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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산전] 촉산전
rawdell 2002-03-27 오후 5:10:46 1608   [3]
촉산전 : The Legend of ZU (2001년)

원 작 : 촉산검협전 : 환주루주(이수민)
감 독 : 서극
주 연 : 정이건.고천락.장백지.홍금보.담요문.장쯔이


무협은 적어도 한국에서는 호러와 SF 장르처럼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지는 못한다. 사람의 능력을 가볍게 뛰어 넘는 초인적인 능력에서 비롯된 현실성이 없는 과장된 무술 연출과 배우들의 오버액팅에 대해서 심한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난 절대로 무협 영화 따위는 보지 않는다'라고 하는 사람도 쉽게 만나볼 수 있으며, 그들이 대체적으로 무협에 대해서 꺼리는 이유가 너무나 과장된 무술씬에 큰 이유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무협 소설과 영화에서 이런 과장된 무술에 대한 표현들이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다른 무언가를 놓치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과장된 무술씬에 대한 묘사만으로 무협이란 장르가 싫다고 한다면 그 무협의 세계에 담겨져 있는 유,불,도가에 이르는 중국의 사상들과 기본적인 '선'과 '악'의 대립, 그 속에 녹아 있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에 대한 묘사와, 사랑과 애증 관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다루어지는 이야기들을 간과하고 있는것이다. 무협에서 과장된 무술을 뺀 나머지 요소들은 대중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무협의 세계는 매혹적인 지대라 감히 말하고 싶다. 혹 <와호장룡>을 보며 ‘사람이 어떻게 저런 능력이 있는냐고 웃기지도 않는다’고 생각한 사람이 있다면, '양자경'과 '주윤발'이 인생의 의미를 알아가는 중년의 나이에 걸맞는 정적인 사랑을 나눔을 놓치지 않았던가를 생각해 보면 되겠다. 무협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검과 권격이 난무하는 오직 그것만을 지니고 있는 장르가 아니라, 사람들이 다양한 영화 장르를 통해서 접하게 되는 많은 대부분의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는 장르인것이다.

이런 얘기를 하는것은 지금 소개하고자 하는 [촉산전]이란 영화가 무협장르를 싫어 하는 사람들이 감상을 할적에 상당히 고역스러운 시간이 될지도 모르는 그런 작품이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여태까지 봐온 모든 무협 영화들의 과장된 무술씬의 몇 십배에서 몇 백배에 달하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초인적인 능력을 지닌 인간들이 등장을 하며, 그들이 보여주는 능력의 한계는 어디까인지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놀라운 능력들을 발휘한다. 한번 땅을 박차고 경공이 시전 되면 다시는 땅으로 내려 오지 않아도 될 정도이며, 그들이 내뿜는 검기는 땅을 가르고 하늘을 진통시킬 정도가 된다. 세상을 뒤엎어 버릴 정도로 강력한 힘을 지닌 절대적인 악마저 등장하니, 무협에 익숙치 않는 사람들에겐 [촉산전]은 황당한 경험이 될지도 모른다. 어찌되었던 무협의 매혹적인 맛을 느끼려면 유치하다는 선입관을 어느 정도 접어두는 자세가 필요할것으로 생각된다. 실제로 영화가 아닌 제대로 무협 소설을 읽어 본다면 그 대단함에 푹 빠지게 될수도 있다.


촉산전 스토리...

무림의 9대 문파중 하나인 곤륜파의 장문인 고월대사는 자신의 제자 현천종과 사제지간이면서 당시 시대상으로 금기시 되는 사랑을 하는 사이이기도 하다. 그러던 어느날 요괴 유천혈마에 의해서 고월대사가 죽음을 당하게 되고, 그녀는 죽어 가면서 제자 현천종에게 자신의 병기 '일월금륜'을 맡기며 묘한 말을 남기고 조각이 된 채 사라져 버린다. 200년 뒤 현천종은 유천혈마를 뒤쫓던 아미파의 제자 이영기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그녀가 사부의 환생임을 깨닫게 되며 정이 동하게 된다. 그러나 이영기는 유천혈마를 죽이기 위해서 정과 욕을 끊고 천뢰쌍검의 합벽을 이루어야 하는 대업에 힘을 써야 했으며, 그녀의 정해진 운명과 함께 점점 양립할 수 없는 정과 사의 대전이 다가오게 되는데...


