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라메>,<바람의 파이터>,<홀리데이> 의 양윤호 감독의 2007년 12월
한국형 스릴러인 이 영화는 <세븐데이즈>의 한국형 스릴러형 영화의 성공적인
선례를 발판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얽히는 얼굴없는 범인
과 <가면> 이라는 단서로 호기심을 증폭시켰던 영화의 내용은 사실 전혀
예상하지 않은 코드가 스며들어 있다. 그렇게 영화속에 자연스럽게 스며
든 '동성애' 코드는 반전의 열쇠가 되어 야누스의 두 얼굴중 그 일면만
을 모습을 드러낸 채 영화를 진행시켜 나간다. 크랭크 카메라 촬영기법
의 도입으로 감정선이 불규칙한 상황과 인물들의 심리묘사에서 심하게
흔들리는 영상미는 적어도 나에겐 두가지 효과를 불러 일으켰다. 스릴
러형 영화속 인물들의 다양한 감정상태를 부각적으로 보여주는 효과
로 세련된 느낌과 퇴폐적이고 어지러운 과도한 남용으로 인한 난잡하고
영화의 집중력을 저해하는 요소를 동시에 보여주었다. 영화 자체가
가면을 쓰고 있다고 보여지는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 싶다. 장,
단점이 동시에 보여지는 가운데 진행되는 스토리는 잔혹하게 난자된
살인사건에 초점이 모여진다. 스포츠센터에서 발생된 살인사건의
첫번째 희생자 강병식의 사건발생과 더불어 사건수사를 맡게 된
수사팀의 조경윤(김강우) 형사와 프로파일링적 수사방식을 선보이는
여형사 박은주(김민선)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오프닝에서 모습을
보이는 조경윤 형사와 그의 애인 네일 아티스트 차수진(이수경)의
배드신과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중 한명으로 지목된 정미숙(오지영)
의 모습이 드러난다. 처음에는 별 대수롭게 흘려버린 오프닝에서
차수진이 조경윤에게 헤어지자고 했던 한마디의 실체가 영화의
마지막의 반전에서 그 감정적 실체를 밝혀지는 순간 이 영화를
진득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파고들게 만드는 하나의 열쇠가 된다.
수사팀 반장(전창걸)의 지휘아래 현장검증에 나선 조경윤과 박은주를
비롯한 형사팀들은 분주하게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 나선다.
용의자 정미숙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사건조사, 그리고 배재만(최창균)이라는
게이가 영화의 용의자 선상에 오르게 된다. 사건의 연결고리를 찾아
가면서 조경윤의 과거와 큰 관계를 가지고 있는 이윤서(이풍운)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윤서의 누나(김성령)가 스릴러로서 용의자 선상을
넓혀간다. 사실 '동성애' 코드를 모르고 영화를 관람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불쾌한 시선으로 비춰질수 있는 내용이 많다. 무엇보다 곱상한 모습의
여성같은 느낌의 이윤서라는 캐릭터를 두고 보여지는 영화속 내용은 스릴러
적 묘미로서 감상하기에 다소 무리가 있는 부분이다. 감각적이고 빠른 전개,
그 속에서 얽히고 섥힌 캐릭터적 관계를 파악하기 쉬운 느낌이지만 그 속에
감춰진 과거속 비밀을 통해 반전을 꾀하는 느낌은 전통적인 스릴러적 형식
이지만 색다른 아이템을 사용하여 스릴러적 재미와 함께 '동성애' 코드를
조명하며 관객들에게 어필하고자 하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반전의 실체가
드러나면 이 영화를 스릴러형 영화라고 이야기하기가 어렵게 된다는 것,
그것이 이 영화의 치명적인 약점이 되는 것 같다. 분명 스릴러형 영화의 전개
와 얼굴없는 연쇄살인범의 실체를 추적하는 긴장감있는 구도를 유지하지만
반전이 드러나는 순간 영화는 스릴러에서 동성간의 로맨스적 구도를 형성
한다. 볼만한 요소와 독특한 카메라 촬영기법, 시종일관 혼란스럽게 만드려
하는 다양한 캐릭터 관계와 의문점은 스릴러적 강점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사람의 본성에 녹아들어 있는 폭력성과 '사랑' 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벌일수 있는 인간의 이중적인 가면을 들추어 내는 다소 감성적인
흐름을 느끼게 한다. 조경윤의 성정체성과 슬픈 맥락을 간직한 그의 혼란한
심리를 대변하던 지퍼라이터의 '딸칵' 거리는 마찰음과 차수진의 불안한
마음과 그녀의 슬픈 진실에 직면해 보는 것...그리고 항상 조경윤만을 바라
보고 있는 동료형사 박은주의 가슴 시린 시선을 주목해서 본다면 스릴러적
영화의 재미와 '동성애' 라는 코드를 내놓은 예상치 못한 덫에 대한 이질적
불쾌감을 해소해 버릴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이 영화에서도 결론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동성간의 사랑이든 이성간의 사랑이든 사랑에서 비롯되는
감정은 동일하다는 것, 그리고 그 사랑으로 발생되는 잔혹한 테마와 사건,
사고들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혼란스럽게 이끌기 보다는 조금만
더 관객들의 시선을 이해할 폭을 넓힐수 있는 내용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운
시각도 강했던 영화였다.