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랑이란 말을 흔히들 사용하고 입밖으로 되뇌이며 떠들고 있지만 정작 사랑을 정의 내릴수있는 인간은 몇이나 되는지 묻고 싶다. 아마도 사랑을 정확히 풀이할수 있는 것은 인간이 아닌 신들의 영역에 가까운 일인지 모른다. 많이 해보면 해볼수록 어렵고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해답을 찾기 보다는 점점더 복잡해지는 미궁처럼 그렇게 평생을 고민하고 반복하며 살아가는 인생의 동반자 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영화의 내용처럼 자신을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이자 남편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살얼음판같은 전쟁터로 뛰어든 그녀의 무모함과 이해할수없는 행동은 아이러니 하게도 단정할수없는 사랑의 정의 처럼 절반의 동점심을 유발한다.
너무나 촌스럽고 시골 마을에 한집건너 한명씩은 있을 법한 이름같지만 왠지 그시대를 대표하듯 정감이 느껴지고 보듬어 주고 싶은 이름 순이 ~ 이름만 들어도 남자에게 순종적이며 어떠한 부탁이라도 거절하지 못하고 들어줄것 같은 이름이지만 그녀는 알수없는 해답을 얻기위해 무모한 행동과 써니라는 이름으로 거듭나며 새로운 세계로 한발작씩 앞으로 나아간다.지금 현재 그녀에게 왜 그곳으로 가는지?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어차피 결론으로 치달으면 모든걸 알게 될테고 조금이라도 이해할수있을 테니 더이상 급하게 서두를 필요는 없다. 정말 아이러니한 것은 순이가 애타게 찾는 님이있고 가려는 그곳 전쟁터에는 우리가 알다시피 사랑이란 존재하지 않는 냉정함과 잔혹함만이 가득하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녀는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 그곳에서 황폐해진 전장의 지친 병사들에게 노래를 통해 기쁨과 희망을 전해주며 상처를 어루만져 주고 자신 또한 사랑이란 가명하에 생긴 아픈 상처를 치유하고 얻고자했던 해답을 향해 발걸음을 계속한다.
님은 먼곳에는 사랑과 전쟁터라는 이전 영화들에서 많이 다루었던 뻔한 소재이기 때문에 잘해도 본전인 사실 타산이 맞지않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예상외로 강력한 매력을 발산한다. 이준익 감독의 전작들에서 보여 주었던 음악을 통해 어우러진 우리네 삶과 인생의 희노애락이 고스란히 영화에 베어 있고 요즘 접하기 힘들고 듣기 조차 힘든 우리 예전 노래들이 귓전에 쩍쩍 휘감는 듯한 느낌이 든다.그리고 가수라고 하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지만 참으로 세련되고 귀엽기까지 한 수애의 감미로운 목소리는 아직도 귓전에 맴도는듯 하다.또한 특별 출연이라는 엄태웅은 짧은 시간이지만 그말이 무색하게 주연에 버금가는 포스가 영화 전반에 작렬한다. 이준익 감독의 이전 영화들에서 처럼 이번에도 역시나 조연들의 튀지않고 감칠맛 나는 연기는 주진모라는 배우의 재발견 ~ 중요한 순간에 짧게 던져지는 강하면서 피가되고 살이되는 대사.정진영의 능청 연기의 진수는 색다른 맛을 보여준다.마지막으로 엔딩 장면은 아무런 대사가 없어도 그녀가 진정 얻고자 했던 모든 결과물들이 함축되어 어떠한 말보다 더 멋지게 마무리 된듯 보인다.사랑 얘기에 가려 자칫 수준 미달의 전쟁씬이 되는건 아닐까했던 걱정은 현장감을 방불케하는 확실한 볼거리를 제공해 주었으며 자연스레 조화를 이루 었다.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이런 작품들이 한국 영화 발전에 기틀이 되어 영원히 존재해 준다면 관객에게나 우리 영화에도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너무나 재미있게 보았고 마음 한구석에 조그마한 감동을 담아 집으로 왔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엔딩 장면은 당분간 기억속에서 잊기 힘들만큼 멋지고 관객에게 상상과 여운을 선사한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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