시대를 앞서 버린 비운의 걸작 '촉산검협전'...

18년전 서른을 갖 넘은 야심만만한 한 젊은이가 선과 악의 대립을 다루는 거대한 무협의 세계로 뛰어들게 된다. 그가 야심차게 선택한 이야기는 1930년대 초에 나온 환주루주의 대표작인 <촉산검협전(蜀山劍俠傳)>이란 방대한 무협의 세계를 다룬 작품이었고, 이 작품은 '서유기'와 '봉신방'의 뒤를 이어서 폭넓은 팬들을 형성하며 지금도 신마검협 소설의 대표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 방대한 소설의 내용을 한 편의 영화로 만들기에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서극은 당시로서는 상상도 할수 없는 자본의 동원과 헐리우드 기술의 도움을 빌려 어렵사리 완성을 시켰다. 그 영화가 바로 [촉산]으로 알려져 있는 [신촉산검협전]이며, 해외에서의 호평과는 달리 홍콩에서는 관객들의 외면을 당하며 흥행 참패를 기록하는 비운을 맛보아야만 했다.

비록 흥행에서는 참패를 했지만 [촉산]이 이루어낸 결과는 후대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이 영화가 홍콩 SFX 기술 발전의 발판을 마련한 계기를 마련한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부분이며, 후에 [소오강호], [동방불패]와 같은 걸출한 무협 영화들이 탄생하는데 있어서 큰 영향을 주었다. 어쨌든 당대 최고의 배우들과(정소추,홍금보,원표,임청하) 이전에는 감히 시도할 수 없었던 특수 효과를 본격적으로 무협의 세계로 끌어 들임으로써 상상만으로만 가능하던 세계가 서서히 열리는 기폭제를 마련하게 되었다. 그 누가 신검합일의 경지를 뛰어 넘는 '기'로써 검을 마음대로 제어하는 '이기어검술'을 비롯한 무림의 비기들을 [촉산]처럼 빼어난 영상으로 재현을 할 수 있을까 짐작이나 했었던가..

시대를 앞서 버린 괴작 [촉산]은 그렇게 전설이 될 정도의 퀄리티를 지녔고, 지금은 그 누구도 영화에 대해서 평가 절하하는 발언은 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이 영화가 헛점이 없다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단지 많은 단점을 지녔음에도 그 단점들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의 매혹적인 장점들을 지녔기 때문에 여전히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작품이 된 것이다.

 
다시금 시작 되는 촉산의 전설...

서극의 오리지날 [촉산]은 당시 평가가 어떻게 되었던 흥행이 신통치 않았던간에, 지금은 걸작이라는 수식어를 아깝지 않게 갖다 붙이는 작품이 되었다. 당시에는 놀라운 기술적 시도와 결과물들이 이젠 어설픈 장면으로까지 보이게 될 정도로 촌스럽게만 느껴지니 세월의 흐름을 새삼 느끼게 만든다. 그렇게 많은 세월이 흐르며 서서히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과거에 그런 무협 영화가 있었지'라며 잊혀져 갈쯤,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하며 유행을 창조해 나가는 홍콩의 스필버그 [서극]은 자신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작품 [촉산검협전] 리메이크를 결정하며 다시 한번 무협의 세계로 돌아오게 된다. 당연히 이런 소식은 오리지날을 감명 깊게 본 사람들에게 흥분을 안겨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과연 발전된 현대의 기술력으로 재탄생하게 될 21세기 [촉산전]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것인지 무협팬들의 설레이는 마음속에서 올해 여름 홍콩에서 적격 개봉이 되었다. 결과는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쥬라기 공원 3]에 밀려 버렸지만, 그런 단편적인 흥행 수치의 결과로 인해서 전설적인 무협 영화의 리메이크에 대한 기대감이 식을 수 는 없었다.

