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에서 금메달 같은 은메달을 딴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 선수단의 당시 이야기를 소재로
만든 '여성 버디 무비' 되겠다. 뭐 그렇다고 <델마와 루이스>같은 그런 진~한 버디무비는 아니고...
남자들은 잘 모르는 여성들의 우정을 여성 감독의 느낌으로 잘 보여준 영화다. 그리고 더불어 우리나라 비인기 종목들의
설움과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2004년 당시 여자 핸드볼 결승전은 아테네 올림픽 명승부 다섯손가락에 꼽는 경기였다. 유럽의 텃새에 편파판정을
물리치며 물고물리는 접전을 거듭해 2차연장도 모자라 승부던지기까지 가는 명승부. 덴마크와 한국의 핸드볼 인기는 말 그대로
'다윗과 골리앗'이다. 인기뿐만이 아니라 그 규모면에서도 엄청난 차이가 난다. 선수가 없어 은퇴한 선수까지 복귀할 정도다.
한국 핸드볼은 세계에서도 꿇리지 않는 실력이다. 올림픽에서도 메달 단골 종목이지만 정작 지원은 거의 없다.
국내의 실업팀도 거의 없는 상황. 인터뷰에서도 보여지듯이 국가를 대표해 메달을 따와도 국내에선 뛸 팀이 없는것이
현 우리나라 핸드볼의 실정이다. 뭐 모든 스포츠 종목이 인기가 있을 수는 없겠지만 메달 단골 종목임에도 불구하고
소외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열악함 속에서 정말 아쉽게 은메달을 딴 그들의 이야기다.
핸드볼 큰잔치에서 우승했으나 팀의 해체로 핸드볼을 그만둔 미숙(문소리). 그리고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을 앞두고
소집된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팀에 감독대행으로 온, 현재 일본에서 핸드볼 실업팀 감독으로 잘나가고 있는 혜경(김정은). 둘은 과거 92년 바르셀로나부터 국가대표로 한솥밥을 먹은 친구다. 과거 3번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등의 성적을 냈지만 이제 노장 중의 노장소리를 들을 정도가 되었다. 혜경은 은퇴한 미숙을 국가대표팀으로 부른다.
하지만 팀내의 잇다른 불화로 혜경은 감독직에서 물러나 선수로 뛰고 새 감독으로 왕년의 잘나가는 선수였고
현재는 유럽에서 활약중인 안승필(엄태웅)을 새 감독으로 임명해 아테네를 준비한다.
임순례 감독은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는 남자들 이야기를 그렸지만, 이 영화에서는 여자들 이야기를 그렸다.
여자가 여자를 안다고 임감독은 여자들의 이야기를 잘 그려낸듯하다.(내가 남자라 모르는 소리일 수도있겠다)
영화는 한국 열악한 핸드볼 환경을 극복하고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낸 한국 대표선수들의 인간승리 드라마라기 보다는
여자들간의 질투와 미움을 넘어선 우정 이야기인듯하다. 마무리를 실제 선수들의 인터뷰로 마무리해서 그게 아닌 듯도 하지만
결국 선수들간의 끈끈한 우정으로 인한 단결력과 정신력으로 이겨냈다라고 보인다.
그래서 그런걸지도 몰라도 시합장면에 대한 연출은 그리 긴박감이 없다. 그냥 술술 넘어가면서 그냥 휙휙 지나가는 느낌이다.
경기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듯이 말이다. 마지막에서나 의도적 연출을 보여주지만 기타 다른 시합 장면은 그리 긴박하게
끌어가진 않는다. 그리고 시합장면도 그리 길지도 않다. 전체적으로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그런 모습이다.
이런 모습은 다른 스포츠 영화와 다른 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상당히 좋았던 것은 코믹적인 요소다. 개성강한 인물들의 성격들과 행동, 그리고 상황에서오는 코미디는 상당한 즐거움을 준다.
특히나 이 영화의 코믹담당 히로인은 김지영과 왠지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나오는 핸드볼 협회사람들일 것이다.
몸개그도 몸개그지만 애드립같은 센스 넘치는 대사들도 허파에 바람 좀 넣어주신다.
코믹요소들은 적절하게 배치되어서 자칫 무거워 질 수 있는 상황을 다이어트 해주면서 영화를 보는데 기름칠을 해준다.
상황에 맞지 않는 코미디는 저급해보이고 분위기 파악도 못해보이지만 <우.생.순>은 그런 부분이 없어 다행이다.
스포츠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 한팀의 선수 개개인의 개인사정으로 인한 갈등과 오해 그리고 그것을 모두 이겨내고
다시 하나되어 뭉치는 그런 팀의 이야기다. 거의 뭐 공식화 되어있다. 그리고 인간승리와 감동은 필수코스다.
그래서 그런지 만년 1등은 영화의 소재가 되지 못한다. 잠시 생각해 봤는데 만약 아테네 올림픽에서 여자 핸드볼 팀이
우승을 했더라면 과연 영화가 만들어 졌을까란 생각을 해봤다.
