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 이 장르만큼 오랜 세월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장르가 있었을까 싶다. 영화 속에는 아름다운 남녀가 등장하며, 그들이 알콩달콩 사랑을 엮어가는 과정들이 때로는 코믹게 예쁘게 때로는 로맨틱하게 연출된다. 그들의 사랑이 처음부터 이루어지면 관객이 재미있어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아는 연출자는 이 영화에 일종의 공식을 만들어 준다. 따라서 로맨틱 코미디 영화 속에는 약간의 공식이 존재한다. 대전제는 아름다운 남녀가 우연히 만나서 운명적인 이끌림을 받지만 그들은 계속적으로 안타깝게 어긋나기만 한다. 그리고 그들의 주변에는 늘 상대방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남자 또는 여자가 존재해 그들을 절망스럽게 한다. 하지만 그들의 주변엔 꼭 그들을 도와주는 절친한 친구가 있어서 그들의 사랑의 완성을 돕는다. 종국에 그들의 사랑이 완성될 즈음엔 그들을 절망스럽게 했던 모든 오해가 풀리고 그들의 가족들도 그들의 현 상황을 인정해서 의 가까스로 그들은 자신이 진정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깨달으며 해피앤딩으로 마무리를 짓는다. 이런 설정은 영화 속에선 재미를 그들의 사랑엔 완성의 가치를 부여한다. 뭐 늘 똑 같은 설정의 똑 같은 로맨틱 코미디는 아름답게만 포장한 뻔하디 뻔한 영화다. 하지만 관객들은 약간씩 줄거리만 다르고 비슷비슷한 포맷으로 진행되는 이 장르의 영화를 아직까지도 사랑한다. 아마도 사랑이 존재하는 한 이 영화의 존재는 영원불멸할 것 같다.
새 영화 <세렌디피티(Serendipity)>는 흔하디 흔한 로맨틱 코미디 이다. 이런 류의 영화를 많이 보아왔고 이러한 장르엔 이젠 통달을 해서 이런 류의 영화는 로맨틱 하기는 했지만 늘 공허했다. 이런 류의 영화들은 너무 많이 그리고 너무도 오랫동안 우리에게 보여져 왔고 사랑 받아 왔다. 따라서 그들이 알콩달콩 사랑을 엮어가는 과정에는 반드시 역경이 또는 방해꾼이 있지만 분명 저 부분에서 저렇게 될꺼야 하는 예상은 늘 그대로 적중하여 신선함이 떨어져 가고 있었다. 최근에 개봉한 <웨딩 플레너>나 <썸 원 라이크 유> 같은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들을 보아도 기존의 영화들을 답습할 뿐이지 신선함은 없었다. 나름대로 멋진 로맨틱 무드를 연출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난 이러한 모든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을 답습하고 있는 듯한 새 영화 <세렌디피티(Serendipity)>를 보고 굉장히 재미를 느꼈다. 오히려 남녀배우가 다른 영화들에 비해서 출중하게 아름답다거나 멋지진 않다는 느낌임에도 이 영화 속엔 매력이 있었다. 줄거리에 힘이 있다. 주변인물들이 주는 나름의 매력이 있었다. 까메오로 등장하는 백화점 점원 역의 유진 레비 까지도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하여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마지막 장면에서 까지…. 그래서 일까 ? 난 이 영화가 너무도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그들의 만남에 이르는 과정이 너무도 흥미로웠다.
시놉시스 때는 로맨틱한 무드가 극에 달하는 크리스마스 이브의 밤. 백화점에서 선물을 고르던 그들은 같은 장갑을 고른 우연으로 한번의 만남을 갖는다. 역시 운명적인 이끌림을 가진 그들 하지만 무언가 부족하다 싶을 때 쯤 다시 만남을 갖는 그들.그들이 데이트를 하는 장소는 눈이 내리는 한밤의 스케이트장. 역시 로맨틱하다. 운명적으로 끌림을 느끼는 그들이지만 무언가 부족 하다고 생각하는 여자. 그래서 그녀는 한가지 제안을 한다. 한 호텔의 엘리베이터에서 그들의 운명을 시험하자고… 그때서부터 그들의 운명은 엇갈림의 연속이 되고 그들은 헤어진다. 그리고 그들은 각자의 자신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헤어진 이후에도 각자의 애인과 생활을 하면서도 그때 한번 보았던 서로의 느낌을 계속해서 간직하고 살아가는 그들…. 과연 그들은 다시 만나 사랑을 확인 할 수 있을지…
운명의 실마리 영화 속에선 그들이 운명적 여인이라는 실마리를 제시하는 것들이 상당히 많이 등장한다. <이름과 연락처가 적힌 지폐와 책> 남자의 연락처가 적힌 지폐는 여자의 실험(?) 정신 때문에 세상에 묻히고 여자의 연락처가 적힌 책은 책방에서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게 된다. 때문에 이 사실을 아는 주인공과 관객들은 5달러짜리 지폐만 보면 살펴 보게 되고 여자가 책방에 팔았던 그 책의 표지만 보면 왠지 펼쳐보고 싶다. 이 책과 5달러짜리 지폐는 영화 속에 잡힐 듯 맺어질 듯 한 두 연인의 사랑에 실마리로 존재하고 그들이 역시 운명적 연인이란 걸 확신시켜준다. 또한 관객에겐 과연 이들이 서로에게 전달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전달될 것인가에 대한 흥미진진함과 재미를 동시에 준다.
