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저런 사랑을 할 수가 있을까? 세상에 저런 사랑이 있을까?"
나와 같이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내 친구는 내게 이렇게 물었다.
"그럴수도 있지. 사랑하니까.. 머리가 아무리 막아도 가슴이 먼저 넘쳐버리면 어쩔 수 없는거야"
라고 난 나름 멋진 대답을 했더랬다.
10살 까까머리 초등학생 시절, 예쁘게 머리를 빗어 묶은 모습과 하얀색 원피스에 반해 처음 시작하게 된 순정. 그리고 기약없는 이별.
18살 고등학교 시절, 진저리쳐지는 삶을 살고 있는 그녀의 모습과 다시금 찾아온 연민섞인 사랑. 그리고 지켜주겠다는 약속.
34 성공가두를 달리고 있는 대기업의 간부 시절, 우연처럼 내 앞에선 그녀. 허나 그녀는 내가 모시는 사장님의 정부.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감정의 용솟음.
<친구> <똥개> <해적> 등 선굵은 남자들의 이야기에 촛점을 맞춰왔던 곽경택 감독의 신작 <사랑>에서 보여지는 주인공의 사랑의 여정이다.
영화는 좋았다.
진부하고 진부하지만, '쿨함'을 미덕으로 삼는 요즘같은 시대에 뜨거운 피를 가진 남자가 보여주는 절대적인 사랑이 좋았다.
이제 슬슬 단순히 '잘생긴 남자배우'의 탈을 벗고 무게감 있는 배우로 거듭나고 있는 주진모의 연기도 좋았고,
기모노가 참 잘 어울렸던 박시연이 보여주던 낮은 읖조림도 좋았으며,
'너무 꾸민다'싶기도 했지만 비열한 깡패로 분한 김민준의 시뻘건 눈빛도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무엇보다 극단으로 치닫는 결말부가 참 좋았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남자로 태어나서 극에서처럼 '모든 것을 다 바칠 정도의 사랑을 해보는 것도 참 멋진 삶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런 부러움과 함께, '저런게 사랑이라면.. 난 절대로 하고 싶지 않다'는 객쩍은 동정심도 들었다.
어쨌든, 영화 <사랑>은 이런 저런 생각을 참 많이하게 하는 영화였고, 그닥 기대하지 않았기에 나름 충분히 만족스러운 관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