위의 공식들은 <우.생.순>에서도 모두 들어가 있다. 전체적인 플롯은 스포츠 영화의 전형적 절차를 그대로 밟아간다.
게다가 이미 경기결과까지 알고 있지 않은가. 이미 결과까지 알고 있으니 지루해 질 수 밖에...
하지만 자칫 지루해 질 수 있는 전형적인 형식을 한국적 요소들로 채우고 중간중간 코미디로 기름쳐서 잘 넘어간다.
개성강한 캐릭터들의 등장은 영화를 또 재밌게 해주는데, 바로 김지영(정란 역)과 조은지(수희)다.
거의 코미디로 가는 이 두 캐릭터는 단순하고 화끈한 성격으로 주인공들간의 갈등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전라도 사투리를 마구마구 쓰면서 남편(성지루)과의 애정을 과시하는 정란은 거의 단순 무식의 캐릭터로
말그대로 세상 참 편하게 하는 캐릭터다. 분위기 파악 못하는 것도 그렇고. 가장 개성강한 캐릭터다.
대안없는 국가대표 골키퍼 수희. 대안이 없다는게 마치 너무 잘해서 백업할 선수가 없다기보다는
국내에서 뛰는 골키퍼 중에 그나마 좀 한다는, 결국 다른 골키퍼들이 너무 못해서 대안이 없다는 걸로 보인다.
역시나 상황파악 못하고 단순 무식으로 가는건 정란의 캐릭터와 비슷하지만 억척스런 정란과는 다르다.
주연들의 호연도 좋다. 역시나 문소리의 자연스러운 연기나, 엄태웅의 왕재수 감독 연기도 좋았다. 그런데 왠지
김정은의 연기는 어딘가 어색하다라고 보인다. 왜그럴까... 감독대행으로 왔을때의 연기는 어딘가 모르게 안어울렸다.
연기가 안좋았다기 보다는 외형에서 보이는 모습이 역할과 잘 매치가 안되었다고나 할까... 이부분은 좀 아쉽다.
아직 엄마는 아니지만 엄마연기는 정말 잘하는 문소리. <사랑해, 말순씨> 부터 그녀의 엄마 연기는 정말 좋았다.
엄마가 아니면 그리 자연스레 엄마같은 애드립이 안나올텐데 신기하다.
주,조연 통틀어 거의 유일한 남자 캐릭터인 안승필역의 엄태웅은 첨엔 악역같다. 아줌마 3인방을 못 내쫓아서 안달이 나고,
선수시절 잘나간데다가 유럽에서 활동하고 들어와 완전 핸드볼 엘리트로 콧대가 높을대로 높아진 그런 역이다.
막 얄밉다. 그런데 의외로 잘 어울린다. 왠지 코미디해도 잘할거 같고, <공공의 적>에서 '적'을 해도 어울릴거 같다.
(<공공의 적2>에서 정준호 똘마니로 나오긴 했지만..)
우정출연이나 특별출연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미숙의 남편으로 출연한 '박원상', 수희의 맞선남 '하정우',
마트 직원 '류승수', 올림픽 중계의 '최승돈'아나운서, '강재원'감독, 정란 남편 '성지루'까지.
느낌상 혜경의 엄마로 나온 분도 특별출연 같은데 누군지를 모르겠다. 적지않은 수의 특별 출연은 임감독의 재량인걸까나...
가장 인상깊은 부분은 마지막 실제 선수들과 감독의 아테네 올림픽 결승전 직후 가진 인터뷰였다.
울먹이면서 인터뷰하는 모습과 현재 한국핸드볼의 실정을 한탄하며 끝내 말을 잇지 못하며 고개돌려버린
국가대표 감독의 모습은 참 안타까웠다. 아무래도 감정이 실리다 보니 그래보였던거 같다.
거의 한국 여자 핸드볼에 대한 헌정 영화로 보이는 마무리로 크레딧을 올리면서 영화는 끝이난다.
슬프다기 보다는 너무 안타깝다. 감동보다는 안타까움이 더하다. (영화속 이야기가 안타까운 거지 영화가 안타까운건 아니고)
나도 한때 중학교시절 체육시험중 하나였던 핸드볼 러닝 슛때문에 핸드볼에 매진할때가 있었던 나름 '핸드볼 인'으로써
참 안타까운 한국 핸드볼의 실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영화속 대사에서 "핸드볼은 골이 너무 많이나서 긴장감이 없어"라고
하는데 그럼 농구는? 응?
중간에 딱봐도 너무도 한국인 같은 사람들을 데려다가 일본어를 시키며 일본팀역을 시킨건 너무 아쉽지만
대체적으로 아쉬운 건 별로 생각나지 않으면서 기분좋게 영화관을 나올 수 있었다.
웃다가, 가슴아프다가, 얄밉다가, 화났다가, 안따깝고 하면서 감정의 기복을 여러번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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