2001년에 새롭게 탄생한 [촉산전]은 18년 전 당시 기술적인 한계로 인해서 표현이 불가능했던 부분들에 대한 한풀이를 하고 싶었던 것인지, 현대 영화의 큰 부분을 차지하며 상상하는 모든 것을 표현이 가능하게 만드는 컴퓨터 그래픽을 최대한 동원시키며 실사에서는 불가능한 배경들을 화려하게 배치 시키면서 오리지날의 협소한 배경 화면들을 몇 십배로 업그레이드 하고자 시도를 한다. 또한 오리지날에 출연했던 스타급 배우들과 막먹는 최고의 번쩍거리는 배우들이 동원이 되었다. 그중 가장 반가운 인물은 뭐니 뭐니 해도 오리지날에도 출연했던 [홍금보]일것이다. 뚱뚱한 몸으로 믿기지 않는 유연한 액션을 보여주던 그가 다시 한번 비중 있는 '백미'역으로 똑같은 배역과 그의 비기가 업그레이드 된 채 출연함으로 오리지날 팬들에게 향수를 느끼게 만든다.

그리고 수 많은 무협 시리즈물의 주연으로 스타의 반열에 오른 무협의 황제 [양조위]의 뒤를 이어서 [촉산기협 2],[금사랑군],[왕중양전기]등의 텔레비젼 무협 시리즈와 [풍운], [중화영웅]과 같은 극장판 무협 영화에 출연하며 최고의 무협 스타가 된 [정이건]이 현천종역으로 무르 익을대로 익은 멋드러진 폼을 보여주고 있으며, [95 신조협려]에서 조각같은 외모로 양과역을 맡으며 스타의 반열에 오른 매력 만점의 [고천락]이 마성에 지배를 받으며 혈마가 되는 단진자역으로 참여를 했다. 또한 최근 인기에 불을 붙힌 이쁜이 [장백지]가 고월대사와 이영기역으로 1인 2역에 도전을 하고 있으며, 그녀는 아름다운 용모와 딱 맞는 배역으로 과거 오리지날에서의 [임청하]를 떠올리게 만드는 의상과 포즈로 오프닝을 장식하며 [촉산전]에서 가장 돋보이는 배우로서 남게 된다.

그외 [와호장룡]과 [러쉬 아워 2]로 국제적인 스타로 발돋음 한 [장쯔이]가 출연을 하지만 그녀의 비중은 그리 크지를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그녀보다 무협팬들이 더 아쉬워 하는것은 아마도 [95 신조협려]에서 조각같은 외모를 자랑하며 여인네들의 마음에 불을 지폈던 [고천락]이 혈마가 된다는것과, 그의 외모를 파악하는데 있어 갑옷이 방해가 된다는 점일것이다. 이렇듯 화려한 배우들이 출연하는 [촉산전]은 안타깝게도 방대한 원작 소설을 영화로 옮기는 작품들의 상당수가 그러하듯이 인물 개개인의 이야기에 시간을 할애하지 못함으로써 개성있는 캐릭터들의 매력을 제대로 살려 내는데는 실패를 하고 있다. 영화 자체가 인물들의 이야기에 촛점을 맞추기 보다는 이미 세상이 끝장이 날 시점에서 시작을 하고 숨가쁘게 그것을 해결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이야기는 정신 없이 진행이 되어야 하고, 그로 인해서 당연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 것이다.

이 점은 [촉산전]에 출연하는 빵빵한 배우들의 이름을 볼 적에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오리지날의 스타인 [정소추]의 폭발적인 카리스마에 근접하는 인물은 리메이크인 [촉산전]에서는 존재하질 않는 것이다. 현천종역의 [정이건]이 나름대로 무협 영화에서 갈고 닦은 경력으로 자연스러운 동작과 무표정으로 한 칼하는 멋을 부리긴 하지만, 드라마가 주는 매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캐릭터가 순간 순간의 폼으로만 그치고 만다. 나름대로 애절한 사랑에 대한 표현이 가능했던 고월대사와 제자인 현천종의 사랑에 대한 부분이 겉핡기에 불과하니, 그 나머지 부분들에 대한 드라마가 제대로 될리가 없고 자연스레 그것들이 눈에 들어 올리가 없다. 이런 치명적인 드라마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촉산전]은 일단 화려한 영상을 자랑하고 있다. 비록 생동감 있는 인물 창조에 대한 묘사는 실패 했지만, 그것을 대신하고자 하는 그들의 독특한 무기들을 기본으로 하는 화려한 기술을 중점적으로 표현을 하고 있다.