<호텔> 그들이 운명을 시험했던 월포트 호텔. 그곳은 조나단은 결혼식이 진행될 장소이고 현 약혼녀가 묵고 있는 곳. 또한 뉴욕에 방문한 사라가 추억을 생각하며 숙박하는 장소. 또한 그곳에서 그토록 애타게 찾았던 사라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힌 책을 발견한다.
<세렌디피티 과자점> 그들이 처음 차를 마셨던 장소. 세렌디피티에 대한 사라의 느낌을 처음 나누었던 곳. 세렌디피티는 그들의 운명 단어이자 운명의 장소였던 곳. 왜냐면 그 곳에서 그 동안 잊고 있었던 조나단의 전화번호가 적힌 지폐를 발견할 수 있으니.
<실외 스케이트장> 운명적 주인공 사라와 조나단이 처음으로 데이트를 했었던 장소.(많은 로맨틱 코미디에서 데이트 장소로 나왔던 굉장히 유명한 그곳). 그리고 그들이 다시 만나는 결정적 장소. <장갑> 그들의 연을 이어주었던 검정색 장갑. 그것을 한쪽씩 나누어 가졌던 그들. 그 장갑을 보면서 사라를 생각하던 조나단에게 사라를 찾을 수 있는 단서(?)가 발견되고 그는 미친 듯이 그녀를 찾기 시작한다. 그리고 장갑은 서로의 한 짝을 애타게 찾다가 결국 한 쌍이 된다.
<여자 주인공 이름 사라> ‘사라’ 라는 이름만을 알고 헤어져야만 했던 조나단의 주변에 계속적으로 등장하는 ‘사라’ 라는 이름의 다른 모습의 사람들이나 흘러나오는 “사라” 라는 제목의 노래. 역시 그들이 운명의 반쪽이라는 걸 알려주는 대목이다.
<Others>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모든 장소나 물건 그리고 사람들은 모두 그들과 연관된다. 조나단이 취재를 하던 장소 골프 연습장. 사라는 그곳에 이끌리듯 찾아간다. 역시 조나단의 모습은 보이질 않고 그녀의 존재를 모르는 조나단의 동료만이 그녀를 본다. 조나단이 길거리에서 쓰다듬었던 달마시안 강아지. 역시 사라도 그 강아지를 만나 그 강아지를 쓰다듬어 준다. 이 외에도 영화 속 여러 장소에서 그들은 아슬아슬하게 교차되어 방문하게 된다.
마치 우리영화 <접속>에서 한석규와 전도연이 같은 장소를 같은 시간에 스쳐 지나가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알아보지 못함으로 관객에게 안타까움을 주었던 것처럼 이 영화 속에선 연속적으로 같은 장소에 아슬아슬한 시차를 두고 주인공 남녀가 만나지 못하게 한다거나 주인공이 있었던 장소에 상대방이 나타나게 함으로써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아슬아슬한 안타까움을 준다. 그래서 그들의 만남이 더 기다려지고 언제 어떻게 만날 수 있을 것일까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 시킨다. 그래서 영화는 더 재미있어 지고 관객을 빨아들이는 흡입력을 갖는다.
영화의 각본이 너무도 잘 짜여져 있어 그들이 갖고 있는 소품 하나하나 스쳐 지나가는 장소 하나하나가 영화에 그들의 운명에 연관이 있다. 영화가 아무리 전형적 구조를 띄고 있고 다른 로맨틱 코미디에서 늘 상 보아왔던 장소가 똑같이 등장하더라도 영화는 그다지 구태의연해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구태의연한 줄거리의 영화라도 새로울 것이 없어 보이는 장르라도 각 영화 속에서 그만의 모습으로 새롭게 재창조를 하기만 한다면 영화는 언제나 관객에게 재미를 줄 수가 있다는 걸 이 영화를 보면서 새삼 느낀다. 역시 영화는 개성이 있어야지만 관객에게 재미를 줄 수 있다는 걸 말이다.
무비걸 www.onrevie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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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ee65
개성이 있어야지만 관객에게 재미를 줄 수 있다는 걸 말이다.
2010-08-20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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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렌디피티(2001, Serendipity)
제작사 : Simon Fields Production, Tapestry Films / 배급사 : (주)시네마 서비스
수입사 : (주)태원엔터테인먼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