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바보 시사회를 다녀왔다. 아트레온 9시. 주최 : VOV 화장품.
사실 '바보' 를 원작을 읽고 눈물까지 흘리며 정말 재미나게 감동적으로 봤었다.
그런데 또 다른 강풀의 원작 '아파트' .. 가 고소영씨 주연으로 만들어 졌을 때 살짝 실망한 터라..
요번 영화는 진짜 기대를 많이 했었다.
주연 캐스팅은 정말 만화와 싱크로율이 잘 맞는 차태현, 하지원씨.
무언가 도도하면서도 약간은 까칠하고 그래도 마음은 따뜻해 보이는 느낌의 지호와
아픈 사연이 있는 순진하고 착한 바보 역할의 승룡이..
두 분 다 영화에서 드라마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계신 분들이었으니까 말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아마 다들 알고 계신 그대로이고..
그래서인지 조금 보면서 너무 의도대로 알고 있는대로 가니까 맥 빠지는 부분이 있었다.
그렇지만 두분의 연기는 참 좋았고..
만화에서 느꼈던 감동이나 예쁜 영상이 그대로 영화에서 재연되는 재미가 있었다.
만화와 조금 다른 점은 차태현씨가 연기한 승룡이가 만화보다 좀 많이 똑똑해 보였다는 점.
말도 잘하고 (물론 일반인보다는 아니지만), 감정표현도 잘하고..그런 면이 조금은 달랐다.
차태현씨가 생각하기에 승룡이는 원래부터 바보는 아니었고,
그리고 어떻게 보면 일반인들보다 더 똑똑한 점이 있기도 하기에 그렇게 표현했다고 한다.
하긴.. 정말 말 좀 어눌하게 하고, 행동이 일반인들과 다르다고 해서 진짜 바보일까?
어쩌면 자신의 표현을 제대로 못하고 늘 거짓말 하고 남을 속이는 그런 일반인들이 어떤 기준으로는 더 바보일 것이다.
자기 동생 지인이를 생각해서, 지인이에게 줄 신장을 다치면 안되는 친구를 생각해서
대신 그 친구의 죽음을 맞는 승룡이.
죽은 엄마아빠가 하늘에서 별이 되어 내리기를 기다리며 '반짝 반짝 작은별' 을 부르는 승룡이.
지호에게 네 피아노는 정말 최고라며 칭찬해주고, 지호가 힘들어 할 때 옆에 있어주는 승룡이.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열심히 일하면서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하늘나라에 간 엄마아빠를 대신해서 동생 지인이를 챙기는 승룡이.
그런 승룡이의 모습에서 내 자신이 더욱 부끄럽게만 느껴졌다.
난 사지육신 멀쩡한데 왜 승룡이보다 열심히 살지 못하는 걸까?
영화 내내 바보 승룡이는 우리가 멀리하고 싶다기 보다는 정말 친근하고 귀엽다는 느낌이 들었다.
보는 여성 관객들도 '어머, 귀여워~' 라는 말을 연발할 정도. 히히..
그리고 마지막에 승룡이가 죽으면서도 웃었을 때는 가슴이 찡해서 '흑 흑.. ' 하고 우는 관객들이 많았다.
참 따뜻하고 영상이 예쁜 영화.
그리고 원작과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한 영화다.
조연들의 연기도 잘 어우러져서 (특히나 그.. 버터 영어 하는 아저씨.. - 가끔 승룡이 토오스트~ 가게를 대신 맡게 되는 아저씨)
재미있었다.^_^
- 기억에 남는 대사 -
아플 땐 바세린, 배고플 땐 토스트, 돈통에 천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