 가장 흡사하게 보이는데, 이는 이야기가 늘어지는 것을 감수하고도 각각의 캐릭터 성격형성에 많은 장면을 할애하고 있는 감독의 연출의 힘이라고 볼수있겠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는 '제갈량'이다. 영화는 주유와 제갈량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적어도 개인적으로 1편에서는 제갈량이 더 매력적으로 그려지고 있는듯하다. 분명 주유도 제갈량에 버금가는 손권의 책사이지만, 1편에서의 주유는 손권의 책사라기보다는 장군같은 느낌이 강하다. 그리고 주유와 제갈량이라는 뛰어난 책사를 둔 두사람, 유비와 손권은 1편에서 거의 하는일이 없다. 유비는 짚신 몇짝 만드는 것외엔 하는일이 없고, 손권은 호랑이사냥이 전부이다. 특히 개인적으로 장첸이라는 배우를 좋아해서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별로 나오지도 않아서 조금 안타까웠다. 그나마 위안은 장첸 특유의 카리스마가 짧은 장면에서 강렬하게 느껴져서 좋았다. 2편에서는 손권을 활약을 기대해도 될런지..
이 영화는 '적벽대전'이 막 시작되려는 순간 'To Be Continued'라는 문구와 함께 끝이난다. '적벽대전 : 거대한 전쟁의 시작'이라는 영화의 부제에 딱 맞게 정말 거대한 전쟁의 시작만 보여주고 영화는 끝나버린다. 이것은 이 영화가 1,2편으로 나누어져 개봉한다는 것을 모르고 극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적지않은 당혹감을 느끼게 해준다. 적벽대전을 보러갔는데 적벽대전은 보지못하고 극장을 나서는 왠지 사기당한듯한, 조금은 어이없는 일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앞서 말했듯이 영화는 충분히 흥미롭다. 유비 관우 장비는 물론이오 제갈량, 주유, 손권, 조조 등을 스크린에서 만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밌지만 그래도 제목이 적벽대전인데 적벽대전은 맛보기라도 보여줘야하는 것이 아닌가? 이 영화가 두시간짜리 예고편이라고 비아냥거림을 받는 것도 틀린 이유는 아니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이미 돈 다 받아챙기고, 두 시간동안 에피타이저 요리를 잘 먹여놓고 주요리를 먹으려고 기대하는 순간, 주요리는 다음에 와서 다시 돈내고 먹으라고 손님을 쫒아내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는 그런 영화이다. 뭐 개인적으로는 이정도 에피타이저면 충분하다고 느꼈지만 모두가 내맘같지는 않을테니 결국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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