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무비걸>[고스포드 파크] 살인사건을 통한 계급 꼬집기 |
|
고스포드 파크 |
|
|
mvgirl
|
2002-04-07 오후 11:36:42 |
1323 |
[6] |
|
|
로버트 알트만 감독의 신작 <고스포드 파크>. 알트만 감독의 연출상의 대표적 연출 기법을 들라면 영화 속에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다발적으로 등장해서 각각의 캐릭터가 표면적으로 또는 내면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그들의 겉모습과 동시에 이면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얽히고 설킨 인간관계를 통한 인간 군상들의 비리(?)를 파헤치듯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플레이어>, <숏 컷>, <패션쇼> 등의 그의 전작들을 이미 접해 본 사람이라면 알트만 감독의 독특한 연출방법과 그에 따른 복잡한 구성에 이젠 익숙해져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의 신작 <고스포드 파크>도 역시 예외가 아니다. 배경은 1932년 영국 런던 교외의 윌리엄 맥코들(마이클 갬본 분)경 소유의 한 별장 ‘고스포드 파크’. 이곳에 사냥파티를 열기 위해 맥코들 경과 그의 부인 실비아(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분)는 친척들과 친구들을 초대 그들의 웅장한 저택인 ‘고스포드 파크’로 불러들인다. 사냥파티를 하기 위해 모인 상류층 인사들 그리고 그들을 수발하기 위해 동행한 하인들이 제한된 공간 ‘고스포드 파크’ 에 모이게 되면서 본격적인 영화가 시작된다. 겉으로 보기엔 평온해 보이고, 우아하고 평범해 보이는 상류 그리고 하류로 확실히 나뉘어져 있는 모습의 그들이지만, 그들 사이엔 묘한 기운이 흐르고 뭔가 복잡하게 얽힌 무언가가 있는 듯 분위기가 요상스럽다. 그리고 벌어지는 살인사건. 이 살인사건을 통해서 그들 사이에 감추어 두었던 위선, 허위 그리고 치부 등이 드러나면서 영화는 본격적인 재미를 보여준다.
언뜻 보기엔 <고스포드 파크>는 이전에 재미있게 보아왔던 아가사 크리스티 원작의 추리 영화들 즉,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이나 <10개의 인디언 인형>등의 영화가 떠오른다. 그도 그럴 것이 아가사 크리스티의 영화는 열차나 별장의 제한적 공간에 여러 명의 사람이 모여있는 와중에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한명의 탐정이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아내는 플롯을 이룬다. 영화 <고스포드 파크>도 마찬가지다 별장 ‘고스포드 파크’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사냥파티라는 이슈로 사람들이 모이고 그 와중에 일어난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으며 등장하는 인물들 대부분이 맥코들 경의 죽음으로 경제적인 이득을 얻는다. 더구나 그는 그들에게 (심지어 그의 아내에게 조차) 비정한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혐의의 대상이 되고 그들의 알리바이 또한 의심스럽다. 그런데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형사가 등장하고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이 시작되는 부분부터는 이전에 보아왔던 추리소설들과는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준다. 우선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가 너무나도 어설프다. 사건현장의 물건을 지문감식도 하지 않고 만지는 가 하면, 혐의의 대상이 되는 인물들을 주소가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되돌려 보낸다. 또한 범인은 형사에 의해서 밝혀지지 않고 영화의 초반부터 상, 하류 계층을 계속해서 관찰해 온 메리라는 여인이 전체적인 주변정황으로 맥코들 경과 범인 사이의 관계 및 그가 살해되게 된 원인을 알아내고 조용히 저택을 떠나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기존에 우리가 접해오던 추리소설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결말일 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허술하게 짜여진 진범과 관련된 이야기 구조가 추리소설이라고 이야기 하기에도 뭔가 열악한 그 무언가가 있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알트만 감독은 이 영화를 추리소설로 관객에게 보여지게 하기 보다는 ‘고스포드 파크’ 에 보인 상, 하류 층을 아우르는 인간군상들의 모습들을 통해 그들 사이에 추악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했던 것 같아 보인다. 추리소설의 플롯을 이용한 것은 이들 인간군상들의 진실된 모습이 자연스럽게 보여지게 하기 위해선 무언가 계기가 필요했고 살인은 그것도 부유한 ‘고스포드 파크’ 의 주인의 살인은 그와 관련된 아내를 비롯한 주변 상류 층의 사람들과는 이익관계 및 하류층 사람들과 연관된 사랑, 분노, 복수 등을 아우르는 얽히고 설킨 관계가 표출될 수 있는 계기를 주면서 한편으론 관객에겐 극을 좀더 흥미진진하고 재미있게 느껴지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된다. 