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타임 90분, 데니스 퀘이드, 매튜 폭스, 포레스트 휘태커, 윌리엄 허트, 시고니 위버 등의 초호화 캐스팅, 각각의 시점에 대해서 처음부터 다시 반복되는 영화구조, 감질나게 공개되는 사건의 전말.
밴티지 포인트(Vantage Point ; 시점, 유리한 조건)는 이런 조건 속에서 훌륭한 오락적 재미를 선사하는 영화다. 물론, 미국 대통령을 주축으로 하여 '미국 만세'를 외치는 그 목소리는 여타 다른 영화처럼 여전하지만, 영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척' 재밌다.
특히 배우들의 호연과 급박한 사건 전개 등이 볼만한데, 포레스트 휘태커, 윌리엄 허트가 특히 주목할 만 하다.('폭력의 역사'에서 비아냥거리는 연기의 최고조를 보여준 윌리엄 허트의 냉소적 표정은 이번 영화에서도 적용되는 듯 하다.)
처음부터 모든 사건의 전말을 몇 번씩이나 반복하는 구조는, 물론 새로운 이야기가 계속 덧붙여지고, 여러 사람들의 관점이 대입되지만, '감질난다, 짜증난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정말 재미없는 영화가 될 수도 있으니, 그런 구조가 싫다면 피하는 것이 좋겠다. 실제로 영화관에 있던 한 사람이 네번째로 '12:00 AM'이라는 글자가 띄워지자, '아 짜증나' 소리를 하더라...(물론 나는 무척이나 재미있었다.)
이젠 단점을 말해보자. 사건을 완벽하게 준비한 듯한 테러리스트들의 초반 묘사는 꽤나 재미있었지만, 후반부 맥없이 무너져 내리는 테러리스트에 대한 묘사는 정말 형편없을 정도로 '식상'했다. 특히 라스트 씬에서 허무한 패배가 이루어지는 장면은 약간... 흠.
하나 더, 포레스트 휘태커의 캐릭터가 아예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니지만, 이 캐릭터는 너무 심하게 '미국 만세', '미국 영웅주의'에 도취된 듯한 느낌이다. 이런 사람, 몇이나 될까. 특히 마지막에 별거 중인 아내와 다시 연락되는 장면에서는, 거의... 와, 이거 너무 작위적이다 싶더라. 물론, 포레스트 휘태커가 연기했기 때문에 괜찮게 받아들일 만 했지만 말이다.
2003년작 '폰 부스'가 생각났다. 80분 정도밖에 안되는 러닝타임에, 짧은 시간동안 이루어지는 사건이라는 점, 결말에 조금은 허무하다는 점, 하지만 서스펜스는 정말 죽여준다는 점, 게다가 포레스트 휘태커가 등장한다는 점 등에서 두 영화는 비슷한 점이 많다. 할리우드가 만들어내는 스릴러의 실력이 매끈하게 잘 빠졌다는 걸, 두 영화만 봐도 알 수 있다.
어쨌든, 이 영화, 재미삼아 보기에는 정말 무리없이 재미있었다. 볼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냥 큰 기대없이 본 영화인데, '킬링타임'용 스릴러로는 제격이다.(대통령이 저격당한다는 내용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메시지 같은게 없는 영화다.) 미국 위에 있는 테러리스트, 그 테러리스트 위에 있는 미국 대통령에 대해서 다루는 이 영화. 즐길 마음만 가지고 즐기시라. 그냥, 즐길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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