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하다는 느낌이 화면마다 가득했다. 어둡고 침침하고 음울한데도 왜 이렇게 섬세한거지... 여자 주인공의 가녀린 손이 피아노 위에서 잠시 좋은 소리를 뿜어 낼 때처럼 왜 그리 섬세한건지...
판의 미로를 정말 소름돋도록 인상깊게 봤던 나이기에 기예르모 델 토로네 판이 다시 벌어진다고 해서 안 볼 수 없었던 이 영화.
감독이 기예르모인 줄 알고 있었는데 J.A. 바요나라는 신예였다.
가장 우선 말하고 싶은 것은, 이야기적 재미는 큰 매력이 없었다! 하지만 이야기적 재미를 떠나서 영화 전체적으로 어두운 색채나 굉장히 아름다웠던 간간의 피아노 소리 및 정신착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만 같았던 순간 순간의 교감들...
이 영화도 이상하게 엄마 코드가 등장해서는 엄마의 그 맹목적인 느낌이 모든 이야기를 몰아간다. 이야기가 펼쳐지게 된 것도 해결점을 찾아가게 되는 것도...
영매로 나온 그 할머니 너무 완벽하게 멋졌다.
이상하게 스페인이나 그쪽에서 영향받은 남미쪽에서의 종교 혹은 예술적인 물건들은 굉장히 구슬프기 그지없다. 그리고 가끔은 무섭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상하게 우리나라 서낭당의 그 스산함 비슷한게 몰려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런 생각들이 이번 영화에서도 한 가득 풍겨났고 그로인해서 무게감있는 공포가 자욱하게 깔려있단 인상을 받았다.
판의미로와는 전혀 느낌이 다른 영화인데 왜 둘을 비교하는지 모르겠다. 판의미로를 만든 감독이 제작자라서 그런가? 나 역시 기예르모에 혹 해서 보게 되었지만 보고 나서는 정말 둘은 굉장히 다른 느낌이다.
우선 아이가 등장하는 점은 비슷하지만 판의 미로는 아이의 눈에서 바라본 전쟁과 그 시대상이고 그리고 가족이고 돌파구이고, 오퍼나지는 엄마들의 모성애가 휘어져 발휘되는 면이 이야기의 주를 이룬다. 그리고 영화 스타일도 굉장히 다르다. 판타지 끼로 치자면 판의 미로가 훨씬 강하지 않을까 싶다. 음... 무엇보다 이상하게 두 영화 모두 전래동화를 보는 것만 같은 느낌마져도 들었다. 뭐 굉장히 개인적인 느낌이니까 넘어가고.
생각보다 많이 무서웠다. 스스로 집중도에 힘을 주면서 봐줘야 하는 감이 좀 있어서 힘들었지만 여름에 봐도 좋을 정도로 서늘한 면이 날 서있던 공포 스릴러라고 생각이 된다.
여하간 엄마 코드가 유행인가... 요즘 보는 것마다 엄마들이 강하시다. 엄마가 정신이 번쩍들며 아차싶은 순간과 동시에 오열할 때, 굉장한 슬픔이 밀려왔다.
참 어떻게 보면 너무 슬픈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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