이곳에 모인 영국, 미국의 상류층 인사들과 그들을 수발하기 위해 동행한 하인들을 중심으로 화려한 상류층 이면에 숨겨진 추악한 모습들과 자신의 잇속만을 챙기는 그들의 이기적인 모습들 그리고 고용주의 서열에 따라 위계질서가 존재하는 하인들의 모습과 소위 위층에 존재하는 이들과 은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아랫층 사람들의 모습을 폭로하며 그들의 위선과 허위를 꼬집는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함께 생활하는 대 저택. 그 안에서 얽히고 설켜가며 생활을 해야 하는 인간들이지만 그들은 상류층 귀족들과 하인들로 엄격하게 구분되어 있고 그들이 생활하는 장소조차 위층과 아래층으로 확연히 구분되어 있는 곳. 상류층 귀족들이라 불리는 위층 계급들은 우아한 모습으로 조용하게 담소를 하는 듯 하지만 그들이 나누는 대화는 그다지 고상해 보이질 않는다. 다른 사람들의 치부를 들추는 가 하면, (재산이) 없는 것이 흉으로 작용하는 그들을 보는 모습을 보면서 화려함 이면의 속물근성과 추악함을 보여준다. 그들이 파티를 벌이면서 우아한 식사를 하는 동안, 그들의 하녀와 하인들은 아래층 부엌에서 고용주 서열에 따라 각자의 위치에서 조용히 식사를 하거나 일을 한다. 정해진 경우가 아니면 엄격히 나누어진 그들만의 공간이지만 은밀하게, 또는 공공연하게 규율을 위반하는 자가 있다. 그리고 그것은 주로 위에서부터 아래로의 위반이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의문의 살인 사건이 발생하는 시간은 영화 속의 모든 인물들(상, 하류층의 인물들)이 직, 간접적으로 한자리에 모인 시간. 사건이 이 시각에 발생하였다는 의미는 사건의 용의 선상에는 상류층 뿐만 아니라 하류층도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고 또한 그들, 상하류층 인물, 사이엔 무언가 연관 관계가 있음을 우회적으로 알려준다. 그리고 이 사건을 계기로 영화 속 모든 인물들의 내면의 숨겨졌던 또는 감추었던 속 마음이 표면으로 표출된다. 알트만 감독은 영화 속에서 살인사건을 통해 범인을 추리해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을 보여주려고 의도한 것이 아니라 살인사건을 통해 그들의 치부를 표면으로 보여주기 위한 의도를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영화를 보는 방법 영화는 철저히 관찰자 입장에서 보여준다. 그러니까 ‘고스포드 파크’ 에 방문한 사람들을 훑어내리 듯 그들의 겉모습을 보여주고 살인이 후엔 그들의 적나라한 추악한 속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 속엔 ‘고스포드 파크’ 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관찰하는 한 사람이 등장하는 데 그는 바로 초년병 하인 ‘메리(켈리 맥도날드 분)’이다. 그녀는 하인의 입장으로 사냥파티에 참석한 것도 처음이고 그곳에 온 사람들, 상류층 그리고 그를 수발하러 온 하인들,이 어떠한 속성으로 어떻게 얽혀 있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이다. 그녀는 그곳에서 생활하면서 상류층의 위선에, 허위에 피해만 보는 아래층 하인들의 모습과 겉으론 화려하고 우아하지만 추악하기 그지없는 상류층이 기거하는 위층의 모습들을 그녀의 시각을 통해서 보여준다. 또한 사람의 관찰자 헨리 덴톤(라이언 필립 분) 그는 모리스 와이즈만(밥 발라반 분)의 하인으로 등장하지만 하인답지 않은 행동과 태도로 사람들로 하여금 비밀을 간직한 사람처럼 인식되어지며 영화 속 아래층 사람들의 모습을 은밀이 관찰하는 또한 사람의 관찰자가 되며 된다. 관찰자 입장의 그는 아랫사람과 윗사람들의 모습을 은밀히 관찰하면서 그들의 성(?)생활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접촉하며 그들과 관계를 맺으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그의 본색이 드러나면서 그의 관찰자적 입장은 소멸되어 버린다.
영화 곳곳에 숨겨진 복선. 영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등장인물이 지나가는 구석구석에 유독 “POISON”이라고 쓰여진 약병이 많이 보여진다. 또한 칼을 세는 하인들의 모습과 하나의 칼이 분실되었으나 대스럽게 생각지 않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살인이 일어나겠구나 하는 느낌과 이것들 중의 하나가 살인의 도구가 될 것이다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영화는 영국 시골의 정원을 무대로 굉장히 세련된 연출기법으로 날카로운 사회풍자를 하고 있다. 상류층 귀족들의 허위의식과 속물근성 그들에 의해 희생을 강요당 하는 하인 계급의 모습으로 현대에도 존재할 지 모르는 있는 자들의 속물근성을 꼬집는다. 영화는 우회적으로 때론 직설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이야기를 시원히 하면서도 재미를 준다.영화 <고스포드 파크>는 사회 풍자극이 딱딱하다는, 추리소설은 복잡하다는, 알트만 영화는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관객에게 재미를 준다. 흥미를 준다.
세련되지만 조금은 덜 복잡한 추리소설을 원하신다면 이 영화가 “딱” 이라고 생각된다.
무비걸 www.onreview.co.kr
|
|
|
1
|
|
|
|
|
1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