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드라마 쪽에서 '김정은'이라 하면 거의 충무로의 흥행수표 정도로 생각해도 무방하다.
한없이 푼수같아져 우리를 웃기다가도 금세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는 캔디의 모습으로 말이다.
그래서 연기를 잘하는 김정은을 제대로 된 배우로 봐주지 않는 이도 많았다.
그때문에 유독 코미디 영화를 많이 찍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기대하게 된 우.생.순.
'김지영'은 그의 본명보다 '복길이'이라는 [전원일기]의 극중 이름으로 더욱 유명하다.
결혼 전에는 복길이 말고는 딱히 선명하게 남는 캐릭터가 없던 그녀,
그렇게 매니아가 많았던 올드미스 다이어리에서도 그녀는 미자의 친구일 뿐이었다.
그랬던 배우 '김지영', 이번 영화에서는 제대로 주연티 팍팍 내줬다.
태왕사신기에서 배용준보다 나이가 많아보인다는 이유로 온갖 박대를 받은 '문소리'
(근데 사실 담덕이 태어날 때 기하는 이미 4-5살 정도였으니 연상 컨셉이 맞을 지언데...)
아무튼 연기 하나는 기차게 한다는 그녀 문소리, 이 영화에서는 제일 어색했다.
모두가 알다시피 이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실제 있었던 아테네 올림픽 은메달의
대한민국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팀을 소재로 하고 있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인물들의 뒷사정이나 에피소드는 일정 부분 각색된 것이 분명하지만
그 날, 그녀들이 흘린 땀과 눈물, 우리가 느꼈던 울분과 씁쓸함
그리고 그것들을 덮어버린 그녀들의 열정과 우리 심장은 뛰게 한 감동은 모두 실제했었던 일이다.
실제로 일어났던 감동을 바로 어제 TV에서 본 것처럼 느끼게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 영화도 역시 그것의 벽을 뛰어넘지 못했다.
분명 감동적이고, 그 때문에 눈물이 났고, 억울하기도 하고, 측은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잘 만든 영화가 아니어도 기대만큼의 작품성이 없어도 감동은 있을 수 있다.
영화 후반부에서의 경기 장면은 스포츠 채널의 재방송을 보여주는 것과 같았고
영화 전반의 상황설정이나 배우들의 연기가 내 생각만큼 능숙하지는 않았다.
후일담으로 여러 이야기를 하면서 훈련이 힘들어 참 많이 울었었다고 했던 그녀들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핸드볼 선수로 분한 그녀들의 움직임은 여전히 조금 어색했다.
특히나 여지껏 연기력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느껴왔던 문소리에게서 느껴지는
과장됨과 설정적인 연기는 정말로 실망스러웠다.
극장을 나설 때 나는 분명 감동으로 울고 있었지만 영화 자체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세 명의 주연 중 하나인 김지영에게 코믹적 요소를 몰아준 것도 실수라고 생각한다.
또한 선후배가 융합해가는 과정도 너무나 약소하다. 만약 그들이 서로에 대해 이해하며
견고해져가는 팀워크에 더 주목했더라면 마지막 경기장면이 재방송 같이 느껴지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게다가 어색하게 끼워넣은 엄태웅과 김정은의 러브라인은
불필요해 보이기까지 한다.
올해 내 영화리스트에서 좋은 영화로 기억되리라 기대했던 이 영화는 오늘
꽤 감동적이었지만 오리지널(소재)을 뛰어넘지 못한 작품성의 영화로 남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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