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이긴 하지만 도식적이다...
이제 막 40이 된 미영(이미숙)은 돈도 있을 만큼 있고, 젊은 남자와 쿨한 연애도 즐기지만 폐경을 선고 받는다. 아직 입봉하지 못한 시나리오 작가인 20대 후반의 아미(김민희)는 능력도 없는 애인(김흥수)의 바람에 상처를 입기도 하고, 좋은 조건의 남자(김성수)에게 마음을 주기도 하지만 성공하고픈 욕망과 스스로를 잃어가는 안타까움에 흔들린다. 미영의 딸인 중3 강애(안소희)는 남자친구와의 스킨십을 소망하지만 동성 친구에게 야릇한 감정을 느끼며 성정체성의 혼란을 야기한다.
<뜨거운 것이 좋아>는 전반적으로 아미(김민희)를 중심으로 전개가 된다. 아미의 나래이션이 깔리고 아미의 에피소드가 중심을 잡아 나간다. 이 영화가 말하려고 하는 게 세대가 다른 여성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때, 그걸 느낄 수 있는 에피소드의 적절한 배합과 연기의 조화는 이 영화를 꽤나 매력 있는 상품으로 다가오게 만든다. 그런데, 난 <뜨거운 것이 좋아>를 포함해 이런 영화(이런 식의 구성을 보이는 많은 영화-왜 많은 감독들은 세대가 다른 여성의 사랑에 대한 다른 관점에 관심이 많을까)를 대할 때마다, 마치 저 세대는 저렇다는 식의 도식적 연결 짓기가 불편하게 느껴지곤 한다. 그러면서 대체적으로 결론도 천편일률적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는 듯 하고.
많은 사람들이 거론한 것처럼 이 영화의 최대 장점 중 하나는 김민희의 연기다. 주지하다시피 김민희는 한 때 현재의 전지현, 김태희에 버금가는 CF퀸으로 명성을 날린 바 있고, 그 인기를 기반으로 TV와 스크린을 통해 몇 차례 배우로 도전하긴 했지만 그다지 좋은 평가를 듣지 못했다. 거기에 실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생활과 관련한 부정적 소문(성격이 안 좋다, 쇼핑광이다 등등)까지 겹쳐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듯 했던 김민희가 180도 달라진 연기력으로 느닷없이 돌아온 것이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물론, 난 이 한편으로 김민희가 연기력을 100% 인정한다는 건 무리라고 생각한다. 흔희 사람들은 폭발하는 연기에 대한 호응이 많은 편이지만, 연기자들은 오히려 조용히 안으로 삭이는 연기가 더 어렵다고들 한다. 김민희의 다음 선택이 궁금해지는 지점이다.
하나 첨언하자면, 대체 영화 제목을 이 따위로 짓는 이유가 무엇일까? 영화 제목은 그 영화의 얼굴이다. 제목만 가지고도 그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상이나 설명이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뜨거운 것이 좋아>라니? 영화 내용하고는 별 관계도 없는 그저 선정적 제목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한 번이라도 붙잡아 두려는 그런 얄팍한 시도가 오히려 영화의 긍정적 측면마저 훼손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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