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봤는데도 눈물이 앞을 가리네....
2006년 개봉 당시에 어렵게 봤던 기억이 있다. 의외로 미국에서 흥행 1위에 오르면서 전 세계적으로 큰 흥행을 올렸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흥행 가능성 때문에 소수의 극장에서만 개봉했기 때문이었다. 계속은 아니지만 어릴 때 개를 키웠기 때문에 개를 아주 좋아하는 편이고 지금도 사정만 허락한다면 키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특히 썰매개인 허스키나 말라뮤트를 꼭 한 번 키워보고 싶은 생각이 있어서 <에이트 빌로우>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았더랬다.
<에이트 빌로우>는 일본영화 <남극 이야기>를 원작으로 했으며, <남극 이야기>는 1958년의 실화를 토대로 만들었다고 한다. 실제에서는 2마리의 개만이 살아남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그 두 마리는 자신들을 남겨두고 떠난 탐험대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런 맹목적인 충성심 때문에 개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내 주위엔 이런 이유로 개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다. 다른 종에 대해 왜 저렇게 충성인지 모르겠다나...
오래 전 집에서 키우던 개가 죽은 경험 때문인지 당시 영화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었는데, 최근 우연히 케이블에서 다시 보게 됐는데도, 여전히 눈물이 앞을 가린다. <에이트 빌로우>의 시간은 참 잔인하게도 느리게 진행된다. 아니 느리게 흘러가는 것으로 느껴진다. 개들이 그 극한의 환경에서 자신들을 버리고 떠난 탐험대를 기다리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빨리 구조에 나서지 않고 느리게 움직이는 인간들이 못내 야속해진다.
프랭크 마셜 감독은 이 영화의 주제가 '인간 정신의 무한함'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인간이 아니라 바로 8마리의 썰매개들이다. 이들이 펼치는 너무나도 리얼한 연기가 이를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특히 오로라의 빛에 너울너울 추는 개들의 춤은 이쁘게 보이면서도 빨리 달려가서 끌어안고 싶은 애처로움을 불러일으킨다. 8마리의 썰매개들을 이끌던 마야는 유기견이었다고 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고, 사랑은 유기견을 어느 개보다 훌륭한 연기견으로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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