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게 빚은 하이틴 로맨스......
상륜(주걸륜)은 오랜 전통을 가진 예술학교에 갓 들어온 전학생. 그는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멜로디에 이끌려 100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음악 연습실에 다다른다. 그곳에서 피아노를 치고 있던 여학생 샤오위(계륜미)는 상륜을 보자마자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짓는다. 빠르게 친해진 둘은 사랑에 가까운 감정을 느끼지만 샤오위는 자신에 관해선 잘 알려주지 않는다. 이 와중에 칭이(증개현)가 상륜에게 점점 다가오고, 상륜과 칭이의 관계를 오해한 샤오위는 어디론가 사라진다.
이 영화를 처음 개봉할 때 굳이 적극적으로 관람하지 않았던 건 가수 출신의 1979년생 주걸륜이 각본과 연출을 담당했다는 게 왠지 유치할 것 같다는 일종의 선입견이 작용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개봉도 안 한 상황에서 각종 포탈사이트엔 수 없이 많은 리뷰가 떠돌아다녔고, 평점도 아주 높은 상태를 유지했더랬다. 궁금증이 동할 수밖에. 어떻게 보면, 불법 다운로드가 그나마 긍정적 영향을 미친 사례라고나 할까.(실제 흥행이 잘 됐는지는 모르겠다)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건 전형적 하이틴 영화이면서 동시에 그렇기 때문에 충분히 관객으로부터 호감을 살 수 있는 영화라는 점이었다. 이 영화의 특징을 단적으로 얘기하자면 아름답다는 것이다. 노을이 지는 해변 풍경, 낮게 드리워진 마을의 가옥들, 오래되었지만 아름다운 교정, 누군가 말했듯이 영화의 장면 하나하나, 풍경 하나하나가 마치 순정만화를 그대로 옮겨다 놓은 듯한 느낌이다. 등장 인물 역시 순정만화를 옮겨다 놓은 듯한 느낌인데, 남자 주인공인 샤오룬은 천재적 피아노 솜씨를 가지고 있지만, 거만하지 않고 아버지를 위해 식사 준비를 하는 등 인성면에서도 올바른 청년이다. 여자 주인공인 샤오위도 그렇지만 등장인물들 모두가 선한 사람들만 모아 놓아 사랑문제만 아니라면 너무도 심심할 것 같은 분위기.
곱게 빚은 하이틴 영화인 <말할 수 없는 비밀>은 한편으로는 제목에서처럼 스릴러로서의 분위기도 풍기고 있다. 무언가 숨기는 샤오위. 물론 영화를 보면서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쉽게 눈치 채기가 가능할 만큼 어려운 미션은 아니다. <식스센스>의 분위기가 풍기기도 하고, 한국 영화인 <시월애>가 떠올려지기도 하며, 영화를 다 본뒤로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와 동일한 느낌을 받았다.(확실히 이 영화에는 일본 영화의 영향이 짙게 배어있다) 여러 영화의 여러 장면들이 떠오른다는 점은 이 영화에 대해 독창성이나 창의성을 높게 평가하기는 힘들다는 점을 의미한다.
여러 영화의 조합이라는 느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아름답게 느껴지는 건 앞에서도 말했듯이 아름다운 영상과 함께 어우러진 음악의 힘 때문이다. 가수 출신이며, 영화 음악을 통해 영화계에 입문했다는 정보를 굳이 모른다 해도, 실제 직접 연주했다고 하는 주걸륜의 피아노 연주 장면 등은 영화를 더욱 실감나게 만든다. 그리고 '피아노 배틀'에 사용된 장면은 음악 자체를 드라마틱하게 느껴지게 할만큼 연출력이 특히 돋보인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나에게 있어 가장 사랑스러운 장면은 두 남녀가 나란히 앉아 피아노를 연주할 때, 소년이 소녀의 손을 살짝 두드리며 연주하는 장면이었다. 어쩌면 거대한 주제나 탁월한 기술적 진보같은 것 보다는 이런 작은 부분이 어떤 영화를 더욱 아름답게 기억나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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