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경기 시작전 선수들의 기도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가 있다. 그들 모두가 승리를 기원한다. 같은 신에게.. 이런 기도를 받는 신의 난감함을 "브루스올마이티"는 코믹하게 그려냈었지만, 그들의 간절한 사연들은 코믹하게 넘길 성질의 것은 아니다. 이런 신의 난감함이 승리해야만 하는 사연을 가진 두 사람이 결승에서 맞붙는 모습을 지켜보는 관객들의 심정이 아닐까..
감독 유승완은 참 잔인한 사람이다. 그가 영화에서 즐겨 사용하는 폭력성이 하나의 이유라면, 이처럼 어느 한 쪽을 편들수 없는 처절한 고통의 순간을 관객들에게 선사하는 것은 또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다. 가족들에게 자랑스러운 가장으로 다시 서기 위하여, 자신이 저지른 잘못으로 인해 고통당하는 사랑하는 이들에게 속죄하기 위하여 링에 오르는 두 복서들의 대결..
하지만, 이러한 피할 수 없는 숙명의 대결이 링에서만 펼쳐지는 것일까.. 하루의 고된 노동을 마치고 손에 쥔 일당으로 가족들을 위한 음식을 사기위해 상인 앞에 선 가장과, 물건을 팔아 생활비를 마련해야하는 상인의 만남.. 한쪽은 좀 더 싸게, 한쪽은 좀더 많은 이윤을 위해 벌이는 흥정을 생각해보자.. 과연 어느쪽의 손을 들어줘야 하는가.. 사실은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인간 모두가 이런 관계속에서 살아가는 것 아닌가..
처절한 한 라운드를 마치고 사이드에 앉으며 지은 태식의 미소에서 해답을 발견한다. 열심히 싸우고 있는 자신을 위하여, 자신과 싸우고 있지만, 그 나름대로의 절박한 사연을 가지고 있을 상대를 위하여 지어보이는 미소.. 어쩔수 없는 대결이지만, 이런 운명에 처한 서로를 격려하는 미소.. 그것이 이 거친 세상을 이겨나가게 하는 힘이 되지 않을까.. 그 미소가 해답이 아닐까..
록키처럼 분명한 선악구도의 대결이 아닌,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줄 수 없는 서로에게 절박한 대결.. 그 대결이 이루어지기까지의 고단한 그들의 인생사를 그린 영화.. 그리고 그 대결에서 그들의 아픔과 울분을 담은 주먹을 날리는 두 남자.. 그들의 진한 땀냄새가 밴 영화.. 당신이라면 과연 두 사람중 누구를 마음속으로 응원할 것인가..
과연 감독은 누구를 승자로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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