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민감한 사건을 소재로 한 임상수 감독의 블랙코미디물.
이 영화의 새로움은 소재를 해석하는 작가의 방식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대통령 시해의 과정과 시해 후의 처리 방식을 놓고 볼 때,
<그때 그사람들>은 70년대 박정희 시절을 풍자하는 정치적 우화의 분위기를 띠고 있다.
현대사의 가장 민감한 정치적 사안을 풍자하고 희화화한다는 것은 창작자로서 "배짱"과 "호기"임에 분명하다.
대통령이 곧 국가에 버금가는 위세를 떨쳤던 유신 체제 하에서 절대 권력을 누린 대통령 시해 과정은
치밀한 거사가 아닌 우발적 해프닝으로 그려지며,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국가 권력층이 보여 주는 좌충우돌 행적은 가히 폭소를 유발할 만한 수준이다.
임상수 감독은 시해 당일 일어났던 이 어처구니없는 풍경의 디테일을 창조함으로써,
베일에 가려진 역사적 사건에 대한 작가적 재해석을 시도한다.
한동안 슬럼프를 겪었던 한석규와 중견의 저력을 재확인시킨 백윤식의 호연도 이 영화가 거둬들인 수확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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