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 '알포인트'로 흥행과 평단을 괜찮게 잡은 공수창 감독님의 또 한편의 군대영화. 이것만으로도, 영화는 개봉될즈음 괜찮은 주목과 평가를 받을듯해 보였다. '알포인트'는 군대를 경험한 이들에겐 그와 비슷한 실사적 공포감을, 그것이 아닌 이들에겐 영화적 공포심을 안겨준 한국형 웰메이드 공포영화였다.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잘 잡은 것이다. 비교가 될걸 아시면서도, 후자쪽이 더 좋은 평가를 받기가 힘든걸 아심에도 또 한편의 군대영화를 만드신 공수창 감독님.
영화개봉후 영화에 대한 괜찮다는 평가와 기대이하라는 평가가 좀 나뉘었다. 그리고 뒤늦게 본 나로써는, 좀 늦었던 감에 보기전 살짝 지나가며 봤던 리뷰에서 영화의 결정적 원인소재가 'virus'라는 걸 보고말면서 사실 그 부분에선 일찍이 김이 좀 빠지긴했으나. 그래도 영화의 완성도적이나 재미면에선 직접 보는건 다르니, 영화를 보기로 했다.
하지만, 보고나니 모든걸 떠나서 개인적으로는 아니었다.
영화초반, 조현재가 왜 이렇게 어색하게 연기하지, 상관같지않잖아 생각한건 영화의 구성적인 트릭때문이었다. 그것까진 좋았다. 게다가, 사실상 영화의 묵직함과 함께 영화를 이끄는 주인공 '천호진'씨의 연기는 너무 맘에 들었다.
역시 결정적인건, 사건의 중요소재로 쓴 'virus'때문이었다. 이 사실을 일찍이 알아서가 아니었다. 다소 군대얘기에 뜬금없는 소재라는 생각은 들긴했어도, 전작 '알포인트'에서 귀신을 다뤘던 걸 생각하면 나쁘지않은 소재다. 그러나, 그것을 활용한것이 너무 과했다.
GP안에서 사건이 벌어지기위한 소재로썬 이해하지만, 소재가 소재역할에서 벗어나 영화전체를 지배하고있는 느낌이 과했다. 오죽했으면, 이거 '좀비영화 아냐?'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군대영화에서 좀비영화라니. 단순한 바이러스도 아니고 지금껏 봐왔던 좀비성 바이러스에 가까웠다. 게다가, 하드고어적인 부분이 생각이상으로 많아 조금은 징그럽거나 역하기까지 하기도..
군대에 관한 영화나 추리적인 영화를 보러왔다고 생각한 순간, 후반으로 갈수록 이렇게 되어간 영화를 보니 금방 손사래치게 되었다. 'GP 506'이라는 폐쇄된 장소에서의 극함, 그리고 그 안에서 고생하고 죽어간 대한민국 병사들...이라는 생각과 영화의 후반적인 메시지등은 사실 '소재'에 가려져버렸다.
오죽하면, 앞에서의 추리가 필요없었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으니, '바이러스'라는 괴질에 모든게 허물어져 버린 느낌이다. 추리적이고 잘 쌓인듯한 전반부에 비해, 후반부는 그냥 소재하나로 모든게 뭉뚱거려진 느낌? 현실성에서 비현실성으로 넘어가는 순간, 관객의 마음도 떠나갔다.
결과적으로는, 군대영화라기보다 추리영화라기보다, 뜬금없는 '좀비영화'를 보고온것 같았다.
영화의 구성이나 내용적인 궁금증은 영화에서 왠만큼 보여주고 알려줬기에 그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다. 다만, 그 소재 하나를 어떻게 활용하냐에 따라 이렇게 영화가 달라질수 있는걸 보니 그에 대한 아쉬움이 더 컸던 'GP 506'이었다. '좀비'가 '군대'를 먹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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