[서극]이 많은 비중을 둔 무림인들의 결전과 그들이 사용하는 상상속에서나 가능한 무기들에 대한 표현은, 주인공 현천종이 사부에게 받은 '일월금륜'과 단진자가 사용하는 '천룡참' 후에 혈마가 된 채 사용 되는 '치우전갑', 단뢰가 사용하는 '태을분광검', 그리고 오리지날 [촉산]에서 혈마를 박살내던 가장 중요한 '자청쌍검'이 '천뢰쌍검'으로 이름이 바뀐채 시전이 된다. 각 인물들이 가진 독특한 무기와 기술들은 발전 된 C.G의 위력 덕분에 뚜렷한 개성을 지니면서 묘사가 되기 때문에 분명 큰 눈요기 거리는 된다. 특히 오프닝에서 깊은 인상을 남기는 '일월금륜'의 화려함은 주목을 할만하며, 혈마를 아작내는 '천뢰쌍검'의 합벽은 오리지날 [촉산]에서의 제다이의 검을 연상케 하는 '자청쌍검'의 합벽이 너무나 초라할 정도로 엄청난 스케일로서 시전이 된다.

이런 다양한 인물들이 가진 기술의 시전들은 상상으로만 가능한 환상적인 배경들 속에서 눈이 시릴 정도의 화려한 색채들로 뿜어져 나오며 현란한 영상을 자랑한다. 그것들 중에서는 몇몇 탄성을 자아내는 멋진 연출에 힘 입어서 꽤나 기억에 남을 만한 이미지를 남기기도 하며, 어색한 C.G 효과 덕분에 오히려 감점이 되는 부분들도 있다. 하지만 미니어쳐가 티가 팍팍 나는 오리지날과의 세월의 차가 피부로 와 닿을만큼 [촉산전]은 기술적인 완성도 측면에서 많은 발전을 이룬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으며, 원래 원작이 가지는 세계를 표현하는데 있어서는 [촉산전]이 오리지날 보다 낳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영화 자체적인 재미에서는 오리지날에 근접은 하지 못하는 듯 싶다. 또한 여기서 나오는 효과들은 오리지날 [촉산]에 비하면 엄청난 발전을 보이긴 하지만, <풍운>과 <중화영웅>에서 등장한 많은 특수효과들과 비교해, 분명 발전은 있지만 그것들에서 월등한 특수효과의 퀄리티는 보여주지 못한듯 하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아쉬운 점이라면 너무나 많은 부분들을 C.G에 의존을 했다는 점이다. 원작 자체가 SF소설이나 진배 없으니 이렇게 하는게 정석이긴 하겠지만, 무협의 참맛을 느끼기에는 너무나 인위적인 장치들이 많기 때문에 그 느낌이 많이 삭감이 되는 듯 하다. 배경 하나 하나가 거의 대부분이 C.G로 이루어진 화면들이고, 그것이 헐리우드처럼 실사인지 C.G인지 표가 안 날 정도가 아니라면 몰라도 [촉산전]에서는 C.G 화면이란것이 표가 나기 때문에 적당히 자제를 하면서 실사 화면과 인물을 배치하는 장면이 좀 더 많았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여겨진다. 결론적으로 [촉산전]은 드라마가 가지는 취약함과 C.G의 과도한 사용에도 불구하고 킬링타임용으로 적절한 수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후일 거대한 스케일과 실사를 방불케하는 특수효과의 점목으로 무협 소설을 읽으면서 받는 느낌 그대로를 만들어 내는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겠다는 기대감을 가지게 만드는 작품이다.

(총 0명 참여)
jhee65
기대감을 가지게 만드는 작품이다.   
2010-08-22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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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산전(2001, The Legend of Z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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